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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밴쿠버 과학기술학회 참관기
2006년 밴쿠버 과학기술학회 참관기
  • 안성우 버지니아텍
  • 승인 2006.11.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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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부터 닷새간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과학기술학회(Society for Social Studies of Science, 이하 4S로 약칭)의 연례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과학사학회, 그리고 과학철학회 등 세 학회의 연례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과학기술을 인문사회과학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었고, 세 학회를 합해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발표자 및 토론자만 합해도 약 1천5백여명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발표자 및 참석자로 붐빈 곳은 바로 4S의 학회장. 1975년에 창설된 4S는 사회학, 인류학, 여성학, 정치학, 철학, 역사학, 정책학, 언론학 등 다양한 분야들에서 진행되고 있던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각개약진을 넘어, 새로운 학제간 분야로서의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으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학회 기간 동안 정규 발표 세션만 156개, 세션 당 3개에서 많게는 8개의 논문이 발표됐다.

규모가 말해주듯 2006년 현재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거의 모든 주제들을 밴쿠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공학 연구, 연구 윤리, 나노 기술의 위험 평가,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와 시민참여, 생명공학의 사회, 정치적 이슈들, 보건 및 의학연구의 새로운 흐름, 제3세계에서의 과학기술, 에너지와 기후, 과학논쟁과 과학지식 형성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 등이 주요한 이슈로 다루어졌다.

모든 과학기술학의 관심을 망라한 학회장에서도 황우석 스캔들은 역시 중요한 화두였다. 황우석 스캔들과 관련된 독립 세션이 조직되었는데, 세션 조직책임자로 바쁜 여름을 보낸 김상현 박사의 노력 덕분이었다. ‘황우석 스캔들이 발생할 수 있었던 한국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4시간 30여분 가량 진행된 이 세션에서의 핵심 쟁점이었다. 농업기술 및 생명과학기술과 근대 국가형성 문제, 출산통제에서 줄기세포연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성의 몸에 대한 동원 등이 주요한 이슈로 제기되었다.

김병수와 고트바이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황우석 스캔들에 주목, 한국 생명공학 거버넌스는 파토스적 특성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외 다른 세션들에서 황우석 지지자들을 그저 동원된 대중으로 볼 것인지, 대중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기술학의 기존 이론틀이 적합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황우석 스캔들을 주제로 한 집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국민대 김환석 교수는 사건 전개과정을 소개, 분석하고 “기존에 이뤄졌던 과학기술학의 논의가 과학자 사회 규범문제나 연구 윤리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라고 지적했다. 그간 과학기술학이 과학자들의 사기 등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하버드 대학의 실라 자사노프 교수는 “황우석 사건은 과학기술학의 눈으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보다는 이 사건이 과학기술학에 어떤 교훈을 주느냐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라고 촌평했다. 사건에 대한 다각적인 의미부여 없는 개별적인 문제제기나 현상기술은 자칫 한국에서의 특이한 사건 정도로 황우석 스캔들의 의미가 축소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인상 깊은 토론이었다.

황우석 스캔들과 관련 세션에 참석한 마츠모토 미와오 동경대 교수(사회학)는 황우석 스캔들을 과학기술학 연구 전반에 의미 있는 사례로 보려는 노력을  학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2010년 4S의 연례학회는 학회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아에서 열린다. 바로 일본. 올해 박사과정 신입생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프로젝트를 준비해 발표할 수 있을만큼의 여유가 있다. 동아시아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이 진행할 연구들이 2010년에 하나의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이른 기대를 해본다.

안성우 / 버지니아텍 박사과정·과학기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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