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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을 ‘소리의 향연’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을 ‘소리의 향연’
  • 교수신문
  • 승인 2007.05.2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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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음악비평]아울로스 목관 5중주 외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 … ‘완전한 조화’ 아쉬워

플루트 윤혜리 서울대 교수, 오보에 김형섭 서울시향 수석과 클라리넷 이창수 코리안 심포니 수석 등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로 이루어진 아울로스 목관 5중주 연주회가 지난 1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연주회 첫 곡으로 포커스의 ‘세레나데’가 연주됐다. 모양새와 음질이 서로 다른 목관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에서 섬세하고 다양한 음악적 차이와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곡으로는 베토벤의 오보, 클라리넷, 바순 호른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5중주’가 연주됐다. 선율적 진행의 방법을 다양하게 도입하여 서정성을 얻어낸 것도 이 곡의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이 단원들 각자의 기량과 음악성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게 했다.
또 연주 전반에 걸쳐 보여준 역동성과 힘은 작품전체를 통해 보여준 극적인 전개와 다채로운 음색과 함께 실내악곡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줬다. 
휴식 다음으로 서경선의 목관 5중주를 위한 ‘오행시곡’이 연주됐다. 이곡은 각각 길지 않은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됐는데 느리고 조용한 1, 3, 5 악장과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빠른 4, 5 악장간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전통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완전 4도를 기본으로 하여 그 음들 위에 첨가된 각각의 반음들이 만들어내는 화성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구스타프 홀스트의 ‘목관 5중주’가 연주됐다. 홀스트 특유의 독특한 음율과 다양한 연주방법, 평범하지 않은 프레이징 등 작품의 독특함으로 인해 목관 5중주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울로스 목관 오중주는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가 완전한 조화와 합일을 이루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각자의 소리는 개성 있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기에는 함께 어우러지고 숙성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립 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 내한공연

인형극이라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심과 재미를 느끼기 위한 공연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출발부터 대상이 주로 서민층이었고 즉흥적인 풍자나 야유를 즐겨했던 막대 인형극은 정부에 의해 수시로 공연을 금지 당하기도 했을 정도로 대중의 반항과 교구 갈망, 흥분이 섞여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통에서 시작되어 창단한지 60년이 넘는 국립 모스크바중앙인형극장이 지금까지 1만회 넘게 공연한 ‘진기한 콘서트’를 갖고 내한했다. 
공연 내내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코믹하게 예술에의 견해나 미학적인 입장을 곁들여 설명하는 사회자 몰리와, 소프라노의 거만함과 예술적 도취를 풍자적으로 표현해 꼬집는 ‘색깔 있는 소프라노’, 인형의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착각할 만큼 정교한 ‘탱고’, ‘탭 댄스’ 등은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음악의 특징과 내용을 표현하며 풍자한 ‘전위음악’은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도중 실제로 연주되는 음악들도 어린이용 노래가 아니라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리아’등이 연주되어 음악적으로도 다양함과 품위를 함께 갖춘 충실한 공연이었다. 그러나 연주되는 곡이 어떤 것인지 음악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점과 녹음된 음악의 질이 좋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흔들림 없는 조화로운 앙상블 ‘그림 같은 무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이 비발디의 ‘사계’를 가지고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내한했다.
지난 1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공연은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골리요프의 ‘라스트라운드’와 요제프 수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로 시작됐다. 두 곡 다 낯선 작품이었지만, 탱고 풍의 리듬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골리요프의 음악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주 때마다 리더도 바뀌고 연주자의 자리배치도 바뀌었지만 음악적 내용이 흔들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사라 장 협연의 ‘사계’ 가 연주됐다.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인에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사라 장의 연주회가 일찍부터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은 것도 그들이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사라장의 ‘사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극도로 대비되어진 감성의 표현, 여유 있는 부분과 긴장감 있는 부분의 대조, 긴박한 진행감과 적극적이며 직접적인 음의 표현, 다양한 소리의 음색 등 마치 낭만시대 협주곡을 듣는 것 같았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도 독주자와의 호흡을 훌륭하게 맞추어나갔다. 합주부분에서는 자신들의 음색과 음악적 존재감을 십분 발휘했고 솔리스트와 함께 할 때에는 독주자의 음색과 호흡에 완벽하게 동화해 나가면서 수준 높은 ‘조화로움’을 이루어냈다.

왕치선/ 음악평론가


필자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쇤베르크의 초기 무조음악에서 보이는 변주전개의 기법 고찰’이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메시앙의 음악세계’이 있으며, 공동 저서로 <
<자유주의, 전체주의 그리고 예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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