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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교수 신청서에 ‘서약서’ 반발 일자 철회
학술연구교수 신청서에 ‘서약서’ 반발 일자 철회
  • 임효진
  • 승인 2024.02.2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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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재단, ‘주관연구기관 확인서’ 추진하다 도입 않기로
비정규 교수들 “비전임 연구자 현실 모르고 모욕감 준다”
연구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신청을 준비하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문후속세대 지원 사업 신청서에 '주관연구기관 관련 확인서' 제출이 추진됐다가 철회됐다. 

한국연구재단은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에서 과제 신청서를 제출할 때, 올해부터 ‘주관연구기관 관련 확인서’를 요구했다가 연구자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B유형) 사업을 신청할 때 연구주관기관을 한국연구재단으로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연구자가 해당 대학에서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연구재단이 위탁·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첫 공고를 냈었다. 

“확인서, 비학술적이고 비인격적인 조치”

비정규교수들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은 “‘확인서’ 제출 요건은 매우 비학술적이고 비인격적인 조치”라며 “모든 기관으로부터 소속을 거절당한 연구자에게 소외감과 모욕감을 준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강의하지 않은 연구자나 소수 학문 분야여서 출강조차 쉽지 않은 연구자, 학술적 이견 때문에 제도권 대학에서 벗어난 연구자들은 ‘관련 확인서’를 제출하기 쉽지 않다”라며 확인서 의무 제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전임 연구원, 대학 인프라에 편입시키기 위해 도입하려 했던 것”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자지원팀 관계자는 관련 확인서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사업 최초 시점부터 국내 대학을 주관기관으로 신청하는 게 원칙이었다. 소속기관이 없는 비전임 연구원을 대학의 연구 활동·강의 환경·인프라에 편입시켜 연구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신청자 대부분이 대학에 문도 두드리지 않고 연구재단에 바로 신청하면서 재단에서 과제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교육부와 협의해 ‘주관연구기관 관련 확인서’ 절차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의 취지대로 대학 지원을 받으면 연구자도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대학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지원하는 데 난색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 소재 일부 대학은 주관연구기관 신청을 받지 않았고, 사업 신청 마감 직전에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연구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신청을 받아들인 대학도 있다.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는 대학에는 간접비 명목으로 한국연구재단에서 1인당 1백만 원을 지원한다.

이번 사업 신청 조건에는 대학 부설연구소 배치를 필수로 한다는 조항도 논란이 됐다. 한교조 측은 “대학의 부설연구소에서 모든 연구 주제를 감당할 다양성이 없고, 연구자에게 제공할 연구 인프라도 거의 없는 형편”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관련 확인서’ 의무 제출 철회

한국연구재단은 비전임 연구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자, 27일 ‘관련 확인서’ 제출 절차를 삭제했다. 다만, 연구자들이 직접 관련 대학에 주관연구기관 수행이 가능한지 협의해야 하는 과정은 남았다. 예전처럼 대학이 주관연구기관 수행이 어렵다고 하면 한국연구재단이 위탁·지원한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사업 시행 목적을 달성하고, 연구자들에게 학문후속세대 양성 지원사업임을 인지시키기 위해 ‘확인서’ 절차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확인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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