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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입학과정 차별’ 절반 넘어
‘임용·입학과정 차별’ 절반 넘어
  • 김재호 기자
  • 승인 2007.04.1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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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관련 국가인권위 권고안 주요내용

세계인권선언 제26조는 “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등교육도 능력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3조는 “교육이 인격과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완전히 발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교육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명시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 즉 ‘인권’은 대학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 권고안을 따라 살펴봤다.

대학이 피진정기관이 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당한 경우는 현재까지 총 1백90여 건이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2001년 11월 독립기구로 출범한 인권위는 현재까지 총 2만4천66 건(완결·종결·진행)을 맡았다.

인권위의 권고안은 일차적으로 국립대에 한한다.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학교, 즉 공공기관만을 대상으
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의 경우는 인권위법 제2조 4항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할 때 대상이 된다.

대학·교수와 관련된 사건은 △서울대병원 이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 △대학시간강사의 차별적 지위 개선 권고 △대학교수의 노동조합 결성권 인정 권고 △검정고시 출신자에 대한 대학의 수시모집 응시제한 차별 시정 권고 △대학교원 모집 시 나이 제한 규정 삭제 권고 △대학생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 삭제 권고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교수 관련 권고안 중에서 채용 및 입학과정에서의 차별이 가장 많았다. 인권위는 “기존의 법률은 선언적인 표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2006년 7월 24일 ‘차별금지법 권고법안’을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 권고법안 제3장 제3절은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으로 교육기회의 차별금지와 교육내용의 차별금지를 담고 있다.

지난 2002년 인권위는 “대학교수 모집에서 나이제한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면서 “지원자의 연구능력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정한 연령을 배타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행정편의만 고려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인권위는 국립대 총장들에게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대학입학에서도 차별시정 권고가 내려졌다. 지난해 6월엔 목포해양대 대학 신입생 모집에서 성별에 따라 모집인원을 정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인권위는 “여성이라고 해서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의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며 “선박 내 여성을 위한 근무시설의 미비는 적극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여학생의 학습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목포해양대는 권고안에 따라 여자 신입생 비율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는 검정고시출신자들에 대한 응시 제한은 차별이라는 권고, 각 대학 정보시스템 운영 관련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고 등이 있었다.

■ 인권위 권고안 이후 어떻게 됐을까

△ 대학 내 성희롱 - 서울대병원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 이후 이모 교수는 특별인권교육을 받았다. 서울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규정을 제정했고, 총장 직속 부속기관인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마련했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는 전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대 정모 교수를 해임했다. 정모 교수는 교원징계재심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결국 해임됐다. 서울시립대는 ‘성폭력 예방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예방대책에 나섰다. 현재 서울시립대에는 양성평등연구소가 설치돼 교수, 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 교수들의 권리 -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은 2001년 11월 10일 출범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노동운동 금지 관련법을 들어 불법으로 규정했다. 또한 현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는 교수 직종이 빠져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대학교수에게도 노동기본권인 노동조합 결성권을 부여하는 입법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고 직무상 특수성을 고려하는 범위에서 보장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대학교원, 교수 등에 대해 노조 결성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한성 교수노조 위원장은 “교수의 노동관계에서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지위는 일반노동자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오늘날 노동기본권은 보편적인 인권으로서 노동력을 팔아 그 대가인 임금으로 생활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교수들은 GEW(Gewerkshaft Erziehung und Wissenschaft)에 개별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 미국은 주 노동법에 따라 교수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곳, 가입할 수 없는 곳, 대학이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곳으로 나뉜다. 2년제 대학을 포함해 60%의 주립대에 교수노조가 있다. 대표적 단체는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AAUP(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 등이다. 스웨덴에는 SULF(The Swedish Association of University Teachers)로 조직돼 있다. 일본에서는 국공립대학 교수·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대학고전교직원조합이 매년 학교와 단체협약을 협상한다.

△ 시간강사들의 권리 - 최근 대법원은 시간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의 보험 문제 등 사회적 지위가 확보될지 주목된다. 인권위는 2004년 권고안을 통해 “시간강사직은 전임교원이 되기 전의 수련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군이 됐다”며 “단지 시간강사라는 신분을 이유로 전임강사의 1/5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고 여러 가지 대우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결정했다. 대학강의의 58%를 담당하는 전국의 8만5천여 명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문제에 대해 변상출 전국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원신분 보장”이라며 “강의임금을 올리고 연구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간강사의 노동자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위원장은 인권위 권고안 이후 시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대학생 정치활동 제한 - 인권위는 민주노동당의 진정에 대해 지난달 3월 6일,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기본권 침해라며 해당 대학들에 관련 학칙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부산대, 한국교원대 등 국·공립대 20개교와 국민대, 서강대 등 사립대 48개교의 ‘학생활동제한’ 학칙은 법률유보주의 등을 근거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학내집회에 대해서는 “수업권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대학과 교육인적자원부는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목포대는 학칙 제69조(학생활동의 한계) “학생은 강의나 연구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거나 대학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개인 또는 집단행위를 할 수 없다”에 대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최근 목포대는 학칙을 전면 개정했으나 학생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항은 제101조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도 권고대상에 포함됐다. 서울대 학칙 제92조(학생의 의무) “학생은 학칙 등 제규정을 준수하여야 하며, 수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 기능 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집단적 행위와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을 할 수 없다”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아직까지 학칙 개정과 관련해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대학생 정치활동 제한 학칙에 대한 시정 권고를 담은 인권위 결정문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6조 2항은 “교육은 인격의 완전한 발전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의 권고안이 대학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계속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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