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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분열 100년의 미스터리, 돌연변이로 풀다
감수분열 100년의 미스터리, 돌연변이로 풀다
  • 최승우
  • 승인 2024.02.2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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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최규하 교수팀, 유전적 다양성에 숨겨진 복잡한 메커니즘 최초로 밝혀내
연구_이미지
연구 이미지. 사진=포스텍

‘엑스맨’과 ‘판타스틱’, ‘더 가디언즈’ 등 개성 넘치는 돌연변이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어느새 극장가에서 빠질 수 없는 이러한 돌연변이가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 100여 년 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를 해결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최규하 교수 · 김재일 박사 · 박사과정 김희진 씨 연구팀이 염색체 수준의 생물학적 패턴이라 불리는 감수분열 과정 중 교차 간섭(crossover interference)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지난 20일 게재됐다.

부모나 형제자매와 생김새가 아주 비슷할 때 사람들은 ‘붕어빵’이라는 말을 쓴다. 붕어 모양의 틀로 똑같은 모양의 빵을 찍어내듯 그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하더라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동물의 정자 · 난자와 같은 생식세포를 만드는 감수분열 때문인데, 감수분열은 유전체를 똑같이 복제하고, 분열하는 체세포 분열과 달리 교차 과정을 통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생식세포를 만든다. 

따라서, 감수분열과 교차는 생물 다양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이며, 농작물의 우수한 형질을 골라 재배하는 육종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보통 동물과 식물 종에서 염색체당 교차가 최소 1회부터 최대 3회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교차 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원하는 형질을 가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지만 ‘교차 간섭 현상’으로 인해 거의 불가능했다. 이 현상은 하나의 교차가 또 다른 교차의 발생 위치와 횟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1916년 초파리 유전학자인 허먼 멀러(Hermann J. Muller)가 처음 발견했다. 이 현상이 처음 발견된 이래로 학자들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지만 100년이 넘은 최근에서야 그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형광 종자 대량 이미지 분석 기법을 통해 애기장대 식물에서 교차 빈도를 직접 측정하고, 유전학적 스크린 과정에서 교차 증가 돌연변이체 hcr3(high crossover rate3)를 발견했다. 이 hcr3의 유전체 수준의 교차 증가는 특정 보조 샤페론(co-chaperone), HSP40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J3 유전자에 점돌연변이가 원인임을 증명했다. 또, HCR3/J3/HSP40 보조 샤페론과 핵심 샤페론1)(HSP70) 간 네트워크가 교차 촉진인자 단백질(HEI10)의 분해를 조절해 교차 간섭과 위치를 제어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교차 간섭 · 억제 경로를 찾기 위해 유전학적 기법을 적용해 100년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생명과학계의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포스텍 최규하 교수는 “이번 연구를 농업 분야에 적용하면 유용한 형질들을 단시간에 축적하고, 육종 연한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품종 육종은 물론 병이나 환경 스트레스 저항성, 생산성, 고부가가치 생산과 같은 유용한 변이 발굴에도 이번 연구가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농촌진흥청의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서경배과학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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