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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론
의무론
  • 김재호
  • 승인 2024.03.1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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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 지음 | 임성진 옮김 | 아카넷 | 368쪽

로마의 영혼 키케로가 제안하는,
궁극적으로 유익한 삶을 위한 지침

“인생의 모든 훌륭함은 의무를 수행하는 데 달려 있고, 추함은 의무를 무시하는 데 있다.”
- 키케로, 『의무론』 중

스토아 윤리학의 정수

고대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인 스토아 철학의 윤리학을 명료하게 보여 주는 저작 중 하나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기원전 106~기원전 43)의 『의무론』이 정암학당의 라틴어 원전 번역으로 아카넷에서 출간되었다. 『의무론』은 키케로의 다른 작품인 『최고선악론』,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와 더불어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읽힌 저작으로, 이후 기독교와 칸트주의로 이어지는 서구의 도덕철학과 교양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번역 종수는 1종에 불과하다.

희랍, 로마 시대 고전 문헌들의 원전 번역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온 정암학당이 키케로의 대표작인 『의무론』을 선보이게 됨으로써 그동안 매우 제한적이었던 독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게 되었다. 또한 『아카데미아 학파』를 필두로 시작한 키케로 전집 출간 여정의 반환점을 돌게 되었다. 정암학당만의 고유한 번역 시스템에 따라 번역 초고를 여러 번에 걸쳐 교열하고 비평하는 공동 독회를 통해 생산된 이 책은 철저한 연구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한층 믿고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아들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으로 쓴 『의무론』은 『최고선악론』과 함께 키케로의 윤리 사상을 잘 보여 주는 대표작으로, 자연 자체가 각 존재들에게 부여한 역할 혹은 임무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키는 가운데 평범한 사람들이 훌륭하고 적합한 삶에 이르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개인의 자족성을 추구하던 당대 철학자들의 지향과는 달리 스토아 철학자들은 엄밀한 섭리 혹은 이법에 의해 지배되는 자연에 따르는 삶을 지상 명제로 삼았다. ‘자연에 따르라’, 이는 스토아 철학자들이 지향한 가장 궁극적인 이념이었다.

자연에 일치할 때 그 삶은 가치가 있으며, 그렇지 않을 때는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자연에 일치하는 삶을 위해서는 전체로서의 자연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에게 부여한 위치와 의무를 아는 것이 관건이라고 여겨졌다. 이런 맥락에서 스토아 철학자들은 ‘카테콘’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자연이 각 존재들에게 부여한 적합한 역할을 의미한다. 결국 스토아 윤리의 핵심은 우주라는 무대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성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데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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