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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 전문대 교수의 현주소② - 연구·교육환경
집중진단 : 전문대 교수의 현주소② - 연구·교육환경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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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5:45:23
올해 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정종택 충청대 학장, 이하 전문대협)가 발간한 ‘전문대학교육지표연구’에 따르면 99년 현재 전문대에 재직하고 있는 전임교수는 모두 1만8백48명, 이중 39.1%(4천5백95명)는 박사학위, 55.8%(6천5백67명)는 석사학위 소지자다. 전체인원 중 석사학위 소지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박사 학위소지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몇몇 전문대의 경우 실무경험이 중시될 분야를 제외하고는 신임교수 대부분이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다. 그러나 강단에 진출하는 교수들의 학력이나 연구역량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교육여건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컴퓨터 수리에 실습실 관리까지

1998년 현재 전문대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73.37명. 국내 초·중·고등 교육기관을 통 털어 가장 높다. 교양은 물론 전공까지 1백명 이상을 수용하는 강좌가 적지 않다. 학과당 교원수도 1980년 5.71명, 1990년 5.84명이던 것이 지난 1998년에는 2.82명으로 뚝 떨어졌다. 강사료가 시간당 평균 1만6천원이다 보니 시간강사를 구하는 것도 수월치 않아 전임교수들의 주당 강의시수가 법정 규정 시수 9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예사이다. 전문대협 관계자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주당 17시간 내외의 강의를 부담하고 있고 일부 지방 전문대 교수는 24시간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 교수들의 강의부담은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볼 때 더욱 심각해진다. 대학원이 없고 1, 2학년만으로 이뤄진 전문대 구조상 조교를 두기도 어렵다. 따라서 실습을 포함한 모든 수업진행은 교수의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여건이 비교적 낫다고 평가받는 경기도 소재 신설 전문대의 경우도 교수가 직접 전산 실습실을 관리하고 있다. 송 아무개 교수는 “2주에 한번씩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는 일도 직접하고 있다”며 “학생 아르바이트를 두자니 미덥지가 않고, 직원에게 맡겨보니 야간실습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전문대 교수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비단 강의환경만이 아니다. 지난해 사립 전문대의 전임교수 확보율은 평균 39.1%. 직원 확보율은 65.5%에 머물러 있다. 대전지역 전문대의 직원확보율은 50%도 채 되지 않는다. 행정직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대학평가 준비, 각종 공문 처리 등 학과마다 부여되는 기본적인 업무들은 모두 전임교수들의 몫이다. 현장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도입한 산업체 겸임교수제를 많은 사학들이 경비와 교수확보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있는 것도 전임교수들의 부담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전문대가 교수들에게 가장 독려하는 업무는 신입생 유치에 관한 사항이다. 이미 일부지역의 경우 입학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하는 전문대들이 허다하다. 학교재정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사립 전문대의 경우 학생부족은 곧 대학운영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근본적인 교육환경개선 보다는 교수들을 신입생 유치에 동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최근 20여년간 재직해온 교수의 재임용 탈락여부를 놓고 교수, 학생과 학교당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톨릭상지대(학장 류강하)의 경우 교수업적평가에 ‘전년대비 신입생 유치 20%이상 증가시 3점, 전년대비 신입생 유치 10%이상 증가시 2점’이란 규정을 두고 있다.
아예 일부 전문대에선 교수들에게 모집인원을 할당하는 일도 빚어진다. 산업체 특별전형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 서울 소재 모 전문대의 경우 보직처장 20명, 학과장 10명, 전임이상 교수 5명씩의 인원을 할당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학교발전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부지역의 한 전문대가 100%인원 충원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속사정을 아는 전문대 교수들에게는 쓴웃음만 자아낼 뿐이다.

“등록금 만이라도 제대로 투자한다면…”

이렇듯 각종 잡무와 신입생 유치에 나서는 교수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전문대 교육을 위한 투자현실. 1999년 교육부가 실시한 ‘직업교육 재정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문대 학생들은 1인당 평균 3백21만원을 등록금으로 납입했고, 대학은 학생 1인당 2백96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 및 납입금 수준이 0.92로 산업대 등 다른 직업교육기관에 비해 가장 낮았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납입한 등록금조차 교육비로 제대로 환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여건이 개선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평 인덕대 교수협의회 회장(기계과)은 “사립 전문대들이 등록금만이라도 교육에 올바로 투자한다면 전반적인 교육여건이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한다.

<손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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