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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유치 위해 불법 수단 동원 … 명성 값 못해
학생 유치 위해 불법 수단 동원 … 명성 값 못해
  • 박나영 객원기자
  • 승인 2006.12.2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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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가 : 부실 운영으로 몸살 앓는 해외 명문대학의 분교

미국 피츠버그대에 재직하던 마이크-프랭크 에피트로폴로스 교수는 지난 2005년 인디애나폴리스대 그리스 분교로 전근했다. 남은 여생을 모국인 그리스에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 그러나 그의 희망은 단 6개월만에 산산조각났다.

인디애나폴리스대 그리스 분교는 말이 대학이지, ‘학문적 정의’ 같은 것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행정 직원들은 썩어 빠질 대로 빠져 있었다. 등록금을 챙기기 위해 입학 자격이 미달되는 학생에게도 입학 허가를 내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고교 과정도 채 마치지 않은 학생, 이수과목을 다 채우지 않은 학생, 기본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디애나폴리스대 그리스 분교였다.

‘본교’의 명성을 입고 태어나는 ‘분교’들. 더욱이 최근에는 국경을 넘어 해외에 자리를 잡는 분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 수많은 분교들은 과연 그 명성 값을 하고 있는 것일까.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 지는 지난 15일 ‘그리스 분교, 비난의 물결로 뒤덮이다’라는 제목 하에 해외 분교 운영 실태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크로니클 지의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폴리스대 그리스 분교에서는 교수들의 자유로운 발언권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 대학 학과장은 교수 회의를 소집했다 봉변을 당했다. 학장인 바실리스 보토폴로스 교수가 회의 소집 건으로 학과장을 힐난하며 회의에서 논의된 그 어떤 사항도 문서에 기록하지 말 것을 지시했기 때문.

에피트로폴로스 교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교수들이 커리큘럼이나 학생 평가 기준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는 6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그리스대와 영국 전문대에서 시간강사로 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곳, 인디애나폴리스대 그리스 분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믿을 수 없다”고 크로니클 지에 털어 놓았다.

그렇다면 인디애나폴리스대 본교는 5천4백마일이나 떨어진 이 분교의 학사와 행정 운영에 어느 정도나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 분교에 ‘인디애나폴리스대’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여도 될 정도의 최소한의 통제력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크로니클 지의 보도에 따르면 답은 “NEVER.” 학장과 몇몇 측근들이 등록금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교육기관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지 오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불법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18세 이상의 그리스 남자라면 군복무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이용, 대학에 등록하면 군복무 시기를 늦추어주겠다며 학생들을 유혹하는 것. 물론 인디애나폴리스대 본교, 즉 미국 캠퍼스에 등록하는 경우 군복무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 대학에서 그리스 분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주는 등록 허가서에 ‘그리스 분교’라는 말을 슬쩍 빼 고의적으로 혼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분교를 설립하는 대학들은 점점 늘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크로니클 지는 ‘캠퍼스 확장’과 ‘통제력 확장’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이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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