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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지리
맥주의 지리
  • 김재호
  • 승인 2024.03.12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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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패터슨·낸시 홀스트-풀렌 지음 | 전병운·이보영 옮김 | 푸른길 | 360쪽

맥주는 물, 차에 이어 세 번째로 널리 소비되는 음료이다. 맥주를 만드는 4가지 기본 재료들, 즉 물, 곡물, 홉, 효모는 맥주를 단순한 음료처럼 보이게 하지만 맥주의 복잡성은 와인과 견줄 정도다. 맥주에는 라거, 에일 등 다양한 종류와 앰버 에일, 인도 페일 에일, 필스너, 스타우트 등의 다양한 스타일과 하위 스타일이 있다. 현재까지 맥주양조협회가 분류한 맥주 스타일은 140가지가 넘는다. 안목이 매우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많은 라거와 에일의 스타일과 하위 스타일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그 간단한 음료가 이렇게 복잡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복잡성에 관한 해답을 지리에서 찾는다.

지리는 맥주 재료의 공급뿐만 아니라, 맥주의 생산과 유통에도 영향을 미친다. 와인에 쓰이는 포도처럼, 맥주는 재료 면에서 지리적이다. 맛의 차이는 사용된 곡물과 홉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어느 정도까지는 다양한 보리 등의 곡물과 홉이 재배되는 지역의 토양과 기후 같은 차이가 맥주의 특성에서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또한 물과 물에 함유된 미네랄 함량도 맥주가 내는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온 다양한 종류의 효모도 맥주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제 맥주의 생산은 부분적으로 재료에 의존하지만, 양조업자와 맥주 스타일의 지방주의(또는 지역주의)에 더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태평양 북서부에서 온 맥주는 홉 맛이 난다. 반면에 태평양 북동부 지역의 맥주 양조업자들은 영국의 에일과 포터를 선호한다. 지역에 따른 선호는 지역의 역사, 신지방주의의 역할 그리고 지방 맥주 양조 마스터들의 혁신적인 특성이 결합해 내는 시너지 관계에 기인할 것이다. 또한 분포는 맥주의 종류와 스타일에 의해 결정된다.

큰 양조장, 특히 미국 스타일의 라거 양조장들은 국제적으로 분포하는 형태이지만, 작은 수제 맥주 양조장들은 맥주가 생산되는 지역 사회 주변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의 맥주 생산은 기원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맥주의 스타일과 브랜드의 관계는 다양한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만큼 맥주는 많은 지역, 환경 그리고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맥주가 어떻게 지역, 환경,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공간적 측면에서 다루는 이 책은 크게 지역, 환경, 사회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1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리학자와 비지리학자를 포함하는 저자들의 개별 주제는 역사 전반에 걸친 맥주의 영향, 지방적 규모에서 세계적 규모로 맥주의 이동, 세계적 생산과 수제 맥주 양조의 이분법적 본질, 수제 맥주의 신지역주의 그리고 지역 지리가 맥주의 가장 필수적인 재료인 물, 맥아, 홉 그리고 효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맥주의 재료를 조달하는 방식은 대부분 지리에 달려 있고, 사람들의 전통은 지리를 반영하고, 맥주의 생산과 유통 방식은 지리에 따른다는 것을 소개하는 이 책은 맥주의 과거와 현재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회적 영향을 훌륭하게 지도화한 새로운 맥주책으로, 맥주와 지리를 좋아하는 누구나에게 즐거운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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