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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발음 바탕 … '외계어' 변환
일본어 발음 바탕 … '외계어' 변환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4.27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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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글 로마자 표기, 문제없나

김복문 충북대 명예교수 '새 표기법' 제시

외국인 교수가 연구실문을 두드리며 말한다. “배크기오슈 싸이자닌나.” “박 교수 시간있나”라는 한글을 로마자로 표기(bakgyosu siganinna)한 뒤 외국인 교수가 읽은 것이다.
“고우 죤 사이 게이 욘지 쥬룐 몰율 요다이쇼 헤이욧 뉴 니에이”는 “gogeonssiga eonje geuleon mal-eul eodiseo ha-yeossneunya”를 영어로 발음한 결과다. 본래 문장은 “고건씨가 언제 그런 말을 어디서 하였느냐”이다. 영어사용자가 한국어를 따라 발음하려면 이를 “goh gurn tsee gah urnjeh guhrun mahrul urdee sur hahyurt nuh nyah”로 표기해서 읽어야 본래 발음에 가깝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우리말배움터(http://urimal.cs.pusan.ac.kr)의 로마자 변환기를 사용한 결과다. 현행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지난 2000년 7월 7일 문화관광부가 고시한 표기원칙에 따르고 있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30년 동안 3차례 변경돼 왔다.
이 표기원칙에 따라 로마자로 표기된 한국어를 영어사용자가 읽을 경우 의미전달이 거의 되지 않는다. 일부 학계에서는 로마자 표기 목적이 ‘한국인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어로서의 영어사용자가 읽어서 깨끗한 한국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표기법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발음은 한국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어문회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월 1일 “해방 후 현재까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맞는 표기가 없어 7천만 동포가 인명이나 지명을 제멋대로 지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복문 충북대 명예교수는 지난 2002년 ‘김복문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어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행 표기법은 가나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본어인 아(ア), 이(イ), 우(ウ), 에(エ), 오(オ) 등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한글이 여전히 일제잔재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고 말한다.


‘김복문 로마자 표기법’은 △‘ㅏ’는 Ah △‘ㅑ’는 Yah △‘ㅓ’는 Ur △‘ㅕ’는 Yur △‘ㅗ’는 Oh △‘ㅛ’는 Yoh △‘ㅜ’는 Oo △‘ㅠ’는 Yoo △‘ㅡ’는 Uh △‘ㅣ’는 Ee 등으로 표기한다.
성씨의 경우 △강 Gahng △곽 Gwahk △김 Kim △이/리 Yee/Ree △박 Bahk △방 Bahng △윤 Yoon △장 Jahng △전 Jurn △정 Jurng △조 Joh △최 Chweh △황 Hwahng 등으로 통일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音價를 기준으로 우리말 소리의 모든 음절 2천7백93개(초성자모19×모음21×받침7), 철자 기준 1만1천1백72개(초성자모19×모음21×받침 및 쌍받침 28)에 대한 하나하나의 정확한 소리값을 옮긴 일람표가 만들어 져야만 제대로된 로마자 표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마자 표기에 대해 일본은 일정한 원칙 △모음 발음은 이태리어 △자음 발음은 영어 △수요대상자는 영어를 이해하는 외국인 △자국어에 대한 표준 발음은 도쿄 거주인이 사용하는 일본어로 정해 일본어 1백12개 총음절에 대한 일람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5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한자의 소리값을 4백21개의 음절로 정돈, 중국인을 수요대상자로 해 표기체계를 준설, 자국민 문맹퇴치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외교통상부의 자료에 따르면 郭씨의 표기는 무려 70가지, 李씨의 표기도 8가지에 이른다. 제주도는 ‘chejudo’, ‘jejudo’로 표기돼고 있지만 미국인은 이를 ‘치쥬두’와 ‘지쥬두’로 발음하고 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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