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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불평등 현실 보지 않고 형식적 공정 담론은 허위이자 왜곡”
“대학 불평등 현실 보지 않고 형식적 공정 담론은 허위이자 왜곡”
  • 현지용
  • 승인 2024.03.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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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장(덕성여대 명예교수)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장

대학은 국가와 사회, 시민과 개인의 삶에서 큰 영역을 차지해왔으나 여러 위기와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서열체제, 입시지옥과 학벌사회, 사립대 위주의 대학구조, 입학자원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 지방대의 존폐 위기, 여기에 시장주의 기조의 대학정책과 지지부진한 개혁이 현 한국 대학문제의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대학문제연구소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학문적·실천적으로 대응하고자 각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모여 탄생했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사진)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연구소는 대학의 위기가 단순히 대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구·사회불평등·국민복지·지역균형발전 등 국가 중요 의제들과 연결돼있다고 진단한다. 또 이에 대한 접근은 표면적이고 부분적인 방식이 아닌 총체적인 사고로 해결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가치관이 담긴 <대학: 담론과 쟁점>은 2016년 창간된 이래 학술을 넘어 대학문제를 직접 제기하는 비판적·현실적 공론지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발간된 12호에서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 소장과 연구소는 대학 사회의 서열체제와 불평등 문제 등에 대한 형식적 공정 담론을 ‘허위·왜곡’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의 대학문제와 그 실천적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 윤지관 소장을 인터뷰했다.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장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대 초빙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펠로 및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했다.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대학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학문제연구소를 통해 한국 대학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문제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게 목적
30~40대 신진 학자 중심으로 편집진도 개편

△ 지난해 11월, 대학문제연구소를 창립했습니다. 창립 배경과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문제연구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학문제에 학문적·실천적으로 대응하고자 지난해 11월 말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첫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창립했습니다. 10년 전 같은 취지로 한국대학학회가 설립됐으나 대학환경의 악화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지속적이고 활동적인 조직으로 재구축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기존의 학회 운영진들을 비롯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학계의 새로운 세대가 연구소 창립에 힘을 모았습니다.”

△ 대학문제연구소의 주요 계획은 무엇이고, 또 올해 어떤 부분에 주목해 대학문제를 연구하실 예정입니까. 
“지구화 시대에 대학이라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계의 연구역량을 모으고 이 연구작업을 토대로 현재의 대학문제에 실천적이고 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적입니다.
불평등 문제를 비롯한 대학의 현재 문제를 분석하고 탈근대적 변화에 따른 대학과 지식생산의 미래, 대안 담론에 대한 모색 등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대학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재 대학문제연구소는 정기세미나와 강좌를 진행하고 있고 상반기에 정책토론회, 하반기에 인구문제와 대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대학문제연구소를 창립하며, 한국대학학회에서 발간하던 <대학: 담론과 쟁점>을 이어서 발간하기로 했습니다. 편집진도 새로 개편했는데요. 
“<대학: 담론과 쟁점>은 2016년 대학을 주제로 한 학술적 공론지로 창간된 후 대학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저널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와 같은 전통을 이어받되, 새로운 학문적 환경에 대응하는 편집 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졌습니다.

대학문제연구소는 30~40대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학: 담론과 쟁점> 편집진을 개편했습니다. 현재 편집위원장이신 박치현 대구대 교수를 비롯해 김일환(서울과기대)·김종철(서강대)·박주원(영남대)·이우창(방송대)·임광국(동국대)·허창수(충남대)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곧 젊은 여성학자들을 추가 선임할 예정입니다.”

△ <대학: 담론과 쟁점>은 대학문제를 학술적으로 분석해 이를 공론화하고 있습니다.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러한 분석 작업에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요. 
“<대학: 담론과 쟁점>은 창간 때부터 이 분야의 여느 학술지와는 달리 ‘비판적 공론지’로서의 목표를 표방해왔고, 학문적 업적으로서의 논문만이 아닌 실천적이고 문제를 제기하는 글쓰기를 지향해 왔습니다. 이는 학자로서의 실적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원고 확보의 어려움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문제에 대한 공론적 활동의 장을 마련해 온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학문제연구소는 향후 이 저널이 공론지적 성격을 유지하되 학문적 의미에서도 국내 대학연구를 대변하는 학술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 이번 특집호의 제목은 ‘대학의 불평등 현실과 공정 담론 비판’, 주제는 ‘대학 관련 공정 담론의 허상과 문제점’입니다. 이번 호에서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무엇입니까.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서 ‘공정’을 둘러싼 논의가 많았고 특히 대학과 관련해서 더 첨예하게 부각된 면이 있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도 그렇고 최근 정부가 지목한 ‘입시 카르텔’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번 호 특집은 이 같은 공정 담론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 대학문제를 중심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호는 대학입시부터 대학 재정지원 및 대학 내부의 착취구조까지 초점을 맞춰 분석했습니다. 대학 서열체제를 존속시키고 재생산하는 기득권 기제는 권력과 자본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체제에서의 탈락을 두려워하는 공포감과 ‘일류병’이란 집단심리에 닿아 있습니다. 또 대학 내부도 이를 재현하며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재생합니다.

특집호는 이러한 대학 서열체제 문제, 입시문제, 대학 내부 권력 관계 등을 다룹니다. 동시에 불평등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형식만의 공정을 말하는 것은 허위이자 왜곡이라는 것이 필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현지용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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