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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 최승우
  • 승인 2024.02.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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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44쪽

“작가가 쓴 아름다운 수사와 그 속에 담긴 정서가 너무 탐났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표현과 생각을 훔치고 싶었다.”  ― 최민석 소설가 

작가에겐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무심히 말하듯 내놓지만 흡입력 강한 문체가 매력인 이경 작가에겐 이번 책이 그러하다. 이미 4권의 책을 낸 작가지만 그는 오래도록 책보다는 음악 가까이에 살았다. 책을 내봐야지 했던 것도 음악 때문이었고 글쓰기도 음악을 통해 배웠다고 내내 말해왔다. 한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 더 애틋하고 더 깊어졌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음악 웹진 ‘리드머’ 필진이었던 작가가 인생의 순간마다 음악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40여 곡의 노래를 선곡해 소개한 책이다. 그가 추천하는 노래도 물론 좋지만 이 책은 ‘고백’에 방점이 찍힌다. 이것이 이번 책이 더 특별한 이유다. 작가는 음악이라는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나의 음악 취향이 그녀의 취향이 된 첫사랑 이야기부터 고단한 사회생활을 맛보게 해준 구로공단에서의 시간, 눈물과 웃음범벅을 만드는 가족이라는 테두리와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가끔은 서럽고 여전히 서툰 나날들까지. 

이번 ‘음악 에세이’는 작가의 첫 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책이 되지 못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는 소설을 쓰고 다른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났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그의 글은 숙성되었고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최민석 소설가가 “그의 표현과 생각을 훔치고 싶”다고 할 만큼. 

★★★★★ 소설가 최민석 강력추천 
★★★★★ 「안녕,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어른에겐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가끔은 서럽고 여전히 서툰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 

살다보면 누구나 마음이 힘든 날이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처방전을 갖고 있는데 작가에겐 그게 ‘음악’이었다. “우울할 때도 기쁠 때에도, 살면서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내가 기댄 곳엔 늘 음악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책에서 그 처방전을 공개한다. 

작가는 마흔 편의 에피소드에 곁들일 만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장르는 대중가요, 팝, R&B, 인디음악 등 다채롭기 그지없다. 하나의 이야기에 한 곡의 노래만 들어 있는 ‘싱글 앨범’ 형식도 아니다. 글의 흐름이나 주제에 따라 해당 가수의 또 다른 곡이나 다른 가수의 곡을 추가로 추천하는가 하면, 그 곡과 관련해 우리가 몰랐던 별의별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음악을 들어볼까 싶다가도 딱히 떠오르는 노래가 없다면 작가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대로 선곡해보아도 좋다. 이 책을 기획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기도 했으니까.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혹은 서럽고 외로워서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을 때, 그것도 아니라면 하루에 쉼표가 필요한 시간…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다. 플레이 버튼과 함께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당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싶을지 모른다. 

“음악을 들으면 자꾸만 당신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생겨나요.” 
음악의 힘을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세상 솔직한 음악 에세이 

특정 음악을 들으면 잊고 있던 인생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음악과 이어져 있던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 심각하고 고단했던 일도 음악 앞에서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고백하게 된다.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자 작가가 (술이 아닌) 음악의 힘을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책이다. 글쓰기가 고백처럼 느껴진다는 작가에게 음악까지 들려주었으니 세상 솔직한 글인 셈이다. 

그의 이야기는 단어만으로도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스물, 첫사랑부터 시작된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작가의 이십대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오롯이 들여다본 느낌이라 내적 친밀감까지 느끼게 된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썼다는 작가는 자꾸만 하고픈 이야기가 떠올랐을 것이다. 음악은 그에게 글쓰기 선생이자 뮤즈였으니. 물론 앞으로도 그럴 테고. 

좋아하는 작가와 책을 말해보라면 멈칫하지만 좋아하는 뮤지션과 가사를 말해보라면 밤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작가에게 이 책은 꼭 써야 할 이야기였다. 구어체처럼 술술 읽히는 그의 글이 재밌다는 독자도, SNS에서 자기 책을 열렬히 홍보하는 그를 좋아한다는 독자도 이번 책을 통해 작가와 한 뼘 이상은 더 가까워질 것 같다. 음악으로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가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을 듯싶다. 이전 책을 함께 만든 마누스팀은 추천사에서 “그의 글이 가진 장점이 가장 도드라진 책”이라며 애정 그득한 마음을 전했다. 

* 새 책이 나오면 마지막으로, 결국은, 김광석의 <너에게>를 듣는다는 작가는 이 책을 처음으로 받은 그날에도 그 노래를 들었을 것이다. 

