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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천사
침묵의 천사
  • 김재호
  • 승인 2024.03.25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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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지음 | 해피스토리 | 358쪽

월성 1호기 망령이 ‘멸치 1g, 바나나 6개’로 대통령을 만든 이유

이 소설은 팩션(Faction)소설이면서 우화(寓話)소설이고, 기록문학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와 실재인물들의 이름을 빌려와 가공한 후 상상력을 덧붙여 재창조한 소설이다. 그래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50년 원자력발전사(史)와 정치사(史)를 거시사 교차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방사능은 만질 수도, 냄새도, 맛도, 색깔도, 소리도 없다. 그래서 ‘침묵의 천사’이자 ‘침묵의 살인자’이다. ‘침묵의 천사이면서 침묵의 살인자’이기도 한 원자력의, 특히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기구한 운명을 월성1호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선연과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문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다양한 운명을 그리면서 운명 간의 미묘한 역학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피조물이자 소모품인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라는 사망선고를 받고 미물에서 망령이 돼 세상과 인간사를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2016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에서의 규모 5.4의 지진 발생 이후,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망령이 된 월성1호기가 ‘핵(核)발전, 핵무기 개발’ 용도로 부득이하게 태어난 과정과 ‘경제성 조작’으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게 된 과정을 서술하면서 ‘인간만사 오리무중, 정치만사 새옹지마’ 등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요지경 속 같은 온갖 천태만상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과 환담장에서 축하 박수를 보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최광욱 비서관 등 여러 인물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이른바 ‘조국 사태’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시로 소속 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했음이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밝혀진 사건. 경제성 조작뿐만 아니라, 자료 폐기까지 같이 이루어졌으며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감사원의 감사에 저항해 더 문제가 되었다. 출처: 나무위키)로 인해 정적(政敵)으로 돌변해 정권의 향배까지 바뀌게 된 역설적인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우검모' 모임의 사진에 찍힌 세 인물이 훗날 나란히 그것도 동시에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된 기가 막힌 인간사가 ‘신의 예정조화인지 필연인지 우연인지’ 묻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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