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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민주주의
좀비 민주주의
  • 최승우
  • 승인 2024.02.20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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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직 지음 | 마르코폴로 | 492쪽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까지 이어진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결과에 대해 깜짝 놀랐고 우리는 그 현실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역사로서의 민주주의,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국민(인민)주권 또는 국민주권과 유사한 의미의 문장들은 민주주의의 교과서에서 항상 발견된다. 대한민국 헌법의 앞줄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쓰여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국가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른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명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는 문제를 만나야만 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다스린다”는 자치의 욕망 속에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되기도 하고,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시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Demos)가 “국민”이 되어, 우리가 국민으로서, 국가의 최종적 결정권자가 된다는 국민주권의 표어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가장 먼저 말해지는 문장이다. 국가라는 종교성 가득한 집단의 구성원. 국가라는 집단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국민은 무엇인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우리(Demos)는 국민이 되고, 국민은 국가의 주권자가 되어, 국민인 우리에 관한 최종결정권자가 된다. 즉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다스린다(Cracy). “우리가 곧 국가다”. 사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또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하므로 어떤 의미로 해석해도 옳을 수 있고, 바로 그 이유로 언제나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모든 교실에서 읽혀졌을 문장들이다. 익숙한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우리가 국민이 되어 국가의 결정권자가 된다는 논리 속에는 많은 가정들과 허구의 개념들이 작동한다.

민주주의(Demos+cracy)의 많은 모순은 “Demos”가 “국민(인민)”이 되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거나, “Demos”를 “국민(인민)”으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 인간들이 모여 우리가 되는 순간, 그들이 자연스럽게 국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우리는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 하는 현실 속의 존재다. 인간은 볼 수 있지만 국민은 볼 수 없는 무엇이다. 민주주의의 “국민”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각각의 인간들이 하나의 집단. 즉 국민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 즉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과정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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