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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전환의 시대,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 강민형
  • 승인 2024.03.0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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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사회 생태 전환의 정치』 임운택·김민정·강민형 엮음 | 두 번째 테제 | 340쪽

기후 변화가 초래한 경제·사회적 위기
비판사회학회 10편의 연구논문에서 분석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반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하는 많은 학자는 자유무역의 확산과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제의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 설파했다.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자본주의 선진 산업국에서조차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교리를 더 이상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 산업국가와 글로벌 남반구 지역 모두에서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정책 개입을 강조한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주요 산업국에서는 자본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른바 빅테크라 불리는 거대기술 기업과 IT산업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오늘날 플랫폼 경제의 인프라 구조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디지털 자본주의 혹은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이행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 화석 자본주의의 위기는 경제 시스템과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클라우스 되레가 강조하듯이, 오늘날 기후 변화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생태위기는 여타의 경제·사회적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3월 20일,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는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향후 10년 이내에 지구 온난화의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이 크며 각국은 이를 막기 위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즉각적이고 과감한 전환을 해야 한다.” 이처럼 오늘날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이며, 각국 정부와 기업은 지속가능한 사회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 생태적 전환에 나서고 있다.

『사회 생태 전환의 정치』는 21세기 자본주의의 이중 전환을 이론화하고 전환의 구체적인 양상을 분석해 대안 사회의 전망을 타진하기 위한 학술적 노력의 결과이다. 이 책은 2022년 비판사회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10편의 연구논문을 엮은 학술서로 한국·독일·미국에서 활동하는 12명의 비판 사회학자와 정치·경제 연구자, 기후 활동가의 연구성과를 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본주의 이중 전환에 대한 논의가 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슬로건에 집중해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이중 전환이 초래한 자본주의 위기의 양상을 거시적 지정학 갈등, 사회 갈등, 생태 전환 갈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했다.

신자유주의는 빈곤과 자본의 불평등을 낳았다. 사진=픽사베이

책의 1부에서는 21세기 자본주의 이중 전환의 정치 경제적 기원과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미중 간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과 미국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규제하려는 EU의 노력을 분석한다. 2부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추어 글로벌 자본주의와 한국 경제의 거시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동화 시대 새로운 산업정책의 실효성과 자본주의 대전환에 따른 글로벌 가치 사슬의 변화, 제조업에서의 디지털 전환 등을 분석한다. 

이 책의 3부에서는 생태 전환이 수반하는 사회적 갈등과 투쟁의 동학을 밝히기 위해 자본주의 경제의 침체와 지구적 생태 위기의 상호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정치 전략과 한국의 기후운동의 양상을 경험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서는 사회·생태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로서 △지속가능한 생산 △탄소 산업 노동자의 고용안정 △지역 발전과 민주적 의사결정 △생태적 계급정치에 대한 전망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시장과 세계화, 자유무역에 대한 신자유주의자의 믿음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정치세력과 사회 집단이 되려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킨 것을 목도했다. 오늘날 전 지구적 규모에서 발생하는 기후 변화는 인류 모두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기후·생태·자본주의 위기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적인 기후·노동·시민사회 운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와 대안 사회의 전망을 발견할 수 있다. 저성장과 불평등, 생태 위기에 직면한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정의로운 체제 전환과 생태,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분투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민형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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