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30 (금)
시서화의 鄕, 옛 문인들의 정취 가득
시서화의 鄕, 옛 문인들의 정취 가득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3.09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비평 (1)서예실, 회화실 1· 2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이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지 1년이 넘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이전의 유물을 수집, 보관하고 일부만을 전시하는 창고의 개념에서 관람객을 위해 유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문화 컨텐츠를 제공하는 21세기형 박물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복궁 시절보다 규모가 3배나 커진 박물관에는 어떤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각종 전시를 통해 무엇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있는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총 15만점에 달하고, 현재 전시 중인 것은 1만 1천여 점이 넘는다. 각각의 전시관을 관람할 경우 한번 꼼꼼히 훑는 데만도 총 1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각 전시실별 기획의도와 주요 작품구성에 대해 살펴보며 박물관의 감상법과 숨은 유물들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또, 각 전시실의 담당 학예연구사를 통해 박물관의 전시 철학과 기획 의도 등을 묻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첫 번째 순서로 한국 문화의 정수인 서예와 회화를 전시하고 있는 서예실과 회화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덕대왕 신종을 탑본한 모습.

조선왕실의 묵향을 맡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2층에 있는 미술관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서예실을 만나게 된다. 서예실에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서예가들의 필적을 비롯해 비석이나 탑본 등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박성원 학예사는 “관객들이 1층을 감상한 뒤 다소 지칠 무렵, 2층에 올라와 문인들의 글씨를 감상하고 그 정취를 느끼며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조선 왕실의 서예 작품들을 통해 조선시대 서예의 흐름을 파악하고, 글씨에 담긴 예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상과 정신세계까지 느껴볼 수 있다.

임금으로 대표되는 왕실의 서예는 당시 가장 기본이 되고, 모범이 되는 서풍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조임금의 글씨와 그의 지원을 받은 한석봉의 글씨를 비롯해, 조선시대 각 시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외에 통일신라 시기의 書聖 김생의 글씨를 모아놓았다는 태자사 낭공대사 비석과 성덕대왕신종의 글씨 탑본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古代의 書風도 엿볼 수 있다. 또 <몽유도원도>에서나 그 필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안평대군의 글씨가 탑본첩에 남아있어 그의 필체를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다. 경복궁 시절 석조 유물로서만 평가되던 <어필석각>의 경우, 서예 유물로서 새롭게 재평가 받아 전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서예실에서는 종이로 쓰여진 것만 서예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각종 비석과 금석문들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서예’라는 것이 반드시 종이에 쓴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석이나 금석에 쓴 것도 서예의 한 분야를 차지한다. 각종 조형품 안에 있는 글씨들이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그러한 흔적들을 살펴보는 것도 서예 감상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박은순 덕성여대 교수(미술사학)는 “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한 후 경복궁 시절과 달리 서예실이 회화실로부터 독립해 석조물의 글씨를 중요한 서예 유물로 재평가하고 주목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박 학예사는“현재 서예실은 조선시대의 작품이 중점적으로 전시되어있지만, 향후 중국의 탑본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한국 작품과의 비교해 보는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혀 기대된다.

 

작품의 보존 위해 일년에 12번씩 작품 교체

이어서 입체적인 조각품보다 전통 회화를 어렵게 느끼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회화실의 도입부로 발걸음을 이동해 보자. 이 공간은 전통회화에 대해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전통회화에 쓰인 안료나 화보, 낙관에 대해 패널로 설명하고, 실례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소이다.

즉, 전통회화를 알기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사항들을 정리하고 있어 작품의 감상보다는 교육적인 면을 염두에 둔 장소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회화실을 담당하고 있는 장진아 학예사는 “입체적인 조각품들에 비해 회화를 감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아 중고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고 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시각의 <북새선은도권>은 화려한 청록산수의 그림인데, 작품 옆에 광물, 식물 등의 채색 재료와 원료들이 놓여있어 그림 제작의 방법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종의 옛 회화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중국 화보인 <개자원화전>과 심사정의 화조화가 함께 놓여져 있어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조선시대 뛰어난 화가들도 그러한 중국의 화보를 보고 연습하고, 또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회화실은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 다양한 화풍과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회화실의 경우 회화의 다양한 분야를 화목별로 각각 구분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됐던 청록산수전은 안타깝게도 12일에 막을 내렸고, 오는 13일부터는 심사정의 <산수도>, <오진의 뜻을 따른 산수>와 윤덕희의 <산수인물화첩>, 조세걸의 <산수>, 정순명의 <청록산수> 등이 새롭게 교체 전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다른 유물에 비해 전시 교체 시기가 잦은 이유는 회화류가 다른 유물에 비해 빛이나 습기 등 자연 요소에 의한 훼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서양회화의 경우 유화로 그려져 작품의 망가짐이 오히려 적은데, 동양회화는 보존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사안이다.

이수미 학예관은 “한국 최고 수준의 작품을 항상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섭섭해 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회화실의 특성상 전시품을 자주 교체해야하므로 A급 작품과 B급 작품을 골고루 전시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박물관의 회화실은 자주 방문하며 감상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회화실 감상법의 첫 번째가 될 수 있겠다.

산수화실을 지나서, 이동하면 화조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여러 화조화가 전시되어 있지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장승업의 그림이 눈에 띈다. 장승업이라면 우리에게도 취화선이라는 영화라 잘 알려져 있는 친숙한 화가다. 길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그의 그림에는 좋은 의미만을 담은 물건들이 긴 그림에 줄줄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 그림을 선물 받은 이는 아마도 좋은 일만 생기리라 믿었을 것이다.

인물화실에서는 영정이 서원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모형의 영당을 설치해 부각시킨 점 등, 최근 회화사 연구의 성과가 반영된 점이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스토리나 주제를 담고 있지 않으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품을 보여주다 보니 산만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 이 학예관은 “그간 학예사들이 연구했던 성과들을 주제로 묶어 전시실 내에 테마전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청록산수전이 끝남에 따라 다음 회화실의 테마전은‘초상화 초본展’이라는 주제로 오는 7월 24일부터 회화실의 인물화 전시공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학계에서는“궁중회화실과 민화실이 한 장소에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며, 궁중회화와 민화라는 개념의 정의와 범주를 명확히 해 전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학예사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의 한계와 같은 작품을 일년 안에 두 번 이상 전시할 수 없는 등, 작품선정에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물관은 서화실에 소장품목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은 <서화유물도록>을 지난 91년부터 현재까지 총 14집을 출간했다. 이 도록은 각 대학 도서관 및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미 학예관은 “향후 회화실은 주로 공개 되지 않던 작품들과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을 공개해 전시에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