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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만든 책들 (상)
루쉰을 만든 책들 (상)
  • 김재호
  • 승인 2024.03.0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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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둥무 지음 | 이보경·서유진 옮김 | 그린비 | 656쪽

지적 독서가 집중되는 시기인 이십 대에 루쉰은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떤 독서를 통해 루쉰은 자기 사상의 기초를 쌓고 확장하여 뛰어난 사상가가 되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루쉰은 대부분 문단의 ‘귄위’가 된 이후의 루쉰이다. 『루쉰을 만든 책들 上』은 청년 루쉰, 즉 「광인일기」를 통해 문단의 권위가 되기 이전의 루쉰에 주목한다. 일본 불교대학에 재직 중인 중국인 학자 리둥무는 루쉰의 ‘독서 이력’에 집중하여 매우 구체적인 자료들을 찾아 제시한 후 그가 쌓고 확장해 나간 지적 세계의 뿌리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여 준다.

근대 초기, 메이지 일본을 통해 수입된 서양 사상은 동아시아의 문인, 사상가들을 비롯하여 문화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그 시기의 일본, 즉 국가주의의 광란에 빠져 있던 메이지 일본에서 7년 남짓 유학했던 청년 루쉰, 아니 저우수런은 도쿄 독일어전수학교에 적을 두고 마루젠서점 2층에서 갓 수입된 서양 서적과 일본의 문인·사상가의 저서와 역서를 읽은 후 발췌, 인용, 심지어 도용하며 중요한 글들을 써나갔다. 그러면서 「광인일기」를 창작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루쉰의 탄생과 메이지 말기 일본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제가 『월경越境―‘루쉰’의 탄생』인 이 책은 청년 저우수런이 메이지 일본에서 자신의 경계, 시대의 경계를 넘어 ‘루쉰’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루쉰의 독서 이력’이라는 키워드로 그리고 있다. 그런데 원서의 분량이 상당하여 상하 권으로 분권하게 되었고, ‘메이지 일본과 진화 개인 광인’이라는 부제로 상권을 먼저 출간한 것이다. 이후 출간할 하권의 부제는 ‘메이지 일본과 국민성’으로 이 역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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