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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평전 :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함세웅 평전 :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 김재호
  • 승인 2024.01.1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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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지음 | 소동 | 336쪽

한평생 걸어온 민주주의의 한 길.
민중과 함께하는 영원한 현역, 함세웅.
누가 정의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그의 삶을 보게 하라!

역사는 기록으로 남지만 이름으로도 남는다. 윤동주라는 이름에는 젊은 시인이 살았던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역사가 담겨 있고, 전태일이라는 이름에는 청년 노동자가 스스로를 불살랐던 1970년대의 혹독한 노동현실이 응축되어 있다. 개인적 삶의 서사를 뛰어넘어 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은 이름들! 치열했던 1970~80년대 또한 후인들에게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다.

이 책은 사제이자 사회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온 함세웅 신부의 삶의 기록이다. 삼엄한 독재의 70년대, 찬란한 항쟁의 80년대, 좌절과 반성의 90년대 그리고 새로운 모색의 2000년대까지, 그의 이름에 응축되어 있는 이 땅의 현대사가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굴곡진 시대였던 만큼 사연 또한 많았을 터, 그것을 담아낸 책의 밀도 역시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글쓴이는 김구, 홍범도, 안중근, 김대중, 김근태 등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많은 인물들의 삶을 책으로 엮어낸 바 있다. 하지만 동시대 인물의 평전을 쓰는 것은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부담을 무릅쓰고 굳이 ‘지금’ 이 책을 펴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것은 바야흐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관제 구호가 나부끼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또다시 정의의 탈을 쓴 불의가 횡행하는 지금, 함세웅 신부의 강고한 삶의 궤적을 살펴봄으로써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세인들을 미혹하는 ‘관제 정의’가 뿌리 내리지 못하도록 경계하고자 한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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