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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예산 삭감, 학술출판이 위험하다
출판계 예산 삭감, 학술출판이 위험하다
  • 김재호
  • 승인 2024.03.1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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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 관련 예산 44억8천500만 원 삭감
출판생태계 위기, “피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올해 출판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44억8천500만 원이 삭감되면서 학술출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474억1천400만 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429억2천900만 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원을 통해 판매는 부진하지만 의미 있는 학술서를 출간하던 출판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13억 원)·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7억 원)’ 사업은 폐지됐다. 다만,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 확인한 결과, ‘중소출판사 성장 도약’ 사업이 신설돼 30억 원이 배정됐다. ‘세종도서’ 사업은 ‘문학나눔’ 사업과 통합되면서 전체적으로 25억 원의 예산이 줄어든 115억 원이 책정됐다. 특히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던 ‘국민독서문화 증진지원’(59.85억 원) 사업은 없어지면서 출판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긴다”라며 “출판 제작지원 덕분에 판매 실패의 부담을 덜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올해 출판 관련 예산이 44억8천500만 원 삭감되면서 출판생태계와 학술출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직격탄 맞은 ‘출판산업’ 예산…“출판계 비명”

출판계 예산 삭감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지난해 9월,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과사회연구소·책읽는사회문화재단·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작가회의·한국출판인회의는 공동으로 ‘정부는 내년도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책 읽는 사회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국민 누구나 책을 가까이하고 향유하는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 독서 진흥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2024년도 독서 예산을 전폐(全廢)에 가깝게 삭감한 처사는 부당하다.”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되던 ‘국민독서문화 증진지원’ 사업이 없어지면서 안 그래도 책을 잘 읽지 않는 분위기에서 책 판매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독서문화는 학술출판과 출판의 다양성을 위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인 1인당 연간 종합 독서량이 4.5권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 네티즌은 “책 읽는 국민, 책과 친한 국민, 독서 문화 증진이 싫은 것인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다만, 올해는 지역 사회 중심의 책 읽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업으로 재편돼 ‘지역 기반 책 읽기 지원 및 책 읽기 수요 창출 홍보’, ‘독서경영 인증’ 사업으로 10억3천600만 원이 편성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역 서점 문화활동 지원’ 예산 12억600만 원을 투입해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8억3천100만원), ‘심야책방’(2억 원)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서점 상생협력 활성화 지원’ 사업에만 문화 관련해 4억 원이 책정돼 8억600만 원이 줄어들면서 지역서점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매년 750여 개에 이르는 전국 서점의 독서문화 사업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만,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사업’(12억5천만 원), ‘지역서점 실태조사’(1억6천만 원)가 편성돼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 등으로 재편성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술·교양부문에서 “양서출판 의욕 진작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 도모”를 위해 추진되던 세종도서 사업이 쪼그라든 것이다. 세종도서 학술부문은 “학문 발전과 지식기반사회 여건 조성”과 더불어 “기초학문에 충실한 도서 보급으로 출판 다양성 기여”, “기초과학 등 사회적 필수 연구의 지속적 추진 장려”라는 학술출판의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400종에 달하는 우수 학술도서를 구입·보급하던 세종도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출판계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다만 최근 문화체육부장관 주재 출판계 간담회에 따르면, ‘좋은 책 발간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게 2024년에는 좋은 책을 선정하여 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자 도서 보급·나눔사업 개편 등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문화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독서·출판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해시태그 공유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독서와 출판에 대한 정부 예산 삭감은 국민이 응당 누려야 할 문화적 혜택을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라며 “이는 곧 문화 다양성의 축소로 이어져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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