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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레볼루션, 젊은 세대 부담 덜고 역할 분담 새롭게 하자”
“시니어 레볼루션, 젊은 세대 부담 덜고 역할 분담 새롭게 하자”
  • 김봉억
  • 승인 2024.03.0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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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아미’ 공동대표 최영진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과)
‘시니어 아미’ 공동대표 최영진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과)   사진=씨영상미디어

“시니어 레볼루션의 핵심은 세대 간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하자는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지금까지 젊은이의 몫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그런데 건강한 시니어들이 이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전 사회로 확산될 때, 시니어 레볼루션이 전면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시니어 아미’는 시니어 레볼루션의 서막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시니어 아미’가 사회적인 화제로 떠올랐다. 병력 자원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건강한 시니어들이 국가예비전력으로 사회에 기여하자고 나선 단체다. ‘시니어 아미’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진 중앙대 교수(62세, 정치국제학과·사진)는 “대학교수는 65세까지 근무하지만, 60대 친구들 대부분이 집에서 쉬고 있어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국가예비전력으로 나선다면, 그만큼 젊은이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니어 아미’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며 개인 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특정 정치적 입장도 배격한다. 회원 가운데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도 있고, 민주당 시의원, 정의당 국회의원도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가입해 국가예비전력으로 준비하겠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시니어 아미’의 입장이다. 

특히 ‘시니어 아미’는 정부에 기대지 않고 자비 부담 원칙으로, 회원들이 필요한 비용을 내서 활동한다. 지난해 11월 3일 입영 훈련을 받을 때도 회비로 상해보험을 들고 식대도 지불했다. 훈련은 국방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지만, 다른 비용은 회원들이 냈다. 최 교수는 “국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기대하지 않고, 우리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시니어 아미의 운영 원칙을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3일 열린 '시니어 아미'의 군부대 입영 훈련 모습이다. 시니어 아미는 올해 본격적인 입영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시니어 아미

시니어 아미의 핵심 가치는 건강한 시니어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자는 것이다. 가족이나 국가가 돌봐야 할 노년층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한 시니어들은 시간적·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런 건강한 시니어들이 국가와 사회,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이유다. 

이런 ‘시니어 아미’의 설립 취지와 행동 원칙에 공감하고 회원으로 가입한 회원이 1천500여 명이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니어 아미’에 매월 200~300명 씩 가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회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에 최 교수도 깜짝 놀랐다. “자발적으로 국가안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병력 자원의 부족도 문제이지만, 건강한 시니어들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남성들은 군복무에 대한 특별한 감회가 있다. 무지 고생했지만, 다시 한 번 총을 들고 전선을 지키고자 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시니어 아미’는 올해 본격적인 입영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위기시 동원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가예비전력이 되기 위해 동원예비군훈련에 버금가는 체계적인 입영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위기 시에 바로 동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본적이 없는, 말그대로 시니어 레볼루션이다. 

시니어 레볼루션
인류사 처음으로 건강하고 정신이 맑은 60대 등장
건강한 시니어의 탄생 자체가 혁명적 변화의 시작
시니어 사고전환 통해 새로운 사회 만들어 나가야

△ 지금의 시니어는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제가 시니어 레볼루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사 처음으로 건강하고 정신이 맑은 60대가 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 60대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습니다. 환갑잔치를 왜 했겠습니까. 살만큼 살았다는 의미였죠. 언제부턴가 환갑잔치가 사라졌고, 정년퇴임 기념식 같은 것도 사라졌습니다.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건강한 시니어들이 국가나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많은 국가적 난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에서 지방소멸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시니어들이 사고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면에서 건강한 시니어의 탄생 자체가 혁명적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시니어와 청년세대 간에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역할 분담이 필요한가요.
“시니어 레볼루션의 핵심은 세대 간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지금까지 젊은이의 몫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노인들이 군대 가는 일이 뉴스가 되었죠. 그런데 젊은이만큼 건강한 시니어들이 이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일 자체가 세대 간 새로운 역할 분담의 상징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 사회로 확산될 때, 시니어 레볼루션이 전면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시니어 아미는 시니어 레볼루션의 서막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시니어 아미’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인식의 전환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고방식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나이나 세대, 성별에 기반한 전통적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건강한 시니어라는 말에는 젊은이들에게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인의 일이 근육의 문제라면, 체력적으로 더 건강한 시니어가 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사회적 역할 분담이 나이나 성별에 의해 이뤄졌다면, 시니어 아미는 체력과 정신력을 기준으로 새롭게 역할 분담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 간 협력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지난 1월 27일에는 '시니어 아미' 신년 행군 행사도 열었다. 사진=시니어 아미

△ ‘시니어 아미’는 꼭 국방 분야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고방식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른 영역이나 분야에서도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출산이나 지방소멸과 같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데도 시니어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한 시니어들이 공동육아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서 출산을 장려할 수 없습니다. 교육에서도 멘토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요. 

지방소멸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결책은 시니어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는 일도 없으면서 대도시에 남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충분한 의료시설이 보장되고, 친구들이 함께 있다면 굳이 생활비가 많이 드는 수도권에 거주할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이런 것이 시니어 레볼루션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시니어 아미’와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 주십시오.  
“일부에서는 시니어 아미를 ‘정치적 보수’로 폄하해버리기도 합니다. 안보는 보수라는 관념이 작동하는 거죠. 그러나 진보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시니어들이 중심이 되어 젊은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세대 간 새로운 역할 분담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적 사유의 상징적 활동이라고 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좌우로 구분해버리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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