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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집대성 위해 남지만 지원 없는 '名譽' 뿐
연구 집대성 위해 남지만 지원 없는 '名譽' 뿐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3.16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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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_정년퇴임, 그 이후 ①명예교수 제도

매년 500여명 이상의 교수들이 정년퇴임으로 연구실을 비운다. 대학에선 짧게는 15년, 길게는 25년 이상 학교에 머문 이들을 위해 정년퇴임 교원 대부분을 명예교수로 위촉하고 있다. 그러나 명예교수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그간의 성과를 집대성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학교의 무관심 속에 연구 의욕이 꺾인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0년 이후 정년퇴임자는 4천9백여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도(2006년 4월 기준) 800여명이 정년퇴임했다. 정년퇴임한 이들 대부분은 “쉬고 싶지만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기 위해 연구소를 차리거나 저술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학에선 원로교수 예우차원에서 명예교수 제도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강원대, 명예교수 ‘종신직’으로 바꿔

강원대는 지난해 8월 학교 규정을 고쳐 5년 임기였던 기존의 명예교수직을 종신직으로 바꿨다. 한 번 전임교원으로 임용 되면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정년퇴임 이후 명예교수직으로 전환된다. 학교 측은 “상당기간 학교에 봉직한 이들을 예우한다는 의미에서 5년마다 재추천하는 절차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명예교수가 돼도 강의를 맡을 수 있지만 70세 까지다. 강원대 관계자는 “명예교수가 70세 이상이 되면 순수 명예직이 돼 강의를 맡지 못 한다”며 “67명의 명예교수 가운데 강의를 담당하는 이들은 10% 정도다”고 말했다 

전남대의 경우 전임교원 중 20년 이상 재직한 이들이 명예교수 대상이 된다. 교수회의를 거쳐 인사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명예교수로 위촉되는데, 학교 관계자는 “평균 90% 이상이 명예교수가 된다. 특별 수당은 없고 강의를 맡을 경우에만 강의료가 지급 된다”고 설명했다.

명예교수 10% 내외 강의 맡아


충남대는 15년 이상 근무한 전임교원 가운데 추천을 받아 명예교수를 임명한다. 현재 100여명의 명예교수가 있지만 10% 내외가 한두 개 교양강의를 맡고 있다. 교무팀 관계자는 “명예교수가 강의를 많이 맡고 있진 않다”며 “강의료는 시간강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간당 3만 5천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역시 정년퇴임자 대부분을 명예교수로 추대한다. 석좌교수 초빙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년퇴임자 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포함해 그 대상이 다양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를 주로 석좌교수로 임명 한다”는 게 공통의 설명이다. 

고려대는 25년 이상 근무한 전임교원(83년 2월 28일 이전 임용된 자는 20년) 가운데 인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명예교수직을 부여한다. 명예교수와 별개로 고려대는 최근 내부인사 6명, 외부인사 7명 등 13명을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교무팀 관계자는 “석좌교수는 정년퇴임 여부와 관계없이 학문적 업적이 인정될 경우 추대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전임교원으로 25년 이상 근무한 이들을 명예교수로 위촉한다. 자격심사 과정은 없고 70세까지 강의를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엔 공식 강의를 맡지 않는다. 급여수준은 시간강사와 비슷하다. 지난해 19명의 정년퇴임자 중 16명이 명예교수가 됐다.

정년퇴임 이후 석학예우 소홀

대부분의 대학이 명예교수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년퇴임 이후에도 4~5년간 학교에 남아 교수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명예교수 임명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이름뿐인’ 명예교수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학교 측도 “명예교수 숫자가 워낙 많아 이들에 대한 연구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본인이 사양하는 경우를 빼고 전부 명예교수가 된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명예교수 제도 외 정년퇴임자를 위한 정책이 전무한 상황이라 연구 성과를 정리할 시기에 오히려 연구실을 비워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명예교수가 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 100명 중 95명이 명예교수이고 앞으로 그 수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도 명예교수에 대한 처우를 확대하면 좋겠지만, 투자해야할 교수에게도 투자를 못 하는 상황이다. 예산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화여대는 이와 관련해 ‘강의 명예교수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명예교수가 되면(20년 이상 근속한 전임교원 중 심사를 통해 위촉) 강의를 안 맡는 게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관련 제도를 마련해 교양강좌를 맡기는 경우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두 명의 명예교수가 강의 명예교수 제도를 통해 교양 강의를 맡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2년 전 정년퇴임한 한 교수는 “명예교수가 돼서 강의를 맡아도 70세가 넘으면 그나마 하던 강의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도 제반시설과 학교 측의 지원이 없어 그냥 포기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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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학 2007-03-20 15:37:36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젊은 시간강사들조차 강의자리가 없어 난리인데
명예교수가 담당할 강의가 모자란다는 얘기는 좀 너무 한 것 아닐까요.
명예교수 한 분이 강의를 맡으시면,
젊은 강사 한 사람,
바로 그 명예교수님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의 강의가 없어진다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그리고 연구성과 정리와 집대성을 왜 하필이면 퇴직후에 하려고 합니까?
환갑 넘은 교수에게 학과 업무가 과중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환갑 즈음해서 정리 시작하면 퇴직할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정년퇴임기념으로 출판하면 후학들에게 폐도 끼치지 않고 얼마나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