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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狂不及, 존재로 가르쳐라”
“不狂不及, 존재로 가르쳐라”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3.26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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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허숙 경인교대 총장

“우리 학생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수준이 높다.”
許菽 총장(58, 사진)은 경인교대 학생들이 “수재급”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교에서 몇 등 안에 들어야 올 수 있다”고 자랑한다.
“옛날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가 되고 있다”는 허 총장은 교육계의 앞날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교사들이 보다 큰 포부를 지니고 사회각계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질문에 허 총장은 “세계적인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교사로서 국제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교육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허 총장은 1980년 교수로 부임하면서 인천교대와 연을 맺었다.
2005년 총장이 되기 전까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조언해왔다. 또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관리부장을 맡기도 했다. 교육과 연구 전반을 아울러온 허 총장은 총장 취임 직후, 교수들의 수업시수를 9시간으로 격감시켰다. 교수들의 강의 부담을 줄이고 연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연구를 통해 강의의 질을 높여 우수한 교사를 길러내 초등교육 전체의 질을 높인다는 생각에서다.

교과별 교육학 전문가를 확보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는 그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초등교원의 수업시수가 주 30시간에 달하는데 선생님들이 어떻게 교재연구를 할 수 있나.” 허 총장은 초등학교도 전담교사제로 전환해 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최소한 22~25시간까지 줄여 교사가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교원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에 허 총장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오히려 기회”라고 답했다. “교사 당 학생 수를 1명 줄이는데 8천만 원의 예산이 든다. 지금 학급 당 인원수가 45명 선인데 이런 때에 오히려 교원을 더 충원해서 3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 2002년 시작된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 사업이 고등학교에서 부터 시작돼 초등학교까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교육여건은 초등학교부터 개선되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여건 개선에는 교육당국자들의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했다.

허 총장이 교사들에게 말하는 ‘가르침’을 물었다. “모두 다 가르쳐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그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빌어 “초등학생들도 지식이나 테크닉이 많은 교사는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열정’있는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꼭 집어 말했다.
허 총장은 그래서 학생들에게 ‘不狂不及’을 강조한다. “교단에 서면 미쳐야 한다. 온몸으로, 존재로 가르쳐야 한다.” 허 총장은 “교직은 인생이지 직업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행 중등교원양성의 개방체제에 대해서는 “교사직을 마치 자격증처럼 생각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교사가 되겠다는 목적의식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초등·중등을 막론한 종합적인 교원양성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대담=이영수 발행인, 정리=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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