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05 (토)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 최승우
  • 승인 2024.03.07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주 지음 | 얼룩소(주) | 320쪽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나는 피해자로 살지 않기로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의 500일간의 투쟁기이자, 대한민국의 모든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생존 매뉴얼. 이 책은 알지도 못하는 낯선 남자로부터 이유 없이 뒤에서 돌려차기를 당하고 수차례 짓밟힌 채 버려져 전신마비가 왔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해 500일간의 법정 투쟁 끝에 가해자를 징역 20년에 처하게 만들고, 이후 쉽사리 세상에 나서지 못하는 범죄피해자들을 대표해 사법 체계 개선과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진주가 몸으로 쓴 투쟁기다.

김진주는 무엇보다 이 긴 싸움이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범죄피해를 완벽히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백신을 맞듯, 이 책을 읽고 나면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경찰과 검찰, 3심에 이르는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로서의 대응법은 물론 언론을 통한 공론화, 스스로의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예비)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조언과 위로를 담은 책.

지은이 김진주

평범하게 사는 게 싫었다. 2022년 5월 22일, ‘부산 돌려차기’라고 불리는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제는 간절히 평범하게 살고 싶다. 범죄피해자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범죄피해자가 보호받는 세상이 아니었다. 부실 수사, 피해자 지원 부족, 보복 협박… 이건 아니다 싶었다.

법을 공부하고, 발품을 팔고, 도움을 요청했다. 수사기관이 살인미수로 처리하려던 사건을 성범죄 살인미수 사건으로 바꿔냈다.

가해자는 이런 나를 저주했다. 감옥을 나가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숨지 않겠다. 기꺼이 싸워주겠다. 사건 직후 뇌 손상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됐다. 의사는 영구장애를 예상했지만, 2주 만에 기적처럼 마비가 풀렸다. 범죄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기적으로 받아들였다. 국회와 언론에 가서 목소리를 냈다. 숨지 않기로 했으니까. 이 책은 그 선언이다. 

목차

6_추천사
13_프롤로그

제1장 나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다
19_내가 범죄피해자가 될 줄이야 
38_안녕하세요, 현실입니다
48_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법원
58_내 일이 아닌 우리의 일
69_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70_인터미션 인터뷰 1: 최윤경(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제2장 제대로 된 심판
109_나는 피해자다
128_패자부활전
143_피해자가 바꾼 죄명
158_죽어야 산다
172_누가 피해망상이랬어
179_인터미션 인터뷰 2: 오지원(법률사무소 법과 치유 대표)

제3장 피해자와 피해자가 만나다
225_제2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231_피해자 연대
238_거절을 참지 못하는 사회
249_말할 수 없는 자들을 대신하는 목소리
259_친구를 떠나보내다
263_범죄피해자를 위한 사회
271_단계별 범죄피해자 지원의 해결방안 모색

제4장 피해자를 대표하는 프로불편러
277_법무부 장관과의 대화
286_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291_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
293_에필로그 리포트: 이유민(KBS 기자)

316_작가의 말 

추천사

 “범인이 잡히면 당연히 경찰이 나에게도 연락을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연락도 안 왔다. 그때부터 난 너무 외로웠던 것 같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각박했다.” ― 책 내용 중에서
 
강력범죄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그래서 섬뜩하고 슬프고 우울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읽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해 전해주는 책! 고단한 과정 중에도 죄책감을 감사함으로, 공포감을 담대함으로, 분노를 변화에의 의지로, 그리고 좌절을 또 다른 기회로 바꾸어 나가는 저자의 지혜로움에 동 시간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일원으로써 깊은 경의를 표한다.

김태경, 임상심리학자, <용서하지 않을 권리>저자 

<그것이 알고싶다>를 제작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만났다. 방송에서는 그들의 비통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직접 만나보면 유쾌하고, 장난스럽고, 엉뚱한 면을 지닌 다양한 모습의 피해자가 존재한다. 이 책은 어쩌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끔찍한 사건 피해자의 극복 과정을 유쾌하고 위트 있게 풀어내며 ‘피해자다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처음에는 코를 훌쩍이며 읽다가 생뚱맞게 튀어나오는 유머에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난다. 특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길고 외로운 싸움을 잘 이겨낸 저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있는 이 책은 ‘누구나 될 수 있는’ 범죄 피해자를 위한 친절한 생존 안내서가 될 거라 확신한다.

도준우, <그것이 알고싶다> PD

저널리스트, 활동가로 일하다 보면 많은 피해자를 만난다. 'N번방' 사건을 겪고 학교를 그만둔 피해자, 인터뷰를 해달라고 먼저 요청한 피해자, 비슷한 피해를 본 이들과 만난 피해자, 겪은 일을 글로 쓴 피해자. 그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다.김진주는 싸우는 피해자다. 재판장에서 본인의 피해를 증명하려 '보복 범죄' 공포를 견디며 가해자를 마주했고, 수십 명의 기자와 국회의원 앞에서 폭력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 문제를 알렸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다른 범죄 피해자가 모였고, 서로를 도왔다. 이럴 수 있는 사람은 내 주위에 김진주뿐이다.'싸우는 피해자' 다음 수식어가 기대된다. 출판 제안을 1초 만에 수락했고, 한 달 만에 원고를 털어준 놀랍고, 고마운 사람. 부디 책이 20쇄 이상 찍히기를 바란다. 

