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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학사
한국의학사
  • 김재호
  • 승인 2024.03.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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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석 외 4인 지음│436쪽│역사공간

최근 의과대학에서 의료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은 현재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의학의 과학적 측면만을 강조한 결과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즉 의료가 환자와 의사 간 인간관계, 나아가서는 이를 둘러싼 사회라는 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엄연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학을 과학으로만 교육받은 의료인들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보건의료상의 문제는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나 제도를 개선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보건의료활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인들이 한국사회의 의료 현실과 의학의 학문적 정체성, 그리고 의료인의 직업적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 인식과 학문적·직업적인 정체성 확립은 단순히 이상적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을 닮도록 요구한다고 가능해지는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한국사회의 의료상황과 그 속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의 모습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학사 교육의 중요성이 크다.

물론 그동안 의과대학에 의학사 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의학사’라는 별도의 과목으로 존재하건, 아니면 다른 형태로 존재하건, 거의 모든 의과대학에는 의학의 역사를 가르치는 시간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서양의학의 역사이고, 한국의학의 역사는 우리나라 의학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역사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의학사 교육이 서양의학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한, 한국사회가 당면한 의료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의학사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양·한방 일원화 문제만 하더라도 현재 일부 의과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한의학에 대한 개론 강의만으로는 균형 있는 시각을 갖기 어렵다. 적어도 서양의학을 수용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주류 의학이었던 전통의학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또 그것이 근대 이후 겪게 된 역사적 변모과정을 이해할 때 비로소 이 문제가 어떠한 틀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현대한국의학사, 즉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과 전후 복구과정, 그리고 고도성장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격변기 속에서 한국의학이 겪어온 변화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적절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의료문제의 근원을 알 수 없고, 그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책은 의사학계의 대표적인 소장·중진 학자들이 집필했다. 여인석 교수가 입론과 현대의학사(서장, 13장), 이현숙 소장이 선사~고려의학사(1~3장), 김성수 교수가 조선의학사(4~6장), 신규환 교수가 근현대의학사(7~12장), 김영수 박사가 북한의학사(14장) 등을 각각 담당하여 집필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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