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50 (토)
유머의 비평
유머의 비평
  • 김재호
  • 승인 2024.01.17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도훈 지음 | b(도서출판비) | 589쪽

“비평이 품어야 하는 마음가짐으로서의 유머”

문학평론가 복도훈의 새 비평집 『유머의 비평』이 출간되었다. 저자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써온 한국문학과 관련된 비평을 묶은 것이다. 복도훈은 이미 『눈먼 자의 초상』(2010), 『묵시록의 네 기사』(2012), 『SF는 공상하지 않는다』(2019) 등의 비평집을 펴낸 바 있다.

저자에게 유머는 일종의 마음가짐, 말하자면 너와 나를 괴롭게 하는 그게 실은 별 게 아니야, 라고 속삭이며 위무하려고 애쓰는 마음가짐이다. 너와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당연히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다. 다만 저자가 생각하는 유머는 고통에 너와 나의 몸과 마음 대부분을 밀어 넣고 그것의 자양분으로 삼거나 그런 삶에 은밀하게 안주하려는 태도와 결별하려는 몸짓이다. 그것은 자신을 또 다른 자신으로 객관화해 바라보려는 안간힘 같은 것이다.

『유머의 비평』의 1부에 실린 글들은 ‘정치적 올바름’이나 정체성 정치와 관련된 담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개입한 것들이다. 대략 2010년대 중반부터 진행되었던 페미니즘의 물결의 어떤 우려된 부분, 정치적 올바름과 정체성 정치에 대한 과몰입의 경향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인종과 성별 등 정체성과 차이를 강조하는 문학과 정치보다는, 사도 바울의 말을 빌려, ‘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는’ 지점을 모색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비평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지향점은 차별받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포함해 고통받는 다수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유머의 비평』에서 1부에 실린 글들은 가장 논쟁적이며, 당대적인 글들이라 할 수 있다.

2부에 실린 글들은 바로 그러한 고통받는 다수의 삶에 대한 재현 및 재현의 위기에 대한 비평적 개입으로, 한국인인 필자가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등을 겪어내면서 느꼈던 무력(無力), 우울, 분노, 공감에 관한 것들이다. 3부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와 작품(최인훈, 김태용, 김연수, 이신조, 김희선, 박민규, 이승우)에 대한 비평과 리뷰를 모은 것들이다. 4부에 실린 글들은 저자의 비평적 실존에 영향을 미친 외국 철학자 또는 비평가인 자크 라캉, 슬라보예 지젝, 가라타니 고진 등에 대한 메타비평이다. 특히 4부의 마지막에 실린 ?저승의 칸트?는 저자가 “규범화된 비평의 형식을 깨고 싶어 썼”다는 글인바, 저자의 향후 비평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