원은지, 얼룩소 에디터, 추적단불꽃 

-
이 책에는 김진주 씨가 범죄피해를 입고 의식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처음 눈을 뜬 그 순간부터, 국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나와 전국민에 생중계되는 증언을 하는 순간까지, 매 순간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김진주라는 고유한 존재의 관점과 감각으로, 그녀가 긴 시간 동안 겪어낸 과정이 날 것 그대로 느껴진다.

범죄피해자는 마른 하늘 날벼락 같이 피해를 당한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변호사 선임을 위해 24개월 할부 대출을 받고, 재판기록 한번 보기 위해 몇 달을 고생하고, 가해자가 피해 배상 없이 ‘기습 공탁’으로 ‘먹튀 감형’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법적 권리인 피해자 지원을 받기 위해 17종 이상의 서류를 준비하면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애썼지만, 역부족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남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진다. 당해 봐야 아나.’ 외쳐도 부족했다.

백 번의 질의보다 한 사람의 증언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너무나 소중하다. ‘김진주를 지켜야 한다’, ‘또 다른 김진주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현재와 미래의 피해자들에게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줄 책이다. 피해 회복과 상처 치유에만 집중해도 버거웠을 시간들을 버티며 기록을 남겨준 김진주 씨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탄희, 제21대 국회의원

직접 저자를 만난 적은 없다. 저자의 실제 이름도 알지 못한다. 다만, 저자가 범죄피해자로서, 범죄피해자를 위해 해 온 일과 할 일이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자는 범죄의 피해자로서 우리 시스템이 얼마나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족한 점이 많은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개선의견들을 내 주신 분이다.

그 개선의견들을 지난해 내가 법무부장관으로 일할 때 직접 전달받았다. 그 개선의견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TF를 법무부에 만들었고 그 개선의견들 중 상당 부분이 반영된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 제도가 곧 시행되리라 생각한다. 
범죄와 싸워야 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이고 사회여야 한다. 국가는 범죄피해자의 편이어야 한다.
저자의 이 책이 이 나라의 많은 범죄 피해자들과 범죄 피해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나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직업도 이름도 아닌 나의 상처가 나를 대표하는 문장이 되어버렸다.

2022년 5월 22일, 김진주는 알지도 못하는 낯선 남자로부터 이유 없이 뒤에서 돌려차기를 당했다. 수차례 짓밟힌 것으로도 모자라 성폭력 피해까지 입고 버려져 전신마비가 왔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그는 500일간의 법정 투쟁 끝에 가해자를 징역 20년에 처하게 만들었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사법 체계가 소홀히 다룬 성범죄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입증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구치소에서 보복 범죄를 기획한 가해자를 상대로 또 다른 싸움도 진행 중이다.

김진주는 자신의 피해구제만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더 이상 사건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조력자로 나섰다. 쉽사리 세상에 나서지 못하는 범죄피해자들을 대표해 사법 체계 개선과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십 명의 기자와 국회의원들 앞에서 범죄피해자들에 소홀한 문제점을 알렸다. 대한민국 범죄피해자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각종 범죄피해자들과 연대해 법정 투쟁은 물론 언론을 통한 공론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책에서 김진주는 경찰과 검찰, 3심에 이르는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로서의 대응법은 물론 언론을 통한 공론화, 스스로의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예비)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조언과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범죄피해를 완벽히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백신을 맞듯, 이 책을 읽고 나면 범죄피해를 당했을 때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너무 길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 사건은 결국 강간 살인미수 사건으로 끝을 내렸지만 사건의 진실이라곤 밝히지 못했다. 피해자가 DNA 검사를 추가 요청해서 죄목을 바꾸게 된 것도, 재소자들의 제보로 보복 범죄를 알게 된 것도 사법 체계에서 정말 드문 일일 것이다. 1년을 갈아 넣어서 만든 공론화지만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다 공론화가 되는 게 아니란 걸 아셨을 것 같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사건 장소가 남자친구 집이었고 교보문고 근처였던지라 가끔 지나가기도 했다. 지나갈 때면 웃어대며 “여기 지나가면 돌려차기 당한다”는 커플도 있었고 로비 앞에서 “여기에서 그런 거래”라고 희희덕대는 사람들도 봤다. 쓰지만 삼켜야만 했다.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내 지인들은 자신들의 지인에게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지인이라고 얘기하면 다들 화들짝 놀란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엔 범죄피해자가 만연하다. 보이지 않을 뿐. 꼭 미래에는 범죄피해자가 숨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슈가 오르내릴 때만이 아니라 꾸준히 범죄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이 책을 계속 다시 들여보며 제도가 얼마만큼 바뀌었는지도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는 게 범죄이니 말이다.

― 김진주, 〈작가의 말〉 중에서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