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1:55 (토)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40] 세계 곳곳에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이유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40] 세계 곳곳에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이유
  • 권오길
  • 승인 2024.03.07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맹그로브
이리오모테섬의 맹그로브 숲이다. 사진=위키백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 등의 TV 세계여행 프로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가 있다. 맹그로브(mangrove)란 나무로, 땅바닥이 진흙질인 곳에 자생(自生)하는데, 거기엔 산소가 부족해지기 쉽기에 호흡근(呼吸根, respiratory root)이라고 하는, 땅 밖으로 튀어나온 뿌리를 만든다. 숲을 이루면 붉은 뿌리가 물에 떠 있거나 돋보이기에 해표림(海漂林) 또는 홍수림(紅樹林)이라 불린다. 

이 나무는 열대 및 아열대의 큰 강변, 하구, 해변, 기수역의 습지 등지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교목이다. 온대지방인 우리나라에는 살지 않으며(우리나라에도 숲을 가꿀 예정이라 합니다.)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아프리카 해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며, 미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의 섬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현과 가고시마현에 자연 분포하고, 혼슈일부 지역에도 인공적으로 옮겨 심은 맹그로브 숲이 존재한다.

조수(潮水)에 따라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한다. 맹그로브 중에는 3m 남짓한 관목부터 수십 미터에 달하는 교목(거목)까지 있으며, 뿌리가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최근에는 해양 오염, 관광지 개발 등으로 맹그로브 숲의 면적이 점점 감소하는 중이라 한다. 맹그로브도 성치 못하다는 말씀이다.

이 나무가 지구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중생대 백악기 말이고, 처음 발견된 지역은 주로 아시아라고 하며, 은행나무처럼 ‘살아있는 화석(생화석, 生化石, living fossil)’의 한 종에 든다. 나무뿌리가 거꾸로 선 것이 물 밖으로 튀어나와 호흡하는데, 이런 뿌리를 호흡뿌리라 하고, 물 위의 호흡근은 공중의 산소를 흡수해 나무 전체에 공급하고, 잎은 열대성 식물답게 두꺼우며, 물에 뜨는 뾰족하고 긴 열매나 살눈(주아, 珠芽)으로 번식한다. 열매나 줄기의 주아가 땅에 떨어지면 진흙에 박혀 그 자리에서 자라지만, 물에 떨어지면 떠다니다 도착한 곳에서 번식한다.

바다나 민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답게 염분을 섭취하면서 자라고, 많은 잔뿌리가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물속 생명체들이 살아갈 공간을 제공한다. 한편 파도로 토양이 침식되는 것을 막고, 쓰나미의 피해도 줄일 수 있으며, 간석지의 발달을 유도한다.

그리고 줄기에 물이 다량 있어서 좋은 수분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맹그로브는 잎으로 소금기를 배출한다. 맹그로브 숲은 물고기의 생존에 적합하고, 여름이 되면 꽃이 피며, 열매의 크기는 큰 배(梨, pear) 정도로 주로 야생 동물이 먹이가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수(汽水, brackish water)에서 서식하는 식물로 염분에 강하지만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

수중의 맹그로브 모습이다. 사진=위키백과

하지만 요새는 산림벌채가 심화하고, 새우 양어장이나 매립지로 사용하거나 호텔 및 항구 등을 짓느라 맹그로브 숲이 손상되어 간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맹그로브는 쓰나미나 해일 예방에 매우 효과가 있으며, 또 흙이 유실되지 않게 가두는 능력이 좋다. 그리고 맹그로브 숲을 복원했더니 어획량이 극적으로 늘어났다는 증언이 있는 등 여러 이점이 있어서, 아프리카 동부 해안 등 세계 곳곳에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고, 새로 도입(導入)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한다.

맹그로브 숲의 바깥쪽(바다 쪽)은 만조 시에는 줄기는 물론 잎 일부까지 바닷물에 잠기지만, 안쪽은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일은 없다. 맹그로브 숲을 구성하는 식물은 세계적으로 70~100종 정도가 있는데, 그중에서 주요한 것은 홍수과(Rhizophoraceae), 마편초과(Verbenaceae), 손네라티아과(Sonneratiaceae) 등 3개 과이다. 홍수과의 식물은 모두 광택이 있는 타원형의 잎이 난다. 잎은 두껍고, 또 그 두꺼운 잎을 두꺼운 각피가 덮고 있다. 호흡뿌리의 형태는 종마다 다양하다.

맹그로브 숲은 물고기들을 포함한 각종 해양 생물들에게 중요한 은신처와 서식지를 제공하고, 양서류이면서도 바닷물(짠물)에서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개구리인 ‘게잡이개구리(Fejervarya cancrivora)’가 바로 맹그로브에서 산다. 재언하지만 양서류는 짠물인 바다에 살지 못하지만 게잡이개구리(crab-eating frog) 종은 현존하는 양서류중에 염수(鹽水)에도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게잡이개구리 몸은 전체적으로 갈색을 띄며, 고동색의 무늬를 가지고 있고, 등에는 주름이 나 있으며, 앞발의 물갈퀴는 흰색이다. 바다의 염수와 기수에 적응한 유일한 개구리이자 다른 개구리들과는 다르게 소변을 통해 소금물을 배설하는 기능이 매우 잘 발달하였다.

먹이는 육식성으로 수생곤충이나 일반 곤충을 주로 잡아먹지만 작은 물고기도 가끔 잡아먹으며, 게와 같은 다른 갑각류를 먹이로 선호한다. ‘게잡이개구리’를 ‘바다개구리’라고도 부르며, 게잡이개구리의 주요 서식지는 중국, 동남아시아이다. 그리고 맹그로브 생태계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보존의 날’로 지정했다. 

다음은 ‘맹그로브게(mangrove crab)’ 이야기다. 이 게는 맹그로브 잎을 잘라 땅에 묻거나 뜯어먹어서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 맹그로브 나무의 종(種)이 많은 것처럼 게도 종류가 많고(6과 481종), 맹그로브가 나는 곳엔 이 게가 산다. 전 세계의 해안가에 나는 맹그로브게는 잡식(雜食, omnivorous)하고, 맹그로브게는 어류나 포유류에 먹히며, 동남아, 남미, 북호주 등지에 가장 많다.
맹그로브게는 주로 바다 환형동물(갯지렁이)을 먹고 살고, 식물도 먹으며, 죽은 게나 맹그로브 나무의 여린 새잎을 뜯어 먹기도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