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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모임]제주대 ‘수요집담회’
[향기있는 모임]제주대 ‘수요집담회’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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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0 00:00:00

이름 그대로 ‘수요일에 함께 모여 말하는 모임’인 ‘수요집담회’는 제주대학교 인문대 교수휴게실에서 탄생했다. 점심식사 후 휴게실에 모여 차 한잔 나누다보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고, 한 두 마디씩 보태기 마련이다. 강의 내용, 제자들, 가정 문제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쉬는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말’을 나누기를 여러 차례. 누군가가 ‘휴게실에 모여 이럴 게 아니라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을 나누자’는 제안을 했고, 논의 끝에 학기 중 2주에 한 번, 혹은 3주에 한번씩 수요일 저녁에 모여 본격적인 말잔치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수요집담회’는 올해로 7년째.


간사를 맡고 있는 박전홍 교수(수의학과)는 모임의 성격을 한 마디로 “마을 정자나무로 마실 나온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만나자는 약속이 따로 없지만,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마을 사람들이 어느새 모여들듯이 수요집담회 또한 정해진 약속이나 규율이 없다. 회장도 없고 회칙도 없으며 전공 제한도 없다. 그 주의 발표자가 주제를 정해 모임 공고를 올리면, 그 공고를 보고 관심 있는 교수들이 모이고, 2시간 가량 주제발표를 듣고 나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진다. 언뜻 모임 유지가 불안정해 보이지만, 한 학기에 일고 여덟 번씩 평균 15∼20명 정도 꼬박꼬박 모여 모임을 이어왔다.


‘판소리’, ‘술’, ‘여성의 사회진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 ‘술과 생활’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교수는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아 참석한 이들을 놀라게 했고, 토론이 끝난 뒤 ‘폭 넓은 시음’을 통해 내용을 ‘보완성숙’시키기도 했다고. 이렇듯, 정해진 규칙 없이 7년이나 모임이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때문이다. 박 교수는 수요집담회의 성격을 ‘자율’과 ‘자연스러움’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모임의 초창기부터 참여해왔고 6대 간사를 맡았던 김혜연 교수(가정관리학과)는 “교수사회가 단세포적으로, 전공별로 고립되어 있기 쉬운데 학문의 자유로운 공유를 통해 인식의 영역을 넓히고, 동료 교수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며 수요집담회를 의미를 평가했다. 학교 발전에 도움되는 의견들을 제시하기도 해서 학교측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집담회는 지원을 거절했다. 어디까지나 교수들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모임이기 때문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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