지은이. 이경

음악 애호가. 첫 책을 발표한 후로 매년 책을 내고 있다. 소설 『작가님? 작가님!』과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난생처음 내 책』, 『작가의 목소리』를 썼다. 
@crave4you

차례

프롤로그 

PART 1. 나의 음악 취향
스무 시절의 고백 | 박혜경, 〈고백〉 
처음의 처음 | Maxwell, 〈Fortunate〉 
추억이 늘 아름다울 수만 있다면 | 마로니에, 〈동숭로에서〉 
내가 파괴되던 순간 | 선우정아,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따져 묻고 싶은 맘 | 김동률, 〈2년 만에〉 
나를 보고 웃는 것도 아닌데 | 박혜영, 〈사진〉 
어쩌면 평생을 두고서 | 조규찬, 〈추억#1〉 
너의 음악 취향 | 015B, 〈그녀의 딸은 세 살이에요〉 

PART 2. 구로공단으로 들어갑니다
그때에도 스미스를 알았더라면 | The Smiths, 〈Heaven Know I’m Miserable Now〉 
너는 아름다웠지만 | James Blunt, 〈You’re Beautiful〉 
트랙리스트와 시절인연 | 휘성 1집, 『LIKE A MOVIE』 
벤츠 사주세요 | Janis Joplin, 〈Mercedes Benz〉 
11월 1일 | 김현식의 음악들 
밤이란 으레 그런 거니까 | 오왠, 〈오늘〉 

PART 3. 가족이라는 끈
엄마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 원미연, 〈이별 여행〉 
예민해서 미안합니다 |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저 노래 와 저리 슬프노 | 김장훈, 〈나와 같다면〉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 우효, 〈Teddy Bear Rises〉 
구파발, 밤 눈 | 송창식, 〈밤 눈〉 
고장 난 보일러와 에둘러 말하기 | 십센치, 〈그게 아니고〉 
피아노 배우기 좋은 나이 일곱 살 | Sioen, 〈Cruisin’〉과 Michel Polnareff, 〈Love me, Please Love Me〉 
아이들은 자란다 | Bebe Winans, 〈Love Thang〉 
덕배라는 이름과 오래된 자동차 | 『조덕배 콘서트』 앨범 

PART 4. 작가가 되려고요
빈센트를 들으며 울던 밤 | Don McLean, 〈Vincent〉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 | 김사월 & 윤중, 〈땐뽀걸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나요 | 김윤아, 〈꿈〉 
봄을 기다리는 일 | 이윤찬, 〈겨우살이〉 
글쓰기라는 독립적인 일 | Bruce Springsteen, 〈Independence Day〉 
아름답게 전해지고 싶은 마음 | 김광석, 〈너에게〉 
깊은 바다로의 다이빙 | Style Council, 〈It’s a Very Deep Sea〉 
나를 거기로 데려가줘 | 정혜선, 〈오, 왠지〉 
내가 글을 쓰지 않아도 | 세븐, 〈내가 노래를 못해도〉 

PART 5. 삶은 이어지고
걷고, 걷고, 잠시 멈추어 울고 | 들국화, 〈걷고, 걷고〉 
서러움 달래보려고 | 문관철, 〈다시 처음이라오〉 
잠깐이면 돼, 잠깐이면 | Leellamarz, 〈Trip〉 
그 많던 형, 누나들은 어디 갔을까 | 방의경, 〈그들〉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시는지 | 신지훈, 〈시가 될 이야기〉 
엄마의 기도 | 조동익, 〈엄마와 성당에〉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 장기호, 〈왜 날〉 
우리가 젊었을 때 | Adele, 〈When We Were Young〉 

에필로그 

추천사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흡입력이 실로 강했다. 첫 장을 펼치고 불과 몇 시간 후, 나는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이경 작가가 쓴 아름다운 수사와 그 속에 담긴 정서가 너무 탐났다. 나 역시 한 명의 작가이기에 실천 불가능한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의 표현과 생각을 훔치고 싶었다. 이 책에는 그만큼 애틋한 정서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가 추천해주는 ‘플레이리스트’대로 담기만 해도 훌륭한 컴필레이션 명반이 될 것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이 책에 담긴 음악을 모두 찾아 들으면, 당신은 너무 깊은 추억에 잠겨 한동안 청승을 떨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나는 그조차도 고마웠다.
― 최민석, 소설가

이경 작가와는 전작 『작가의 목소리』를 작업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의 글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써냈구나.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작가가 되기보다 영원한 지망생으로 남을 것을 두려워하던 그가, 끊이지 않을 글감과 끈기를 달라고 읊조리던 그가, 이대로 계속 작가로 남아줄 것 같아서. 음표도 음악 기호도 없이, 드럼, 기타, 색소폰, 건반도 없이 작가가 오로지 글자로만 만들어낸 마흔 개의 음악을 들어보길 바란다. 작가가 소개한 곡들은 어떨지 몰라도, 작가가 써낸 글들은 당신의 취향에 꽤 맞을 테니.
― 이명은, 마누스 에디터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며 지난 사연과 앞으로의 희망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 사람, 노래 하나, 가사 한 줄에 마음을 빼앗겨본 적이 있는 사람, 술술 읽히는 글에서도 적당히 느껴지는 무게감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내가 아는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련다. 그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 좋은 글이 되어줄 테니까. 아, 앞서 말한 ‘사람’들 가운데 당신 또한 포함된다면 나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도 꼭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경 작가의 글은 담담하지만 힘 있고 위트 넘치지만 솔직하다. 내가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고, 그의 글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장점이 가장 도드라진 책이 아닐까 싶다.
― 정가영, 마누스 대표

책 속으로

◇ ‘프롤로그’ 중에서 
문득 5년 전 음악 에세이 원고를 투고했을 때 한 출판사에서 보내준 반려 메일이 떠오른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출간이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여전히도 또 지극히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다. 다만 그 안에는 음악이 함께 있기에 공감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에게 에세이를 쓰는 일은 내 안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자꾸만 털어놓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글은 해당하는 음악을 듣거나 떠올리며 썼다. 어릴 적 사랑하는 이에게 내 마음을 보이기 전에는 늘 술이 아닌 음악의 힘을 빌렸듯이. 

