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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예순의 얼굴
빛나는 예순의 얼굴
  • 교수신문
  • 승인 2007.05.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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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봉의 인물사진 이야기]소설가 한수산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예순을 넘긴 소설가 한수산의 얼굴을 보면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떤 품성을 지녔는지 알 것만 같다.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고등학교와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196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4월의 끝>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1997년부터 세종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산문시와 같은 부드러운 문체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생명의 가치를 탐구하는 작품을 써오고
있다.
어느 해 가을 날 모교인 경희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났다.
숲속 벤치에 앉아 있는 그가 <말 탄 자는 지나가다(1998)>,
<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1995)> 등의 소설과 산문집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2000)>를 썼으며 1991년 제36회
현대문학상을 탄 이름 있는 소설가라는 것을 학생들 중에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내어 마시며 그는 자식 뻘되는 후배들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기만 했다.
강원도 산골 출신답게 순박하기만 해 보이는 그는 1981년
중앙일보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를 연재하던 중 소설 속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가볍게 야유한 것이 문제가 되어 고인이 된
박정만 시인을 비롯해 신문사 관계자들과 함께 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그 후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지내기도 했다.
망원렌즈를 끼고 포커스를 맞춘 다음 셔터를 누르기 위해
마지막으로 카메라의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순간, 시선을 멀리하며 해를 등지고 앉아 있는 한수산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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