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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똥, 뒷간의 미학
종교와 똥, 뒷간의 미학
  • 김재호
  • 승인 2024.02.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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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외 4인 지음 | 씨아이알(CIR) | 194쪽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명의 순환과정으로서의 똥과 배설

살아있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두 요소인 음식과 똥, 오줌은 그 핵심적인 중요성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음에도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먹을거리에 관한 논의는 차고 넘치는 반면, 먹은 것을 소화시켜 배설하는 과정의 산물인 똥과 오줌에 관한 이야기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똥과 오줌을 대하는 지금과 같은 금기의 정도는 수세식 화장실이 자리 잡은 서구 근대문명이 유입되면서 정착한 후에 심각한 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한 생명체로서 인간은 몸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삼아 자연스러운 배설의 과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그 생명의 연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음식과 똥은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동안 그리스도교와 불교로 대표되는 우리의 제도종교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한 역할을 해왔지만, 음식과 똥, 오줌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느 종교든 똥은 대체로 더러운 것으로 분류되었고,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책 『종교와 똥, 뒷간의 미학』은 가톨릭, 기독교, 불교, 유교(기철학), 이슬람교 등 여러 종교의 관점에서 똥과 배설의 의미를 조명하여 삶의 총체성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고, 인간 삶의 일부인 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각 종교의 교리와 문화 속에서 생명과 순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똥이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대해지는지를 살펴본다.

1장에서는 가톨릭의 관점에서 회개와 고해성사가 욕망의 버림[배설]과 되살림의 과정이었음을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신학적, 역사적 관점을 통해 재해석하며, 2장에서는 똥의 성서적 의미를 살펴보고 뒷간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생멸의 과정과 배설로서의 똥에 관해 불교적 관점에서 독해하고 있다. 4장에서는 기철학의 특징과 똥의 가치를 설명하고, 똥본위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똥을 더럽다고 보는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세세한 정결 개념이 신앙의 절반인 이슬람 신앙 전통에서 당연히 더럽다고 여겨지는 똥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물질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종교 교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저자들의 노력은 똥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한 관점을 교정하고, 삶의 순환과정을 바라보는 시야의 확장과 심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삶과 사회에서 흐름과 순환의 과정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 부엌과 식당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뒷간의 정결함과 서늘함으로 이어지는 ‘뒷간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자리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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