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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예루살렘 해변
  • 최승우
  • 승인 2024.02.19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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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게펜 Iddo Gefen 지음 |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440쪽

독특한 문체, 탁월한 상상력, 놀라운 반전!

예루살렘엔 해변이 없다. 그런데 해변이라니. 제목의 역설이 불러일으킨 호기심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작가의 이력을 먼저 보자. 1992년 이스라엘 출생. 뇌 연구원.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 2017년에 출간한 첫 소설집 『예루살렘 해변』. 중단편, 총 14작품. 짧은 소개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킨다. 게다가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박경리 문학상’과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을 수상한 아모스 오즈가 극찬한 소설가라니. 독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은이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17년 출간된 그의 첫 『예루살렘 해변』 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그 해 이스라엘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9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수여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파르데스Pardes’ 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은 2021년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출판될 예정이며, 이 책에 수록된 몇 작품은 이미 이탈리아와 체코에서 출판되었다. 몇몇 작품에 대한 영화와 TV 드라마 판권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에 팔렸고, 곧 영상물로 제작된다. 

이스라엘 청년 작가가 보내온 14편의 이야기 보따리

*타인의 목소리가 라디오 주파수에 잡히는 설정의 「101.3FM」
*돈을 더 벌기 위해 악몽을 제조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차마 사랑하는 여자에게 악몽을 제   조하지 못하는 「데비의 드림 하우스」
*페이스북에 거짓 포스팅을 올리며 거짓말이 얼마만큼 뻗어 나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   상 공간에서의 생을 끌고 가는 두 젊은 남녀의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
*결혼 전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시술을 받는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
*모든 꿈이 몇 년씩 지속되는 것처럼 느끼며 잠에 취해 있는 딸을 키우는 「엑시트」
*홀로그램 전화기가 등장하고 태양계를 순항하는 버스로 이동하는 「태양 근처 행성에 사는   여자」
*시간을 움켜쥐어 병 속에 넣는 「파리와 고슴도치」
*콜센터 직원들의 애환과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들의 심리가 놀랍게 번득이는 작   품 「고객서비스 지침서」
*중앙버스 역에 사는 소년의 이야기 「중앙버스 역에서 레논은」
*제목은 철학적이지만 사실 누군가 한 번쯤 느껴봤음직한 청춘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 「삶   의 의미 주식회사」
*여든의 나이에 혼자된 할아버지가 이스라엘 군대에 입대해 벌어지는 일을 손자의 시점으로   지켜보는 「노인 부대」
*집회에 참석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외치는 여자 「아니타 샤브타이」
*전초 기지가 지구에서 해왕성 거리만큼 세상과 뚝 떨어져 있다는 소문에서 유래한 「해왕   성」
*존재하지 않는 해변을 찾는 노부부 이야기 「예루살렘 해변」

연민과 철학적 사유 그리고 유머가 살아 있는 소설 작품집 『예루살렘 해변』은 모든 모순을 견디는 인간 군상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숙함에서 한 걸음 떨어진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다. 이도 게펜은 노인 부대, 기억을 공유하는 신기술 창업에 대한 야망, 존재하지 않는 해변을 찾는 노부부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과학의 발전과 인간 두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다치면서도 결국 치유에 이르는 인물들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로 우리를 끌고 간다.

가족애를 지탱하는 힘들을 되새기든, 성공과 실패의 모순에 정면으로 들이대든, 『예루살렘 해변』은 독자들에게 내내 호기심을 갖게 한다. 몇몇의 작품들은 영화감독 라이언 고슬링, 워너 브라더스,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감독인 그렉 버랜티에게 판권이 팔렸다. 이스라엘에서 큰 갈채를 받으며 출판된 작가의 첫 작품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독특한 인간의 관점을 선사한다.
이도 게펜에 쏟아진 놀라운 찬사

아모스 오즈: 이스라엘 작가. 전 대학교수, 2015년 제5회 박경리 문학상/2013년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 등 수상.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는 세계적인 거장 아모스 오즈는 “「엑시트」는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강력하고 애틋한 이야기이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예리하고, 분명하며, 치밀하다.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은 이 소설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최고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내가 그동안 읽은 것 중에 최고일 것이다. 슬프고 웃기고 지혜와 진리로 가득 차 있다.”라고 극찬을 했다.

