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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시대정신의 탄생
미디어와 시대정신의 탄생
  • 김재호
  • 승인 2024.01.1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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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J. 치트럼 지음 | 임영호 옮김 | 컬처룩 | 424쪽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주었나
20세기 초 발명된 전신, 영화, 라디오 등은
어떻게 대중화되었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역사적 상황은
당대의 시대정신과 사상가의 사고에 어떻게 투영되었는가

최근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신문과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전통 매체는 갈수록 수용자와 영향력을 잃어가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디어’나 테크놀로지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포털은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을 약화시켰고, AI의 컴퓨터 알고리즘은 인간의 판단과 작업을 대체하려 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은 매일 새롭게 갱신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에는 모든 이가 매료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변화의 소용돌이를 넘어 그 배후에서 일어나고 있는 더 근본적인 변화의 방향을 꿰뚫어 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변화가 빠르게 전개될수록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미디어와 시대정신의 탄생: 20세기 미디어 사상사]는 오늘날과 같은 변화에 긴 안목을 제공해 줄 만한 책이다. 미국의 문화사와 정치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역사학자 대니얼 J. 치트럼은 이 책에서 미디어의 변화가 현대 사회사상에 끼친 영향을 탐구한다. 20세기 초 전신, 영화, 라디오가 발명되어 급속도로 대중화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포함해 당대의 대응 양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대 미디어의 전반적 영향에 관해 미국의 사상에서 등장한 세 가지 주요 전통 및 고찰을 살펴본다. 미국의 진보 시대the Progressive Era를 대표하는 찰스 호턴 쿨리, 존 듀이, 로버트 파크를 통해 현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총체적 성격에 관해 선구적 탐구를 시작으로, 행태과학으로서 경험적 미디어 연구의 등장, 해럴드 이니스와 마셜 매클루언의 급진적 미디어 이론에 이르기까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역사적 과정이 당대의 시대정신과 사상가의 사고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거시적인 사회문화사의 시각에서 20세기 미국 커뮤니케이션의 지성사를 구성한다. 20세기 전반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미디어인 전신, 영화, 라디오 등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당시 사람들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에서 어떤 진보적 가능성을 기대했는지와, 실제로는 그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지배와 착취의 수단으로 굳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 책의 전반부가 각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는 과정과 그 가능성에 대한 당시 일반 시민과 지식인의 반응을 분석한 사회문화사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당시의 대표적인 사상가와 이론가가 미디어를 통해 어떤 시대정신을 읽어 내고 체계화했는지에 관한 본격적인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를 다룬다.

우리는 과거 경험에 대한 반추를 통해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역사적 안목에 깃든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 대한 성찰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테크놀로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긴 역사적 관점에서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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