◇ ‘어쩌면 평생을 두고서’ 중에서 _  55쪽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그 숫자 안에서 어떤 음악은 유행하는 한 시기에 잠깐 듣고 말고, 어떤 음악은 단 몇 초 만을 듣고서 다시는 듣지 않기도 한다. 반면 어떤 곡은 간헐적으로 잊지 않고 계속하여 플레이하기도 한다. 어쩌면 평생을 두고서 그럴지도. 삶의 정해진 숫자 안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는 곡이 있다면, 그건 정말 특별한 음악 아닌가.

내게는 조규찬의 〈추억#1〉 같은 곡이 그렇다. 1년에도 몇 번이고 문득문득 떠올라 꼭 찾아 듣게 되는 곡. 그 주기라는 게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고 그야말로 간헐적으로 듣게 되는데, 그만큼 질리지 않는 훌륭한 곡이 아닌가 싶다. 〈추억#1〉은 조규찬의 솔로 데뷔 앨범에 실린 곡으로 조규찬이 작사, 작곡했다.

◇ ‘밤이란 으레 그런 거니까’ 중에서 _ 93쪽 
늦은 밤, 혼자 조용히 음악 듣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대책 없는 서글픔이 몰려와 힘에 부치기도 했다. 밤이란 으레 사람을 많이도 약한 존재로 만들곤 하니까. 사람 때문에 유독 힘이 들던 날, 눈치를 많이 봐야 했던 날,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 날의 밤에는 낮 동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괴로워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런 시기에 오왠의 〈오늘〉을 들으며 나는 조금 위로를 받았던 거 같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횡단보도 위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오왠의 곡을 듣다가 눈이 벌게지면 집 앞 계단에서 기다렸다가 부러 집 문을 늦게 열기도 했다.

힐링, 청년, 청춘이란 단어들 조금은 개똥망 같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내 생애 청춘 끝자락에 울려 퍼진 청춘가의 느낌이었달까. 사는 거 정말 재미없네, 꿈이 없는 사람은 정말 서글프네, 싶던 시절의 힐링송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힐링’이란 단어의 의미가 실존하는구나 하는 것을 분명 〈오늘〉을 통해서 느꼈다.

◇ ‘빈센트를 들으며 울던 밤’ 중에서 _ 153쪽 
누군가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예술이라고 했다던가. 〈Vincent〉를 들으며, ‘Artist’라는 단어를 보고서 눈물이 난 까닭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그동안 너무나 많이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조각을 빚든 혹은 사진을 찍든, 노래를 부르든, 곡을 쓰든 자신의 창작물을 이해하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지는 대부분의 행위는 자기만족이 아닌 이상 그저 외로울 뿐이다.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봐주던 종자기가 있었듯이, 빈센트 반 고흐에게 동생 테오가 있었듯이 내게도 내 글을 알아봐줄 그 누군가가 그토록 필요했고, 이제는 그런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에 그간의 설움이 눈물로 쏟아진 것이다. 왜 우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한참을 더 울먹거리고서야 나는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계약하고 싶대.”

◇ ‘깊은 바다로의 다이빙’ 중에서 _ 186쪽 
작가들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글을 쓴다는 일은 그렇다. 지나온 내 삶이 깊은 바다라면 나는 자꾸만 그 안을 헤집는다. 가만히 두어도 괜찮을, 굳이 들추어 좋을 것 없는 어설프고 부끄러운 과거의 일들.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일부터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먼 과거로 돌아가 기억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이야기를 들고서 오는 일. 그리고 그것들을 종이 위에 적어내는 일. 

글을 쓴다는 일은 자꾸만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는 것은 대체로 고통스럽다. 그 안에는 후회와 회한이 가득하다. 드러내고 싶지 않다. 부끄럽다. 숨기고 싶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것들을 꺼내 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왜 가만히 두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그 과거의 일들을 파헤치려 드는 걸까? 글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그저 쓰는 고통보다 쓰지 않는 고통이 더 크다고 말하는 수밖에. 그렇게 더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 깊고 고요한 바닷속을 다시 어지러이 헤집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음악의 힘은 때로 무척이나 강력하여 그 유효함이 오랫동안 가기도 한다. 몇 권의 책을 낸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다가 막힐 때면, 내가 가진 바다로 뛰어드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때면 스타일 카운실의 〈It’s a Very Deep Sea〉를 꺼내 듣는다. 그렇게 또 다이빙, 다이빙, 다이빙. 내 안의 세계로 빠져든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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