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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랜드를 문화산업에 연결시켜야"
"메가트랜드를 문화산업에 연결시켜야"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6.23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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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듣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일이 채 열흘도 안 남았다.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직원들은 평창이 지난 4일 이미 IOC평가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오는 7월 4일의 결정이 확정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 아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종민 신임 문화관광부장관은 지난 5월 초에 취임했다. 김장관을 만나 동계올림픽유치 전망과 문화산업 진흥 복안 등을 들어보았다.

△ 참여정부 들어와 정통관료출신 문광부장관으로는 첫 번째 케이스이다. 특히 10년 만에 친정인 문화관광부에 복귀해 감회가 많을 듯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10년을 들판에서 구르다 온 경험과 민간 영역에서 일해 본 경험 등을 높이 산 것 같다.”

△ 10년을 들판에서 지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간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회를 처음으로 만들어 3년간 운영했고, 한림대 등에서 문화산업과 관련한 강의를 했다. 한국관광공사에도 가 일한 경험도 있다. 공기업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 하면 맡을 수 없는 곳이다. 소비자인 고객 만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효율과 고객만족 등의 원칙은 관공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문광부는 그간 얼마나 변했다고 보는가.
“문광부 업무의 골격은 그대로이지만 그것을 보는 문화소비자의 기호와 해석이 크게 변했다. 관변의 힘이 강했던 이전의 문화행정과 달리 지금은 문화소비자를 거역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문화산업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해 있다. 이미 문화는 거대산업의 하나로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어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문화기술의 병합에 주목해야 한다. 날로 진보하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결합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이다.”

△ 문화 산업화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수없이 많다. 당초 오페라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다. 그러나 뮤지컬로 변화면서 하나의 문화산업이 됐다. 문화의 산업화와 산업의 문화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한다.”

△ 소위 ‘한류(韓流)’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류는 ‘응용대중예술’의 성과이다. 지난 1996년에 드라마 ‘사랑이 뭐 길래’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것이 근세 이후 유일한 우리의 문화수출이었다. ’사랑이 뭐길래’도 그렇고 ‘겨울연가’도 그렇고, 우연 같았지만 그 안에 우리의 윤리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바로 ‘가족’, ‘사랑’, ‘인간승리’와 같은 일상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아시아 이웃 나라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한 발 앞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의 후각’과 ‘친구의 손길’이 중요
△ 문화관광부의 업무영역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
“삶의 질과 관련된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콘텐츠 부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소프트 콘텐츠이다. 이는 나눠볼 수 없는 것으로 경제 및 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삶의 질과 창의적인 소프트 콘텐츠를 연결시켜 산업화하는 문제를 정밀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과 관광, 체육이 하나로 묶일 필요가 있다.”

△ 선진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나라의 3가지 카테고리를 합친 문화산업의 규모는 대략 GDP의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문화-관광-스포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 정도이다.”

△ 이를 증진시킬 복안은 있는가?
“순수기초예술분야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리를 둬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Arm’s length principle)’는 고전적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겠는가. 돈이 있어야 한다. 그들을 국가차원에서 도와줘야만 한다, ‘손을 좀 얹어라(but hands on)’는 원칙이 그것이다. 또한 문화예술 종사자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사람 모두 ‘산업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는 철저하게 통계에 기초해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크게 2가지이다. CT(Culture Technology)와 TT(Tourism Techonology)가 그것이다.”

△ CT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영화산업을 예로 들면 과학적 통계에 기초해 누구를 타깃으로 삼아, 인적 자원을 어떻게 투입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을 총망라해 결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까지가 CT이다. 이를 시장에 먹히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 프랑스의 관광수입은 우리나라 정부 예산에 버금한다. TT는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인가.
“파리 에펠탑을 놓고 이야기하면 당시 프랑스는 산업혁명 이후 계속 영국에 밀려왔다. 이때 파리에 엄청난 상징물을 만들어 이를 돌파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프랑스 사람들은 통상 상극으로 통하는 금속과 예술을 결합하는 역발상으로 이를 만들어내 엄청난 관광수입을 얻고 있다. 이것이 TT이다.”

