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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조선을 그리다, 영미편
웃음으로 조선을 그리다, 영미편
  • 김재호
  • 승인 2024.01.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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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영 지음 | 이진경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552쪽

조선 후기 야담문학의 발랄한 웃음 코드
남 웃기기보다 내가 먼저 즐겁다
그 자체로 풍취 있는 해학과 폭소 가득한
세련된 글쓰기의 광경이 눈앞에 당도했다

조선 후기 문신인 이운영(李運永, 1722~1794)이 쓴 야담·필기집인 『영미편(??尾編)』을 완역했다. 이운영은 서대문 밖에 오래 터 잡고 살던 노론 가문 출신으로, 천성적으로 해학을 즐기고 어디서든 남 웃기기를 좋아하여 주위에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하는 인물이다. 환갑을 앞둔 그는 짧은 귀양살이에 처해지는데, 이때 직접 견문하거나 평소 갈무리해두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엮어 이 책을 완성한다. 어쩌면 그의 기질 상 우스개와 익살 터지는 『영미편』 창작은 글 쓰는 그 자신의 즐거움을 먼저 찾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수하고도 합격한 늙은 선비’, ‘운수 좋은 술고래 조대’, ‘과거 시험장, 최고의 놀이판’, ‘술주정이 되어버린 벼슬 청탁’, ‘벌거벗은 잔치 손님’, ‘술꾼에게 걸맞은 시험문제’, ‘씨름으로 벼슬길이 막힌 한림’, ‘옥황상제의 방귀’, ‘돌아가신 아버지께 맞은 사연’, ‘개가 오줌 눌 때 발을 드는 이유’, ‘자신의 장례를 치를 뻔한 조대’, ‘쓸모없는 사위 놈’, ‘성리학 하는 노새’ 등 제목만으로도 궁금증과 미소를 자아내기 충분한 121편의 일화들은 조선 후기 야담문학의 발랄하고 다채로운 웃음의 층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학사적으로도 18세기 서사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기도 하다. 모처럼 선보이는 성균관대학교출판부 ‘우리 고전의 풍경’ 시리즈 네 번째 책.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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