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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위기
30년의 위기
  • 김재호
  • 승인 2024.03.25 0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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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서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544쪽

팍스아메리카나가 무너져 내리는
“긴 비극적 과정”
탈냉전 30년의 ‘좋았던 시절’은
구냉전과 신냉전 사이 휴지기였을 뿐

양차 대전 사이 “20년의 위기”를 읽어냈던
현실주의자 E. H. 카의 통찰을 전거 삼아
탈단극 시대 세계질서의 변화를 파헤친 문제작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던 역사가이자 정치학자인 에드워드 할렛 카(Edward Hallet Carr). 그는 자신의 주저 『20년의 위기(The Twenty Years’ Crisis, 1919-1939)』에서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을 분석하며 양차 대전 사이 강대국들의 허상에 불과했던 이상주의와 근거 없이 팽배했던 낙관주의를 비판한다. 현실주의자로서 그를 각인시킨 이 시각은 자유주의의 승리가 확정된 듯 보였던 탈냉전기엔 그 자신의 반자유주의적 입장과 친소련적 태도 때문에 외면당했지만, 오늘날 체제 전반의 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신간 『30년의 위기』는 국제정치학의 고전이 된 『20년의 위기』를 준거로, 양차 대전 사이 20년과 구냉전과 신냉전 사이 30년을 비교ㆍ분석하면서 우리 시대의 고유한 국제정치적ㆍ역사적 국면 변화에 집중한 책이다. 미국 중심의 패권구조가 침식되고 자유주의적 세계 비전이 소멸해가는 가운데, 지정학적 경쟁이 귀환하고 비자유주의적 사회 세력이 고양되는, 탈냉전 30년 세계질서 변화의 궤적이 현실감 있게 재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치운동과 사상의 계보를 관통하며 팍스아메리카나의 해체 과정을 추적하는 서사와 서술은 탈냉전 ‘30년의 위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지적 성장 과정의 원점에 ‘테러와의 전쟁’ 국면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밀레니얼세대 한 국제정치학자의 첫 저서다.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마흔두 번째 책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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