에트가 케렛: 작가, 영화감독

이도 게펜의 『예루살렘 해변』에 수록된 작품들은 독창적이고, 일련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안겨주며,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적어도 예측 가능한 장소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에스콜 네보: 작가

이도 게펜은 자기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세대를 뛰어넘어 더 멀리 본다. 옆에서 관찰하는 시선으로 혹은 80세 노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예루살렘 해변』은 신선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놀라운 데뷔작이다.

《타임-아웃 텔 아비브》: 이스라엘 대표 잡지

이도 게펜은 매력적인 작가다. 언뜻 보기에 『예루살렘 해변』은 가볍고 가독성이 뛰어난 젊은 작가의 데뷔작처럼 보이지만, 게펜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모든 곳에 시선을 두고(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완충지대를 밀레니얼 세대들의 심리적인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기 위해 예리하게 사용한다. 외상 후 트라우마, 무기력, 그리고 비통함과 같은 주제들을 모두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게 치유한다. 그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것이 바로 몇 년 안에 미래가 될 것임을 예감한다. 게펜은 연민과 인간미가 넘치는 새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이 주제들을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

아리엔 멜라미드, 하에레츠-이스라엘 뉴스

이도 게펜. 여러분은 이 이름을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 『예루살렘 해변』은 놀라운 작가의 탄생과 함께 무르익은 재능과 자신감을 보여준 결과물이다. 그는 복잡한 이야기들을 예상치 못한 즐거운 반전으로 이끌며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해 보여 준다.
모든 이야기들은 날카롭고 번뜩이는 유머로 가득 차 있으며, 2차 레바논 전쟁부터 사회적 저항 이후까지, 오늘날 이스라엘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문학에 대한 오래된 질문들과 인간 상호작용이 가져오는 수천 가지의 가능성들과 씨름한다.
그는 모든 위대한 문학이 그렇듯이 화살이 독자의 꿈, 기억, 감정의 집중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조준하며 부드럽게 그곳을 향해 집중하는 등 데뷔 작가들이 보통은 할 수 없는 일을 완수했다.

에리엘 허슈펠트 교수: 국립도서관장학회의 심사위원단

이도 게펜은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탁월한 작가로 현실, 환상, 꿈, 욕망에 대한 변주들을 『예루살렘 해변』을 통해 보여준다. 작품 전체에 존재하는 아이러니함과 놀라운 반전들이 보여주는 유머는 ‘인간 조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어렵지 않게 표현한다.

<한국어판 서문>

한국 음식은 『예루살렘 해변』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을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국 독자들에게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책은 세 번 만들어집니다. 처음엔 작가가 쓸 때, 두 번째는 인쇄되어 출간될 때, 그리고 세 번째는 독자들의 눈과 만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책이 독자와 직접 만나는 세 번째의 역할이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직 그 만남을 통해 이야기는 풍성해질 수 있으며 의미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좀 엉뚱한 얘기지만, 집필 기간 내내 내게 힘을 준 한국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이번 기회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책에 수록된 작품들 일부를 집필하는 동안 저는 뉴욕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저는 숙소와 멀지 않은 곳에서 양질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맨해튼 32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리고 몇 주 동안 저는 뉴욕에서 한국 음식만 계속 먹었습니다. 그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음식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언제나 친절했고 제게 호의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환대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며, 두말할 것도 없이 제 원고를 완성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되었다고 언제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한국까지 8,302킬로미터의 먼 거리를 이야기의 띠로 멋지게 이어준 번역가 임재희 님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그녀의 질문들은 늘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제 소설이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소설로 기억되길 고대하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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