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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 김재호
  • 승인 2024.01.1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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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지음 | 싱긋 | 480쪽

2023년, 일본 위스키 역사가 100년을 맞았다. ‘일본 하면 사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와 함께 ‘위스키 5대 강국’으로, 2020년에는 위스키가 수출액 271억 엔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사케를 따돌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1등 술의 자리에 다시 올랐다. 일본 전체 농림수산물과 식품 수출액 순위에서도 1위 가리비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위스키지만, 지금껏 국내에서 일본 위스키를 다루는 책은 출간된 적이 없다. 국내 최초 ‘버번 위스키’ 전문 서적을 펴낸 싱긋 출판사가, 이번에는 국내 최초 일본 위스키 책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오늘은 일본 위스키를 마십니다』를 펴냈다. 전 NHK 서울지국 기자인 저자 김대영은 위스키 전문 블로그 '에드몽 위스키'와 페이스북 ‘위스키러브’를 운영하는 ‘위스키 러버’이다. 기자 정신과 위스키 러버의 영혼을 담아,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최남단 오키나와까지, 오래된 증류소부터 신생 증류소까지, 모두 22곳의 증류소를 직접 탐방하고 취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세계의 앞선 위스키 제조기술, 일본인의 자질과 일본에서 재배한 원재료,
그리고 자연환경이 더해진 것이 일본 위스키이다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와 타케츠루 마사타카에게서 시작되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배워온 위스키 제조기술이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1923년에 시작되어 100년 역사를 맞은 산토리 위스키, 2024년에 창립 90주년을 맞는 닛카 위스키, 그 뒤를 바짝 따르는 혼보주조 위스키의 역사에도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위스키의 1차 붐이 사그라들고 침체기에 있던 시기, NHK 아침 드라마 〈맛상マッサン〉으로 타케츠루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일본에 위스키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붐으로 확산됐다. 그렇게 타케츠루 마사타카에 의해 시작된 일본 위스키는 세계의 앞선 제조기술에 일본인의 자질과 일본에서 재배한 원재료, 일본의 자연환경을 더해 ‘재패니즈 위스키’로 세계 위스키 시장에 우뚝 섰고, ‘일본 위스키 100년’을 맞은 2023년에는 일본 내 위스키 증류소가 100곳을 넘겼다.

“일본 위스키의 세계적인 인기는 어디에서 온 것”이며 “일본 위스키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역사와 함께 현재의 일본 위스키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증류소와 관계자들을 취재한 현장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위스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미래까지 조망한다.

100년의 위스키 역사를 가진 일본은 스코틀랜드와 미국을 따라 위스키를 만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몰트 분쇄부터 숙성까지 위스키 제조 전반에 걸쳐 일본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왔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주물 증류기’도 개발했다. 또한, 일본산 참나무 ‘미즈나라’로 만든 오크통을 스코틀랜드 증류소나 블렌디드 위스키의 피니시에 쓰는 게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다. (25쪽)

“인생은 여행입니다.
인생 여행 중에 위스키를 즐기는 여행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위스키 증류소는 크게 다섯 시기로 분류해 실었다. ① 2차세계대전 발발 전에 만들어진 산토리(야마자키, 하쿠슈, 치타)와 닛카(요이치, 미야기쿄)의 증류소 ② 전쟁 후에 생겨난 위스키 증류소(마르스, 아사카, 사부로마루, 후지고텐바) ③ 일본 크래프트 위스키의 시작을 알린 치치부 증류소 ④ 치치부 증류소의 성공이 만든 1차 크래프트 위스키 붐(앗케시, 가노스케, 가이아플로우, 나가하마) ⑤ 위스키 수출 증가가 만든 2차 크래프트 위스키 붐(니가타, 니세코, 신도, 요시다덴자이, 가무이, 고모로) 등 각 시기에 생겨난 위스키 증류소들을 소개한다.

일본 위스키 제조 과정과 100년 전 일본에서 최초로 위스키를 만들게 된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본 주세법의 변화를 정리하여 일본 위스키의 흥망성쇠가 한 눈에 보이도록 하였다. 또한 일본 위스키의 오늘을 함께 견인하고 있는 위스키 제조설비 제작회사(미야케제작소)와 오크통 제작회사(시마다목재), 일본 독립병입 위스키 회사(T&T 도야마) 등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일본 위스키 산업’을 보다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위스키 증류소 못지 않게 많이 생겨나고 있는 럼 증류소도 한 곳 함께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일본의 각종 위스키 이벤트 정보를 담았다.

또한 증류소를 탐방하며 증류소 근처에서 만난 맛집과 별미 소개도 빼놓을 수 없으며, 증류소 내에 세워진 증류기 모양 사당, 오크통에서 온천물이 흘러나오는 야외 족욕탕, 신과 인간의 결계를 의미하는 ‘시메나와’를 매어둔 증류기, 폐터널과 폐교 심지어는 컨테이너까지 활용한 이색 숙성고 등, 일본 증류소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한 독특한 풍광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일본 위스키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챠리바쵸-데-いちゃりばちょ?で?’ (…) 이 말은 “한번 만나면 형제”란 뜻으로, “모든 인류는 형제니까 사이 좋게 지내자”라고 넓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주, 맥주, 막걸리를 편애해왔다. 전 세계에는 위스키, 럼, 테킬라, 아가베, 진, 칼바도스, 코냑, 시드르, 와인 등등 소주와 맥주의 형제들이 아주 많은데 이들을 등한시했다. 이제부터라도 이 술들에 사랑을 주고,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모든 술은 형제니까 사이좋게 지내자! (458쪽)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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