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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유발하는 망막 박리, 끈적한 미역으로 치료한다
실명 유발하는 망막 박리, 끈적한 미역으로 치료한다
  • 김재호
  • 승인 2024.02.0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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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동아대 의대 연구팀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미끌미끌한 미역을 먹고 시험에서 미끄러져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의 표면이 미끄러운 이유는 ‘알지네이트(alginate)’라는 점액질 성분 때문인데, 최근 망막 박리 치료용 유리체 개발에 이를 사용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차형준 교수, 최근호 박사, 동아대 의대 안과학 정우진 교수·박우찬 교수·안성현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망막 박리 치료용 인공 유리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차형준 포스텍 교수(화학공학과), 박우찬 동아대 의대 교수다. 사진=포스텍

유리체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워 안구 형태를 유지하는 젤 상태의 조직이다. 망막 박리는 안구 내벽에서 망막이 유리체 강(공간)으로 떨어져 나와 들뜨게 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유리체를 제거하고, 팽창성 가스나 실리콘 오일 등 의료용 눈 속 충전물로 유리체를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충전물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인 알지네이트를 개량해 사용했다. 알긴산으로도 불리는 알지네이트는 식품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점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 때 널리 사용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알지네이트를 기반으로 유리체를 대체할 수 있는 의료용 복합소재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이 하이드로젤은 생체 적합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실제 유리체와 광학적 특성이 유사해 수술 후 환자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하이드로젤은 독특한 점탄성을 갖고 있어 안구 내부 유체 이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망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고, 내부에 생긴 공기 방울도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하이드로젤의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했다. 토끼의 눈은 사람의 눈과 구조, 크기, 생리적 반응 등이 거의 유사하다. 토끼의 눈에 연구팀의 하이드로젤을 이식한 결과, 망막 재 박리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장기간 사용한 후에도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했다.

차형준 교수는 “망막 박리는 고도 근시와 연관이 있어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고, 2017년 대비 2022년 국내 망막 박리 환자 수가 50% 증가했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연구팀의 하이드로젤을 실제 안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고도화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우진 교수는 “매년 3%씩 성장하고 있는 눈 속 충전물 세계 시장은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이 향후 망막 유리체 수술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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