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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인권운동사랑방
[NGO칼럼] 인권운동사랑방
  • 교수신문
  • 승인 2000.1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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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5 12:09:57
인권운동이라면 소박하고 꾸준하게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정책기획실장)

그렇잖아도 바쁜 인권운동사랑방 사람들은 매년 가을이 돌아오면 정신없이 바쁘다. 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영화제 상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영기간은 1주일 남짓이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과 이후 지방영화제까지 챙기느라면 일을 담당자들은 몇 개월은 이 영화제에 묶여서 살게 된다.
올해 인권영화제도 많은 화제를 남기고 11월 1일 6일간의 상영을 끝냈다. 5회 인권영화제가 열린 이화여대 캠퍼스에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웠다. 마치 아담한 정원 같은 캠퍼스의 풍경은 그러나 영화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영화 한편 진득이 볼 수 없는 비극을 지닌 채 행사 현장 요원으로 뛰어 다녀야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익숙해 하지만, 처음에는 “사랑방이 뭐냐? 이름이 뭐 그리 촌스럽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촌스러운 것도 자꾸 듣게 되면 익숙하고, 때로는 친숙해 질 수도 있는 것일진대 인권운동사랑방이 그런 것 같다.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우리 단체는 1993년에 설립되었다. 간첩죄로 17년간을 복역한 장기수 서준식 씨가 대표다. 처음부터 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몇 년간은 외롭게 지켜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권운동은 양심수의 석방운동이며, 체제내적인 개량주의 운동이며, 따라서 근본적인 변혁을 지향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의 운동세력들의 몰이해와 억울한 규정까지 받으면서도 우리는 지켜냈다.
우리 사회에서의 인권운동이 양심수 석방운동으로 폭 좁게 이해되는 현실을 깨고, 인권운동의 지평을 확장시키겠다는 것, 사회적 약자들, 민중의 편에 서는 진보적인 인권운동의 새 장을 열겠노라는 일념으로 우리는 버텨왔다. 규모를 추구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인 인권운동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이전의 인권운동은 독자적인 운동으로 존재했다기 보다는 민주화운동의 한 축으로 역할해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 대중적이고, 전문적이며, 국제적인 인권운동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감히 겁도 없이. 하지만, 7년여의 세월을 되돌아볼 때 우리가 세웠던 목표는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그 방향에서 이탈하지 않고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권하루소식’이라는 팩스신문을 만들어 인권감시자 역할을 자임해왔고, 과학적인 인권운동의 토대를 이루기 위한 인권정보자료실을 운영해왔다. 이것만으로도 조그만 규모의 민간 인권운동이 해내기에는 벅찬 것이었다. 거기에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그룹, 참여 위주의 인권교육을 전개해왔다. 인권영화제도 사실은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한 대중에 대한 인권교육을 고민하는 가운데 탄생하게 되었다. 거기에 국가보안법, 감옥 등의 시민·정치적 권리 영역을 담당하는 자유권위원회,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영역을 담당하는 사회권위원회 등이 구성되어 활동한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거기에 더하여 진보적 인권운동의 논리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고자 연구소를 준비하고 있다.
인권이 경계와 감시, 탄압의 대상이 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대통령이 나서서 인권을 팔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자본주의에서 상품으로 팔리는 정치적 상황을 맞고 있다. 권력은 적극적으로 인권을 앞세워 이미지 메이킹하려 든다.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갖는 인권운동은 이 권력의 도전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인간의 사람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의 인권적 담론은 많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생존을 넘은 인간적 생활이 가능한 세상, 자유로우면서도 실질적인 평등이 함께 보장되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인권운동의 도전과 연대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실천적인 고민을 진행 중이다. 아셈반대투쟁의 한 가운데에 우리가 서고자 했고, 인권영화제에서 체 게바라를 상영했던 것처럼 체제를 넘는 보편적 인권운동의 지향을 우리는 더디지만 서서히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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