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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의 근본 문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의 근본 문제
  • 김재호
  • 승인 2024.02.0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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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트 후설 지음 | 김기복 옮김 | 서광사 | 223쪽

이 책은 현상학을 정초한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1910/1911년 겨울학기에 괴팅겐대학교에서 행한 ‘현상학의 근본 문제’ 강의의 강의록과 그에 관련된 부록들을 번역한 것이다. 후설 전집 13권 『상호주관성의 현상학 1』에 수록된 여섯째 텍스트 ‘현상학의 근본 문제(1910/11년 겨울 학기 강의)’와 그 부록 열 편(21에서 30까지), 그리고 다섯째 텍스트 ‘1910/11년 강의를 위한 준비’를 번역해 한 권으로 묶었다. 『에드문트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을 번역한 가천대학교 김기복 교수가 본문과 후설의 주석, 편집자 이소 케른(Iso Kern)의 주석들을 선별해 옮기고, 역자 주석과 해제를 더했다.

후설은 이 책에서 심리 현상을 자연 사물처럼 다루려는 우리의 뿌리 깊은 자연주의적 경향성을 깨뜨릴 것을 주문한다. 심리 현상을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그것 자체의 순수한 본질로 되돌려 순수 체험으로 포착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후설이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학적 환원이다. 다른 한편 우리의 자연주의적 경향성은 심리 현상에 대한 탐구 방법에서도 우리를 옭아맨다. 우리는 체험이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외적으로 탐구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순수 체험의 고유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하면서도 학문적으로 가장 엄밀한 탐구 방법은 현상학적으로 순화된 내적 경험 자체를 통하는 길이다. 그것은 순수 체험을 직접적인 경험들에, 즉, 지각, 회상, 예상, 타자 경험에 주어지는 그대로 기술하는 길이다. 이러한 현상학적 경험의 가능성과 폭 그리고 한계에 대한 후설의 사유가 이 책에 나타나 있다.

‘현상학의 근본 문제’ 강의는 후설이 현상학의 탐구 영역을 넓히고 엄밀한 학문으로서 현상학의 체계를 세우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이 강의록에서 후설은 절대적으로 소여되지 않는 경험 영역인 과거나 미래의 의식 체험들과 의식 흐름 전체를, 재현에 대한 이중적인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현상학적 경험의 장으로 끌어들여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다. 또한 타자 경험을 독특한 종류의 재현으로 보고 이중적인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여, 타자 경험된 체험이 나와 다른 자아의 체험임을 드러내고, 타자를 나와 구별되는 또다른 자아, 모나드로 정립함으로써 타자 경험과 상호주관성 문제의 돌파구를 처음으로 열게 되는 것도 이 문헌에서다. 후설 자신이 후기 저술들에서 이 내용들을 언급하며 이 문헌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이번에 단행본 형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후설 현상학과 현상학적 사유에 관하여 한층 잘 이해하고 더 깊이 탐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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