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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프라시스-미술품 앞의 시인들
엑프라시스-미술품 앞의 시인들
  • 김재호
  • 승인 2024.03.2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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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혜 지음│388쪽│도서출판 동인

미술품과 시, 엑프라시스의 세계

사물에 대한 시각적 묘사, 혹은 그림이나 조각 같은 미술작품을 언어로 재현하는 엑프라시스(ekphrasis)는 그리스 시대 수사법이나 중국 시서화의 전통에 있어 온 것이나, 19세기 말 서양 미술관과 박물관의 건립 이후, 특히 20세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보다 자주 문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미지와 영상을 비롯한 감각적 요소가 언어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된 지금, 미술품에 대한 시인들의 언어적 재현을 살피는 작업은 시각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의 균형과 상호 작용이 우리의 세계를 늘 새롭고 풍성하게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이미지와 영상이 난무하는 오늘의 삶에 깊이를 더해 줄 이미지와 시들은 어떠한 것일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디지털 시대의 엑프라시스를 재정의하면서 브로쉬(Renate Brosch)는 예술가의 재현보다는 문화적 행위에, 관객들의 수동적 수용보다는 반응에 초점을 맞추어 엑프라시스를 하나의 “적응과 협업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문화의 세계에서 엑프라시스는 단순히 시와 문학의 범위를 넘어, 이미지와 문자와 테크놀로지가 융합된 형태로 확장되어 인식과 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같은 미술품에 대해 시대나 성, 인종적으로 다른 시인들의 시를 병치시켜 시인들의 시각 차이를 비교하고, 이러한 다시 보기의 과정을 통해 미술품을 포함하여 사물들은 끝없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 다시 쓰인 의미들이 오랜 시간 퇴적되어 문화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어 간다는 사실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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