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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도시 집중 … 독특한 교육법 적응이 문제
한국인 대도시 집중 … 독특한 교육법 적응이 문제
  • 교수신문
  • 승인 2007.04.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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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_ 러시아의 경제 부상과 유학생 급증

1985년 고르바초프의 집권기로부터 시작된 구 소련연방의 붕괴는 사회주의 몰락과 미국과 소련으로 대변되던 냉전체제의 종식을 고하며 새로운 체제의 러시아를 탄생시켰다. 개방 후 정치경제적 불안 속에 진행된 모라토리움 선언, 화폐개혁 등은 외국계 투자자들은 물론 자국 국민들을 큰 혼란 속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이룩한 급속한 경제성장은 결국 2005년 기준으로 GDP(nominal) 세계 14위(한국 11위), GDP(PPP) 10위(한국 13위)를 이루었고, 현재도 계속 고공상승 중에 있다(참고: World Bank 기준수치, 2006년 이후 통계는 집계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제 러시아는 더 이상 철의 장막으로 가로막힌 머나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와 서로 공생해 나아가야 할 주요한 국가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러시아로 유학하는 한국인 급증

그동안 사실상 북한과의 교류만 있어왔던 러시아에는 개방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으로부터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현재 러시아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기업의 마케팅, 기술협력, 현지법인 등을 위해 진출하였음은 물론 러시아에 정착하여 사업을 하는 교민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현지 대학에서 수학하고자 하는 유학생들의 수 역시 급속히 증가하여 왔다. 대부분 러시아 내 한국인의 분포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그리고 쌍뜨뻬쩨르부르그,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몇 개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이는 이러한 도시들이 정치, 경제, 교역, 교육의 주요한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문학, 음악, 무용, 기초과학, 의학, 공학 등이 특히 발달한 나라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푸쉬킨 등의 대 문호, 차이코포스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의 음악가,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과 쌍뜨뻬쩨르부르그의 마린스키극장으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공연문화, 특히 발레 등 수많은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초과학, 의학, 공학 분야의 경우 미국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로서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현지에서도 과연 이 나라에 그러한 능력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를 피부로 느끼기는 매우 힘들다. 생각하여 보면 분명 러시아는 미국과 군사력을 경쟁하며 냉전을 끌고 나갔던 나라인데도 말이다. 이는 서비스 정신과 관계가 있다.

의학 자체는 매우 발달하였으나, 서비스라는 개념이 매우 약하여 국민에게 행하여지는 의료서비스의 질은 낙후되어 있다. 미그, 수호이, 투폴레프 시리즈 등의 항공기술, 소유즈, 보스토크, 에네르기아, 드네프르, 찌끌론(사이클론), 시론치 등의 우주발사체기술 등을 가질 만큼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 및 공학기술을 가졌으나, 정작 거리에서는 제대로 굴러가는 승용차다운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여객기의 경우도 승객의 안락함 보다는 단순히 사람을 운반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도 이러한 서비스 정신의 부재가 원인이 된다. 러시아의 기술력에 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의 항공기개발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고고도정찰기 SR-71(일명 블랙버드)의 일부 핵심 재료는 당시 미국에서 구할 수 없어, 소련으로부터 비밀리에 구매하여 완성시켰으며, 각진 형태로 더 유명한 스텔스전폭기 F-117의 경우도 그 각진 형태를 통한 레이더반사면 저감기술은 소련의 논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위에 열거한 분야들은 러시아가 전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분야이며, 당연히 러시아에 특히 많은 유학생이 오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모스크바 지역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인문사회분야의 경우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엠게우), 민족우호대학교(루데엔), 국제관계대학(므기모), 뿌쉬킨언어대학 등, 예술분야의 경우 모스크바차이콥스끼국립음악원, 슈킨연극대, 그네신음악대 등, 이공계의 경우 모스크바국립항공대학(마이), 모스크바국립항공기술대학(마찌), 모스크바기술대학(바우만) 등에 특히 많은 한국유학생이 분포하고 있다.

강의 최종시험은 교수와 일대일 응답으로

모스크바국립대 전경. 출처 : http://www.msu.ru
러시아 대학에서의 독특한 교육방식은 한국학생들에겐 그동안 익숙하지 않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으로는 역시 언어의 문제이다. 러시아어는 매우 복잡한 문법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도 배우기가 쉽지 않은 언어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외국인들은 “처음 외국어로 영어를 배울 때에는 영어가 싫었지만, 러시아어를 배우고 나서 영어를 사랑하게 되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배우기 힘들고 더딘 언어이다. 따라서 언어를 준비하는 첫 단추부터 학생들에겐 상당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된다.

둘째, 대부분 교수님들은 강의시간에 필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학생들에게 받아 적도록 말하고 문장을 읽어 내려간다. 이는 듣기가 어느 정도 잘 되는 고학년들에게도 여전히 고역스러운 일이다.

셋째, 각 과목 최종시험은 일반적으로 전부 구두시험이다. 시험은 모두 일대일로 진행되며, 들어온 학생에게 교수 앞에서 표를 뽑도록 하고, 그 표에 나온 질문에 대해 답을 구두로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답을 하는 학생에게 교수가 추가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업일수, 리포트, 세미나, 실험 등의 충족조건이 통과되어야 최종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최종시험에 떨어진 학생은 다음 시험일정을 잡아 다시 응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의 대학에서는 학기말이 되면, 한국에서처럼 동시에 진행되는 필기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복도에서 자기 시험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인유학생들도 이공계기피

소위 ‘이공계기피현상’이라는 것이 한인유학생사회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유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공계생의 경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러시아 국내의 문제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러시아의 경우도 급격한 자본화의 진행으로 인하여 학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큰 업적을 세운 사람들은 영웅칭호는 물론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에 대한 낮은 처우로 인하여 과거와 같은 자긍심을 느끼기가 어렵다. 이공계 졸업 후에도 금융권 등 타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치, 경제적인 교류와 비교하여 볼 때, 아직까지 러시아 대학과의 교류활동은 대단히 미미한 편이다. 서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는 영미식 교육제도에만 익숙해져버린 우리대학과 사회가 또 다른 형태의 교육제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리에게 열려 있지 않았던 우리에겐 다소 낯선 새로운 형태를 가지는 지식의 보고이다. 얼마나 유연한 마음으로 선별하고, 교류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하성업 / 러시아통신원· 모스크바국립항공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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