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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메가시티’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4.03.11 08: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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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문화’ ‘메가시티 담론의 실상과 허상’

서울이 더 커져도 되는 것일까. 정치권에서 쏘아 올린 김포시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황해문화> 122호(2024년 봄호)는 「메가시티 담론의 실상과 허상」을 특집으로 다뤘다. 이희환 <황해문화> 편집위원(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은 「소멸과 위기 앞에 떠도는 유령, 메가시티를 넘어서」라는 글에서 “바야흐로 메가시티라는 유령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현실적 물신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황진태 동국대 교수(북한학과),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 김재훈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부)다. 이들은 메가시티 담론에 담긴 문제점을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점검했다. 사진=각 학과(부) 홈페이지

황진태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메가시티 한국’은 가능한가?: 도시사회론의 관점에서」를 다룬다. 그는 ‘메가시티 서울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공간적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라고 질문했다. 황 교수는 “서울·수도권이라는 영역적 단위의 내적 접근만으로 그곳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며 “비도시 또는 지방으로 불리는 어두운 공간들과의 관계적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황 교수는 “도시적인 삶을 누려왔던 서울·수도권 거주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입지적 우위가 결코 그 영역 안에서 자기 완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비도시 지역의 탈취와 저발전, 주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었음을 집합적으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재훈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메가시티와 메가리전, 해외 담론의 시사점」을 통해 해외의 도시들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각 도시가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도시의 규모와 그에 따른 위계 구조가 아니라 도시 간 흐름·연계를 중심으로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메가시티가 아니라 메가시티를 포괄하는 메가리전(mega-region)이며,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던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가시티 아닌 ‘메가리전’이 비전일까

“메가시티는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를 가리킨다면, 메가리전은 많은 인구와 더불어 거대한 시장, 경제적 역량, 혁신적 활동, 고숙련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메가시티 담론을 분석한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메가리전’의 개념을 강조했다. 황진태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리처드 플로리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경제개발학)가 구분한 메가시티와 메가리전의 개념을 소개했다. 황 교수는 “메가시티는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를 가리킨다면, 메가리전은 많은 인구와 더불어 거대한 시장, 경제적 역량, 혁신적 활동, 고숙련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라며 “공간구조상으로는 메가시티가 하나의 도시와 그 주변 교외로 구성된다면, 메가리전은 여러 도시들과 상대적으로 밀도(인구 밀도 등)가 낮은 배후지들로 구성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플로리다 교수의 개념을 비판했다. 그는 “플로리다의 ‘도시들+배후지들=메가리전’이라는 공식은 메가시티 서울의 형성과 관련된 도시 안팎의 관계성을 밝히는 데 충분치 않다”라며 “플로리다가 제시한 메가리전 공식은 전 세계 메가리전을 판별하기 위한 보편적 기준에 방점을 두면서 개별 메가리전의 구체성·맥락성을 포착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황 교수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앙리 르페브르(1901∼1991) 전 프랑스 파리대 교수의 ‘도시사회’ 개념을 인용했다. “서울·수도권의 근대적 도시화는 비도시와의 관계(주로 탈취의 형태)가 중요”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서울과 수도권 도시들 간의 행정구역 재편에 초점을 둔 현재의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서울·수도권의 형성 과정에서 이 도시들의 경계 밖 비도시 지역과의 관계가 미친 영향을 간과하는 방법론적 도시주의에 빠져있다.” 예를 들어, 소양강댐은 서울의 강남 등이 수해에 취약했기에 건설됐다. “소양강댐은 서울을 대상으로 각종 용수 공급 및 홍수 조절 기능뿐만 아니라 발전 용량 20만 킬로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여 서울을 밝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인구는 938만6천34명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시혜 아닌 호혜의 서울-지역 관계

자연스레 논의의 새로운 출발선이 그려진다. “시혜가 아닌 호혜에 방점을 둔 도시-비도시 관계 정립”이 필요한 것이다. 황 교수는 “발전 지역의 부가 저발전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시혜가 아닌 호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후에 지방에 대한 낙수효과를 보장해 준다면 메가시티 서울 육성 정책을 지방도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활인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탈영역적, 탈민족적,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지방/비도시 인구 범주의 새 인식’을 강조하며, 생활인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와 다르다. 예를 들어, ‘두 지역 살아보기’는 도시인이 정기적·반복적으로 다른 곳에서 체류하는 것이다. ‘지역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은 직장인이 자연휴양지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동시에 일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황 교수는 도시-비도시 관계의 정치생태학적 접근, 풀뿌리 민주주의와 계획합리성의 간극 줄이기 등을 강조했다. 

