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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도 하고, 사장도 합니다
코딩도 하고, 사장도 합니다
  • 최승우
  • 승인 2024.02.0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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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봉 지음│제이펍│432쪽

프로그래머이자 회사 대표인 한 사람의 일생을 읽다 

어쩌다 프로그래머가 된 저자는 한평생 코드를 짜면서 보냈다. 그의 기록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한 인간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 탁월한 프로그래머도, 크게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라며 그의 삶을 한마디로 ‘폼 나지 않는 얘기’라 말하며 글을 시작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대단치 않은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비록 이름을 들어도 모르는 회사일지언정 20년을 넘게 경영했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한 경험담은 어디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책에는 36년간의 프로그래머, 24년간의 소프트웨어 회사 운영자로 살아온 삶이 담겼다. 프로그래머로서 그리고 회사 대표로서 경험한 일을 있는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간 게 강점이다. 이 책은 크게 1장 오너프로그래머의 삶, 2장 프로그래머의 삶, 3장 창업자의 삶으로 나누어 66개의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이면서 CTO, CFO 역할까지 도맡아서 하는 오너프로그래머의 경험과 함께 오너와 프로그래머 사이에서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프로그래머로서의 삶과 회사 오너로서의 삶을 각각 조망하며 먼저 경험한 이의 고민과 선택을 일러주는 책이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프로그래머를 꿈꾸거나, 현재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사람, 또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창업한 사람에게도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을 이야기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 이야기를 좇는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전설 같은 이야기에 삶이 주눅 들 때도 생긴다. 좀 더 솔직하게 우리가 현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전한다.

대상 독자
 
은퇴할 때까지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려는 사람
평생직장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려는 사람
프로그래머로서 평생 직업의 의미로 회사를 운영하려는 사람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과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

추천평

독자 여러분이 프로그래머를 꿈꾸거나, 이미 프로그래머로 일하거나 혹은 창업을 꿈꾸는 프로그래머라면 이 책은 여러분 앞에 펼쳐질 수많은 고민과 선택지를 미리 보여줍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단지 먼저 살아봐서 아는 인생 경험담이 아닙니다. 자신처럼 살라는 것도 아닙니다. 이 책은 저자가 36년 프로그래머의 삶에서 마주한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을 단 한 번도 빠트리거나 외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필사적이고 처절한 기록입니다. 
강성용(‘함께 듣는 알람, 코알람’ 보통드 공동대표)

저자 자신의 경험과 실제 사례를 통해 초보 창업가를 위한 진솔한 조언과 함께,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독자라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며,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합니다. 이런 조언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팀 빌딩, 자금 조달, 고객 발견과 유지 등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창업의 전반적인 과정과 도전에 대한 경험을 담고 있어, 창업을 꿈꾸거나 현재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초보 창업가들에게 험난한 창업의 여정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양성환(카페일분 대표)

수많은 창업 지원 사업이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개발자 역시 창업을 고민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개발자들이라면 호불호를 떠나 오너프로그래머의 삶에 대해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정리된 이 책을 통해 미리 그 삶을 한 번쯤 경험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유명환(엑세스랩 대표)

책 속으로

이 글은 36년 넘게 코딩하고 있는 현직 프로그래머로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창업하고 24년간 운영하면서 겪은 순전히 경험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탁월한 프로그래머도 아니며 크게 성공한 사업가는 더욱 아니기에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 이 글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프로그래머로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그래도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20쪽)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크고 안정된 직장에서 나이 40이 넘어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경력으로 살아가기란 어렵다. 어느 순간 관리직이나 영업직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고 소프트웨어 기술직으로 고위 직급에 오르는 길은 거의 없다. 물론 관리직이나 영업직으로 전환한다고 못 할 것도 없다. 문제는 이 또한 보장된 길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오너프로그래머의 길을 택했다.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88쪽)

첫 직장의 전산실에서 선배들의 책상에 ‘THINK’라고 쓰인 아크릴 명패가 놓여 있었다. 직위와 이름을 적기 위함이 아니라, 자리를 비울 때 행선지를 표시해둘 용도의 명패였다. 제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으면 THINK라고 인쇄된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그걸 처음 봤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왜 THINK라고 했을까? 무얼 생각하라는 거지? 프로그램 짜고 있다는 뜻인가? 프로그래머는 생각하는 사람인가? (107쪽)

코드는 프로그램의 근원인 설계 도면이면서 재료이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 행위는 코드를 향하고 있고, 모든 문서는 부차적이고 코드를 위한 보조 문서다. 플라톤이라면 ‘코드는 소프트웨어의 이데아다’라고 했을까? 그래서 나는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 역할에 관계없이 크게 보아, 모두 ‘프로그래머’ 또는 ‘개발자(software engineer)’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아키텍트 역할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179쪽)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좋다. 다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러 해 취업 재수를 하기보다는 자기 성향에 맞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기 뜻대로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무모한 꿈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고. 프로그래머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수명이 더 길고 더 폼 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믿지 않으면 할 수 없고. (305쪽)

회사마다 빵을 나누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작은 회사의 빵을 나누는 사람인 사장도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정량적인 성과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해도 평가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다. 창업하면서 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빵을 나눈다’는 자세를 갖기로 했다. 큰아들에게 더 많이 주든, 막내에게 더 주든, 어머니가 그렇게 나누는 데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게 바로 엿장수 마음대로 아니냐?”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어머니의 마음을 자식이 어찌 알리오. (418쪽)

지은이 

한수봉 
첫 직장에서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입문하고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소프트웨어 제품을 어떠한 환경에서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스스로 정의한 ‘프로 프로그래머’로 살기로 했다. 12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오너프로그래머가 되었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내 마음대로 싫증 날 때까지 하고 싶어서, ‘내가 일할 내 일터, 내 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첫 회사는 1년도 안 돼 ‘자본주의를 너무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실패했다. 다시 창업한 두 번째 회사는 24년을 운영하고 매각했다. 38년 가까이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세계적으로 팔리는 소프트웨어는 만들어보지 못했다. 이를 앞으로의 도전 과제로 삼아야 할지, 그냥 평범한 프로그래머로 편히 살지 고민하고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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