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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립학교법 재개정 이렇게 본다
[기고]사립학교법 재개정 이렇게 본다
  • 이철세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권위원장(배재
  • 승인 2007.07.0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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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호 앞에 다시 ‘-’ 부호를 붙이면 ‘+’가 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개정 사학법이 재개정되었으니 도루묵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바로 ‘허탈’이라고 설명하면 꼭 맞는 것 같다.
사학법 개정의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학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리를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학법 재개정으로 이 시도가 완전히 도루묵이 되고 말았음은 스님 모습의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립학교법재개정운동본부’ 대표의 삭발투쟁 종결 선언으로 명확히 입증되었다. 한기총은 한나라당과 더불어 사학법 개정이 “전교조가 학교의 경영권을 탈취하여 좌경교육을 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되었고 종교 교육이 불가능해 진다”고 새빨간 거짓말까지 하면서 사립학교 경영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재개정을 추진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은 전교조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학교나 그들에 의하여 종교 교육이 금지된 종단 소속 학교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잘 입증되고 있다.
사학법 재개정이 초래할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법 개정이 도루묵이 되었으므로 다른 모든 것 역시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학에서 독단적 경영에 기인한 비리와 교권 유린에 따른 분규가 끊임없이 재현될 것이며 사학 경영자들은 실익을 쉽게 챙기는 대신에 명예가 손상되고 존경 대신 의혹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 개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적대적 대립을 대신할 윈-윈 방안은 없는가?
이제 경험하고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겠다. 교육부가 과거에 비리 사학만 엄중히 문책해 왔다면 아마도 교육법을 개정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장관이 총리 다음의 서열에 있는 막강한 권력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비리 대책에는 왜 그렇게 무능한지 알 수가 없다.
대학에는 “교육부에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이 파다하다. 경험자도 많고 증언도 많다. 심지어는 “졸업장에 교육부 직인을 찍으러 갈 때조차도 봉투를 준비해 갔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비리의 온상인 교육부가 어떻게 비리 대학을 다스리겠는가? 최근에 불거진 대불대 대형 비리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을 보면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비리를 명확히 확인하고도 자체의 판단으로 응징하지 않고 해결을 검찰에 미루며 시간만 끄는 사이에 애꿎은 교수들만 희생을 당하고 있다. 교육부는 비리를 매개로 사학의 경영자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것으로 의심을 사 마땅하다.
교육부는 아무 일을 안 해도 사학의 비리만 제거하면 큰일을 하는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으로 발생할 갈등의 재연을 예방하기 위하여 앞으로 교육부는 사학의 비리를 일벌백계로 엄중히 문책하는 대신에 스스로 이사회를 개방하고 외부 감사를 임명하는 등,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대학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현해야 한다. 교육부만 잘 하면 사학법 개정이 왜 필요하겠는가?

이철세 /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권위원장(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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