 

국가 주도 공간분업 정책의 실패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두 번의 메가시티 프로젝트: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소극(笑劇)으로?」에서 국가에서 추진한 공간분업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다. 양 교수는 “박정희의 유산인 남동임해공업벨트(부울경의 울산, 창원, 거제와 경북 포항, 전남의 광양, 여수) 산업도시들은 여전히 건재한 것 같지만 2015년을 경유하며 인구의 내리막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관청과 공기업을 시도별로 혁신도시를 선정해 분산배치했을 때, 인구의 분산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의 이탈을 비롯해 셔틀버스와 KTX (주말)통근이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양 교수는 “이제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을 통해 자족도시를 만들어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만능의 프로젝트가 됐다”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공간분업, 경부축과 그 외 지역의 맥락에서 구조화된 불균등 발전 문제에 대한 국토계획의 재조정(지역균형발전의 재구성 또는 ‘3차 공간분업’)이라는 맥락은 사상(捨象)됐다”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그는 “현대적 도시화에 걸맞은 광역전철망과 혁신 클러스터의 집적이라는 문제의식 역시 소거됐다”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도 메가리전 개념을 소개했다. “메가리전은 도시와 지역 간 산업 및 행정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집적되는 결과물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맞서는 지역균형발전론을 펼치는데, 이 역시 “메가리전의 비전은 메가시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로 상승됐다”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수도권-비수도권 불균등뿐만 아니라 광역별 혹은 권역별 불균등도 언급했다. 양 교수는 “울산과 경남이 늘 걱정하는 것은 부산의 ‘빨대 효과’”라며 “부산으로 인력과 물자가 빨려 들어가서 세수와 영향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라고 분석했다. “경남 내부에서는 동서 간 격차를 문제 삼는다. 산업도시 창원, 거제, 양산, 김해가 모두 동부 경남 지역에 몰려 있다면, 서부 경남에는 사천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한 제조업 기반이 없다. 교통망 구축에서도 서부 경남은 남부내륙철도 개통을 제외하면 소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김재훈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유럽 사례를 제시하며 인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소도시 성장률, 인구 증가율이 거대도시를 능가하면서 도시 크기와 생산성이 역 U자형 관계에 있다고 분석·정리됐다”라며 “인구 규모 600∼700만 명 이상이 될 때까지는 도시 인구 증가와 GDP 성장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성립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음의 상관관계로 전환돼 그래프를 그리면 역 U자형이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후진국에서는 거대도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인구 너무 많으면 오히려 역효과 발생

이에 따라 유럽은 메가리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유럽에서는 1999년 EU와 가입국 장관들이 발표한 『공간 개발 관점』에서 특정 대도시의 확장이 아니라 여러 도시가 공존, 상생 협력하는 다중심 도시지역 체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라며 “그에 따라 유럽에서는 영국 동남부, 네덜란드(란트스타트), 벨기에 중부, 독일 라인-루르, 독일 라인-마인, 스위스 북부, 프랑스 파리 지역, 아일랜드 광역 더블린 등 8곳의 메가(시티)리전 발전 방안을 여러 정책 논의와 연구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메가시티는 무엇이고 어디인가

메가시티는 일반적으로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매우 큰 도시를 뜻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8년 유엔 경제사회국(UN-DESA)은 「세계 도시화 전망」에서 메가시티를 1천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 집합체로 정의했다. 또한 독일 본대학교의 한 보고서는 이 같은 정의를 밝힌 바 있다. 

반면, 다른 정의에서는 500~800만 명이 최소 임곗값으로 간주되며, 인구 밀도를 제곱 킬로미터당 최소 2천 명으로 간주하고 있다. 메가시티 이외에 도시연합(conurbation), 메트로폴리스, 메트로플렉스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메가시티의 수는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유엔은 33개(2018년), 세계 인구분석 웹사이트 CityPopulation.de는 45개(2023년), 세계 인구와 도시 관련 통계 제공 기관인 데모그래피아(Demographia)는 44개(2023년)로 집계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베이징, 인도의 벵갈루루와 델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집트의 카이로, 대한민국의 서울, 미국의 로스 엔젤리스,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파키스탄의 카라치 등이 메가시티다. 1개 이상의 메가시티를 보유한 나라는 중국, 인도, 브라질, 일본, 파키스탄, 미국 등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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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2024-03-14 02:29:14
서울 대학 정원을 반으로 줄이고
그걸 지방 국립대로 옮긴 후
기숙사, 식당등 국비로 잘 마련할것. 스포츠 시설도.
카이스트나 포스텍처럼.
4년간 지방 국립대에서 공부하다보면 서울집착하는 것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주거비가 줄고 출산등을 고려하게 될것.
지금 상태로는 서울은 살며 결혼 안하고 해도 아이를 안 가질것입니다.
이 메가시티 문제는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