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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중국산책 (27회)_中지도자들의 전략과 전술
이중의 중국산책 (27회)_中지도자들의 전략과 전술
  • 이중 전 숭실대 총장
  • 승인 2007.03.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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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알면 중국 간 한국기업 미래가 보인다

   중국은 고래로 병법과 전략에 강하다. 孫子兵法, 六韜三略 등등 그 방면의 명품도 많다. 모택동은 이 방면에 통달했다. 모택동만이 아니다. 오늘의 중국도 전통적인 중국 고래의 전략 전술을 잘 활용한다. 1939년에 모택동은 홍군대학을 위해 3개의 교훈을 내려 보냈다. 1) 견정하고 정확한 정치방향, 2) 간고하고 소박한 공작 작풍, 3) 영활하고 기동적인 전략 전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영활성과 원칙성의 통일이라 하겠다. 모택동이 일찍이 흐르시초프 앞에서 등소평을 가리켜 ‘원칙성도 강하고 영활성도 강한 인물’이라고 평한 말은 유명하다. 결국 중국의 현대사는 모택동 다음에 등소평의 시대가 예비 되어 온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가 되었다. 원칙성과 영활성에 특출한 당대의 전략가 두 사람이 차례로 국가경영을 맡아서 오늘의 중국을  일구어 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모택동 전략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략상에서 적을 멸시하고, 전술상에서는 적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멸시해야 상대에게 겁 없이 덤벼들 수가 있다. 그러나 상대를 어려워하고, 상대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다. 그가 늘 질책하고 비판했던 것이 右傾 패배주의와 左傾 모험주의였다. 우경 기회주의는 적을 호랑이 대하듯 겁부터 내 감히 싸우려 들지 않는 것이고, 좌경 기회주의는 맹목적으로 싸우는 것만 생각하지 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동료나 부하들에게는 이론가이자 전략가인 동시에, 그의 선배나 스승들에게는 행동가이며 실천가로 통했다. 
  

원칙성과 영활성에 특출한 당대의 전략가 모택동 동상의 모습.

한국 기업의 중국진출도 이러한 전략 차원에서 훑어보면 재미있다. 三星 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4월 하순경, 6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그는 95년 4월, 중국의 釣魚臺 국빈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을 해서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백번 들어도 옳은 말이다. 전략 개념에서 보면 4류 정치를 5류로 내리고, 2류 기업을 1류로 끌어올려도 된다. 요즘에 와서 그는 한국의 위상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로 비유하여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은 앞서 가고, 중국은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10년 뒤의 한국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깊은 근심을 드러냈다.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있는 나라이고, 중국 역시 우리를 추월하고 말 터인데, 그것이 우리 팔자 아니겠느냐, 지정학적 운명이 아니겠느냐고 지레 체념부터 앞세울 수도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이 밉다 하여 조선조 말엽까지  朝貢을 바치다시피 했던 중국에게 새삼스럽게 엎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작금의 국가현실이 어둡기만 하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것이 바로 패배주의이다. 버려야 할 유산인, 대륙세력에 대한 복속이 21세기에 들면서 회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의 삼성이 반도체에서 세계시장을 이끌어가고 한국을 먹여 살리는 것도 전략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후발인 반도체 개발을 시도했을 때, 정부는 물론 삼성 안에서도 반대가 많았었다. 이병철 회장이 밀어붙였다. 전략면에서 보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발 국가들에게서 겁을 먹지 않고 용감하게 대들었던 것이 성공의 단초였다면, 이건희 회장은 전술면에서 단순한 낙관주의나 모험주의를 배격하고  꾸준히 이기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한국 반도체 우위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해 말까지 이미 50억 달러(약 4조 7,500억원)를 중국에 투자했다. 강소성 소주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26개의 투자기업이 중국에 있다. 삼성 전자는 또한 내년 8월의 북경 올림픽의 공식 후원자이다. 북경 올림픽 마케팅도 이 회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만이 아니라 LG와 현대, SK 등 굴지의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국에 진출해서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환경의 급변으로 말미암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대기업은 나름대로 자구책과 경영전략을 통해 중국에서의 기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내다보는 것은 13억 인구가 가지는 막대한 구매력이다. 생산원가의 절감에만 매달려야만 하는 중소기업과는 상황이나 목표가 다르다. 쉬운 대로 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만 하더라도 중국의 하이얼 같은 거대기업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중국 내 매출액에서는 역시 중국 제품이 판을 친다. 그러나 삼성이나 LG의 브랜드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면 한국 내수시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물량을 팔수가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상해에 거점을 둔 辛라면의 農心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전체 물량에서는 중국 라면기업에 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품의 차별화 전략으로 중국인의 라면 기호를 자극함으로써 중국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어지간한 시골 마트에도 농심의 끓이는 신 라면과 컵라면이 진열되어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흐뭇하다.    

   한국의 샌드위치 처지는 매우 심각하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4-5류 답게 전략 측면에서 전혀 접근하지 않고 있는 인상이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운운하던 큰 목소리는 어느덧 간 곳이 없다. 원래부터 전략 부재의 헛구호였던 것이다. 동북아시아 3강 운운하는 말도, 백번 들어도 듣기엔 좋은 소리이지만 한국의 경제력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가설이다. 일본을 영원히 따라 잡지 못하고, 중국에게도 머잖아 추월당하고  만다면 경제력의 낙후는 곧바로 국가 위상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또한 잊고 싶은 치욕의 역사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유럽 공동체와 같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정치, 경제공동체를 구상하는 견해도 있으나 나는 불행히도 이러한 전망과 구상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회의론자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나, 일본의 독도, 정신대 문제 등에 대한 대응에서 한국은 전략 부재,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 소총수 역할만 열심히 해오는 인상이다. 중국은 일본을 공격할 때, 포격으로 한 방씩 날리는 데 비해 한국 정부나 언론의 반응은 소모적인 소총 공격으로 중국인들의 카타르시스까지 대행하는 것 같다.

   일본은 독도, 정신대 문제 등으로 계속 한국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동북공정이다 뭐다 하면서 한반도의 역사적 정체성에 시비를 거는 모양새다. 이런 시비들이란 원래 당사국들 사이의 국력에 따라 부침하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사이에는 오랜 역사의 관행과 원한이 뒤섞여 있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뒤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할 때까지 실질적으로 한반도를 지배했다. 중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잊고 싶은 치욕의 역사이지만 왕년의 지배국들은 그런 추억의 반추를 즐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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