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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 2000년, 우리학문의 고민과 활로<8>자연과학
연재기획 : 2000년, 우리학문의 고민과 활로<8>자연과학
  • 김정구 서울대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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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9 14:17:28

김정구 / 서울대·물리학과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몇 번의 역사적인 계기를 거쳐 정신적으로나 또는 물질적으로 혁명적인 큰 변화를 겪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16세기 종교혁명을 통해 인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류의 문예부흥기가 형성되었고, 18세기의 산업혁명은 자본과 노동력 그리고 근대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공업화를 추진시켜 인간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고 아울러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20세기초에는 새로이 태동한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전기문명의 발전, 교통수단의 혁명,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트랜지스터의 발명에 따른 전자산업 및 컴퓨터의 발전은 통신혁명을 가져와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변화의 시기로 인식되는 ‘지식기반사회’의 기틀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창조적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를 활용한 창의적이며 소규모 형태의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J. Schumpeter)의 말대로 건강한 경제란 평형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의하여 끊임없이 붕괴되고 재형성되는 것이며, 지식기반사회에서도 새로운 지식과 이를 활용한 기술개혁(innovation)은 21세기 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연과학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혁신을 위한 프론티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기초과학분야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올해 국제경쟁력에 관한 스위스 IM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력은 세계 22위, 기초과학의 척도인 국제 논문 발표 수는 세계 16위로 부상하였다. 또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 이미 6천여 개의 벤처회사가 설립됐으며 이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설립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초과학계에는 몇 가지 우려할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여러 매체를 통하여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민의 과학화를 위한 제도적 노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중등교육에서 과학과목의 교육은 취약해지고 있고, 또한 대학에서는 최근 학부제의 실시여파로 기초과학 학문분야의 지원생수가 감소 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의 이공계 학생들조차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목 수강을 기피하고 대신 산업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과목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창의성이 있는 교육이 미흡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학의 기초연구비가 편중되어 있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국가 연구비는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연구비가 대형화되면서 대부분이 응용 및 개발 연구등 실용적 연구에 편중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지식의 창조를 위한 프론티어 성격의 연구는 뒷전으로 밀리고 결과 위주의 연구가 주로 지원됨으로서 균형 있는 학문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위기의 지식기반시대의 연구환경 속에서 기초과학연구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제안하고 싶다.

첫째, 지식기반시대에는 대학이 사회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여야 한다. 대학은 창의적 우수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기초과목교육의 강화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함으로써 국가의 번영과 지속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둘째, 학제간 연구를 강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지식기반시대를 맞이하여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선형모델에서 상호의존형 모델로 변화되고, 연구개발이 점차로 복합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요구함에 따라 분야별 연구영역을 넘어서 학제간 연구 및 팀별 연구가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산학연계체제의 강화이다. 지식의 자본화가 이뤄지는 지식기반시대에 있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과학연구와 산업체간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기초과학연구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연구의 성격상 협력체계 구축이 어렵다면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대학의 기본적인 사명인 교육과 연구를 희석시키거나 약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사회질서는 창의력과 지식을 토대로 가상공간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사회질서하의 지식기반사회는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지식기반사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미래는 끝없는 도전속에서 현실화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기초과학의 성공적인 수행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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