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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파괴적 근대화 단상
물에 비친 파괴적 근대화 단상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2.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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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 『한국의 근대화와 물』(홍성태 엮음, 한울아카데미)

물은 주변에서 늘 구할 수 있고 그래서 사소하다. 물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생소한 지금, 물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게다가 물에 비춰 한국의 파괴적 근대화란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보자는 문제제기까지 듣게 되면 다소 당황스럽다.

‘한국의 근대화와 물’은 물을 통한 근대화 보기를 시도한다. 물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물이라는 자연의 일부는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낯설음은 어느덧 물과 근대화의 ‘뗄 수 없는 관계’에 관한 이해로 바뀐다. ‘물은 자연에 속하지만 그 이용에 있어선 공기와 달리 인공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전제에서이야기는 출발하기 때문이다. 

“물 이용 방식의 변화야말로 일상의 근대화를 뜻한다”고 말한 저자는 “사회적 노력을 통해 물 이용이 한결 쉬워진 대신 우리가 잃은 것 또한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물과 ‘한국적 근대화’의 연관성도 고개를 든다. “한국 사회가 식민 시대와 급속한 근대화를 겪는 과정에서 물의 사용과 관리 체계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적 정책이 근대화란 명목으로 물을 망가뜨리고 다시 수질개선사업이란 이름으로 뒤늦게 물 복구정책을 펴는 부분에 이르러선 기술과 자본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물 사용의 형평성과 함께 물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댐 마피아’문제도 꼬집는다.

 
결국 물을 통해 근대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물을 둘러싼 우리 문화 전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환경 전문서인 동시에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또한 현장 활동가, 연구자들이 기록한 환경실태와 댐 건설 현장 근처의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책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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