△ 취임사에서 역설한 ‘친구의 손길’과 ‘상인의 후각’이 그 전제조건인가?
“문화가 삶이고 삶이 곧 문화이다. 지금 21세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22세기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변환을 두고 미래학자들은 ‘메가트렌드(mega-trend)’라고 한다. 이를 재빨리 간취해 문화산업으로 연결시켜야만 한다. 동물의 감각 중 가장 반응이 빠른 것이 후각이다. 나라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이는 돈이 전제되어야 한다. 돈은 상인이 번다. ‘상인의 후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기동성이 떨어지고 타성적인 대중을 끌고 가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알아듣기 쉬운 말로 된 정책으로 대중에게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친구의 손길’이다. 개인지(個人知)보다 집단지(集團知)가 중요한 까닭에 문화행정은 집단지를 발양(發揚)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매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것
△ 정부의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 부족을 지적하는 견해가 있다.
“그렇지 않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의 해외관광객 입국자 수는 6백만 명에 달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면적과 인구, 소득 등 모든 면에서 거의 3배인데도 불구하고 해외관광객 수는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섬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극복키 위해 DMZ를 ‘PLZ’(평화생명지대)로 전환해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차나 자신의 차를 타고 영국 런던까지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 관광객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관광은 매력을 파는 것이다. 이는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하늘이 내려준 것’, ‘조상이 물려준 것’, ‘내가 만든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준 자원과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에서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전장이 된 까닭에 1천년 이상 된 목조건축물로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본은 7천개 넘는다. ‘내가 만든 것’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그 요체는 바로 6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에 있다. 소위 ‘한류’가 이웃 나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과 ‘사랑’, ‘인간승리’ 등 우리 일상에 가깝고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든 것’이다.”

△ ‘한류’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잠시 조정기를 거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인재가 콘텐츠산업 분야에 몰리고 있고, 생활에 적용시킨 디지털 응용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게 그 증거이다.”

△ 젊은이들이 일본문화에 열광하는 소위 ‘일류(日流)’는 어떻게 보는가?
“일본 문화도 분명 뛰어난 점이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우리도 크는 것이다. 우리는 개방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 스크린 쿼터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가?
“이미 우리는 스크린쿼터를 반으로 축소했다. 당장 이를 더 축소할 경우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영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완조치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문광부 청사 5층에 독립·예술영화관을 곧 개관한다.”

문화산업 진흥은 역발상이 필요
△ 도자기엑스포를 두고 소리만 요란하고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예술적 가치는 우리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되, 그 질은 글로벌스탠다드를 따라가야 한다. 생활에 적용시켜 부가가치를 100배 올리고, 첨단물질로 개발해 다시 100배 즉 1만 배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미 도자기는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자기 원리를 응용한 고어텍스와 초전도체, 자기부상열차, 자동차 웜기어, 정수기 등이 그것이다. 도자기는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선도적인 문화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 현재 비관적인 ‘샌드위치론’이 팽배하고 있다.
“샌드위치에서 중요한 건 양쪽 빵 껍데기가 아니라 ‘속’이다. 바로 우리가 ‘속’ 아닌가. 중국과 일본이 잘 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우리는 이들 사이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를 예로 들면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가하는 쪽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 남북 간의 ‘문화산업 교류’ 복안은 있는가?
“흔히 말하는 ‘대북 퍼주기’라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우리 자본이 외국자본보다 먼저 투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장자(莊子)는 일찍이 ‘길은 다녀서 만들어지고,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道行之以成, 物謂之以然)’고 말한 바 있다. 사물을 대국적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이는 ‘역발상’과 관련이 있는가?
“몽골제국 비문에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고 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전사(戰史)를 읽는다. 각본 없는 드라마 같기 때문이다. 내가 직원들에게 기동성과 ‘역발상’을 강조한 데에는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넬슨과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가 이순신 장군을 ‘해신(海神)’으로 칭송한 것은 ‘학익진(鶴翼陣)’과 같이 옆에서 함포를 쏘아 적선을 격침시키는 ‘역발상’의 전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 논의될 때 주무장관으로서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가?
“이번 조치가 취재의 자유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관행적으로 제공돼온 이용의 편익과 반사적 이익을 정부와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위해 조정한 것이다. 부수적으로 다른 불편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정보접근권의 확대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볼 수 있다.”

△ 끝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 전망은 어떠한가.
“평창이 비록 지난 4일 IOC평가위원들로부터 여러 후보도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이것이 곧 지지표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남은 기간 동안 후보도시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평창만이 지닌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나갈 것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949년 충북 영동 출생. 서울 법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학원 정책학 석사. 한림대 객원교수. 제11회 행시합격. 총무처 의정국 국장. 문화체육부 차관.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장. 경기관광공사 대표이사. 한국관광공사 사장.

 

● 대담 : 신동준 편집국장   ● 일시  : 2007년 6월 19일 오후 5시    ● 장소 : 문화관광부 장관실  ● 기록·사진 :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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