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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반구대 암각화 전시관 공사 강행
울산시, 반구대 암각화 전시관 공사 강행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3.0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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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문화재가 뭔지부터 생각해라" 고언

울산시 두동면 천전리에 소재한 '반구대 암각화 선사문화전시관' 건립부지 현장.  7년 동안 건립여부가 불투명했던 전시관 문제는 울산시가 지난 1월 25일 공사를 착공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구대 암각화 선사문화전시관(이하 전시관) 건립 부지 선정에 대해 학계와 문화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울산시가 지난달 25일 공사를 강행, 물의를 빚고 있다.

울산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변영섭 고려대, 박희현 서울시립대)와 한국미술사학회·한국암각화학회·문화연대 등은 감사원에 문화관광부의 집행 예산 감사 및 세계적인 유적지 훼손에 대한 정책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변영섭 위원장은 “물 속에 잠겨있는 반구대 보존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도, 울산시는 반구대를 더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연댐 상류 부근에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려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선사문화전시관 건립공사를 앞두고 공사안전기원제를 지내는 모습.

이번 사안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홍준 청장이 친환경적인 전시관 설계안을 제시했으나, 학계와 문화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중재를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희현 위원장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존재하는 문화재청이 반구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외면한 채, 건물 설계도만을 바꾸자는 제안이 무슨 중재인가”며 반박했다.

김정희 원광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현 6백50m 떨어진 전시관 건립 위치를 1.3km 떨어진 주차장 부지로 변경하자는 것”이라고 학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장길원씨(울산시청 관광과)는 “반대단체가 주장하는 전시관 설립 대안 장소는 공간이 협소하고 인근 임야가 급경사라 부적합하다”며 “문화재청에서도 최적지로 결정된 장소에 일부 학회가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위원장은 “전시관 설립 반대로 학계에 돌아오는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반구대를 지키기 위한 학계의 진정성을 문화재청은 간과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계에서는 유홍준 청장이 지난 해 5월 말 열린 간담회에서 “이미 건립부지가 결정된 상황에서 건물업주들도 생각해 줘야할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며, “문화재청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어떠한 권한도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해 말 반구대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심사를 집행한 바 있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이상해 위원장(성균관대)은 “반구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려면 우선 물에서 건져내 훼손을 막고, 반구대 뿐만 아니라 선사문화권인 천전리까지 보존지역으로 확대시켜, 이 지역 내에 인위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해 학계와 울산시 간의 의사소통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반구대 훼손 우려를 둘러싸고 학계와 문화계가 반대하는 가운데 울산시가 공사를 강행함에 따라 7년 동안 건립여부가 불투명했던 전시관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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