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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의 문화적 의미
지방분권의 문화적 의미
  • 이정덕 전북대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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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11:00:10
이정덕 / 전북대·문화인류학

지역의 모두가 서울을 바라보고 있다. 지방의 자치단체장도, 대학 수험생도,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후보들도,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 졸업생도, 사업가도, 예술가도, 언론인도, 교수도 모두 서울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에 자주 올라갔다 오고 서울의 누군가를 자주 만나는 사람이 지방에서도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서울은 지방이면서 중앙이고 또한 중앙정부가 위치한 복합적인 곳이다. 이러한 서울의 비대화로 인구밀집, 주택난, 교통체증, 환경오염으로 주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서울에 핵심을 빼앗기고 있는 지방도 아주 힘들다. 핵심산업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일자리가 부족하여 우수한 학생들은 모두 서울로 가고, 중요 상권도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이 장악했고, 은행이나 신탁에 저축해도 돈이 서울로 빠져나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행정, 재정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자체에 많은 능력과 가능성이 생겨야 지방경제활동, 언론활동, 지적 활동도 강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적 활동도 강화될 것이다. 분권화 운동은 지방민이 스스로의 삶과 의미를 생산하고 규정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등장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갈무리하는 인간으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서울에서 생산한 문화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생산자/소비자를 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든 중앙정부로부터 정치, 경제적 분권화를 빨리 성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과서 내용, 역사교육, 문화정책, 문화재정 등에서 지방분권화를 대폭 강화하고 문화기관, 예술기관, 대학, 문화산업 등의 지방배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한계속에서 지방민의 문화적 주체성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 중앙을 바라보는 문화정책이 아니라 주체적인 지방을 만드는 문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전라남도의 전석홍 전지사처럼 지방문화, 역사를 적극 발굴하여 지방이 주체가 되는 문화정책을 대폭 확장하여야 한다. 현재의 지방문화정책들은 각종 시설과 대규모행사(특히 축제)에 집중하여 주민의 주체적 참여를 제대로 끌어내거나 또는 지역의 독자적 정체성 확보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지방언론이 중앙중심을 탈피해야 한다. 특히 방송국이 지방사정에 더욱 밀착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경제의 중앙종속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세상을 매개해주는 언로가 우리를 더욱 중앙중심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중앙신문과 방송만 보고 지방 언론을 잘 보지 않는 우리 지방독자들 탓이기도 한다.

셋째로 왜 지방대 교수들이 서울만 또는 서울을 중심으로 연구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지방에 대한 연구, 활동을 대폭 늘려야 한다. 지방대는 지방사, 지방문화, 지방환경, 지방정치 등을 전공한 교수를 대폭 채용해야 한다. 이들 분야가 2류 학문분야처럼 다루어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서울출신 지방대교수들도 자기대학이 있는 지방에 대한 관심을 대폭 증대시켜야 한다. 지방에서 무엇을 하려면 관련전문가들이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서울전문가가 지방을 모르면서 지방의 계획을 짜고 방향을 설정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들이 서로 비슷해지는 붕어빵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넷째로 가장 희망적인 것은 시민문화단체나 시민의 문화활동이 지방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참여하는 시민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활동으로 지방문화정책에 있어서나 지방문화활동에 있어서 지방문화의 주체성 확보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시민문화활동을 더욱 부추기고 지원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지방의 문화적 능력을 키우고 주체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아무리 해도 정치경제의 분권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문화적 분권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자체의 변화노력과 더불어 중앙정부에 분권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하여야 한다. 영국의 분권화가 우리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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