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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여고생 챔프 아서왕
  • 최승우
  • 승인 2024.01.1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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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52쪽

한국 문단에 지금껏 이런 작가는 없었다, 괴물 작가 염기원
2년 동안 미친 듯이 집필한 8편의 장편소설을 들고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 작가 염기원의 신작 장편소설

“염기원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
                                      ─고은주(소설가)

“우리 문학사에 너무 늦게 도착한 작가”
                                             ─류보선(문학평론가)

“시대가 주목해야 할 하드보일드 구라꾼”
                                      ─장강명(소설가)

여고생 챔프 아서왕
문학세계사│염기원 장편소설│135×200mm│252쪽│값 15,000원│979-11-93001-36-3

복싱 글러브를 벗고, 운명과 맞서다
절망에 빠진 소녀의 분투기

“마…… 마이 네임 이즈, 왕, 서, 아.”
“서아야. 영어에서는 이름을 뒤집는다고 했잖아.”
“네. 마, 마이 네임 이즈, 아, 서, 왕.”
“아서왕?”
선생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반 아이들 모두 따라 웃었다. 책상을 치며 웃는 애도 있었다. 나는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교탁 앞에서 굳어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서왕이라는 별명은 나를 떠난 적이 없다.

─본문 중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왕서아는 학창 시절부터 ‘아서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마이 네임 이즈 아서왕”이라고 말하고 나서부터였다. 복싱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친구 애슬이의 권유 때문이었다. 장명팔 관장의 고된 훈련을 받고 왕서아는 아마추어 복싱 플라이급의 한국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세계 챔피언을 꿈꾸며 훈련에 매진했다. 이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로드워크와 체력 훈련을 하고, 학교 수업을 마친 후에는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고 스파링을 했다.

서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비닐하우스에 지어진 샌드위치 패널에서 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서아는 복싱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점점 더 아픈 곳이 많아져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어느 주말, 친구 애슬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양복을 입은 낯선 남자가 서아를 찾아왔다. 그는 서아에게 오천만 원을 주며 비밀 거래를 하자고 한다. 오천만 원은 어머니의 항암 치료비를 위한 것이었다. 그 제안은 서아와 체형과 얼굴까지 비슷한 소미라는 소녀가 저지른 폭력 사건에 대해 서아가 대신 자수하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소미의 아버지는 서아의 어머니가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며, 모든 채무도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서아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고, 경찰서에 가서 자수했다. 소미의 아버지가 변호사까지 붙여주었고, 서아는 조사실의 CCTV를 통해 피해자 세희가 소미에게 맞는 영상을 목격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병원에 있던 세희가 사망하면서 사건은 단순폭행에서 폭행치사로 혐의가 바뀌었다. 경찰과 변호사의 예상과 달리 검찰은 서아를 형사재판에 넘겨버렸다. 결국 서아는 여섯 명이 사용하는 구치소 4인실에 수감되었다. 

앞으로 서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故신해철(음악인)

서아는 애슬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엄마를 위해 헌신했다. 우연히 시작한 복싱이 운명이 되었다. 영원을 믿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건 결국 사랑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안갚음’과 ‘앙갚음’
복싱밖에 모르는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에 대한 고찰

2024년, 문학계가 주목하는 신진 작가 염기원의 신작 장편소설 『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복싱으로 운명을 바꾼 소녀의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염기원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고은주 작가의 찬사와 "우리 문학사에 너무 늦게 도착한 작가"라고 평론가 류보선 교수가 치켜세운 염기원 작가.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왕서아는 단순한 여고생이 아니다. 복싱 챔피언으로서, 운명에 맞선 싸움꾼으로서, 그녀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에 강렬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시대가 주목해야 할 하드보일드 구라꾼"이라는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를 넘어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염기원 작가의 빠른 필치와 생생한 묘사가 독자들을 소설 속 깊이로 이끈다.

염기원 작가는 작년 여름까지 ‘창작의 행군’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로지 장편 집필에만 전념한 것이다. 이 소설은 그 기간 중 여섯 번째로 쓴 장편이다. 출간된 도서로는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에 이어 두 번째이다.

『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여고생이라는 발랄한 단어가 들어간 제목과 달리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 많다. 그럼에도 독자가 빠르게 다음 장을 넘기기를 기대하며, 저자 역시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집필했다. 보름에 걸쳐 하루 평균 47매를 썼다.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 달리기, 피아노라는 루틴을 지키며 온전히 이 글에만 매달렸다.

‘복싱밖에 모르는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에 대한 고찰.’ 퇴고를 마친 뒤 저자가 엑셀에 기록한 한 줄 요약이다. 더 줄이자면 ‘절망에 빠진 소녀의 분투기’다. 두 단어로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안갚음’과 ‘앙갚음’이다.

서아는 2003년 7월 2일에 태어났다. 여고생, 챔프, 아서왕, 이 세 단어 조합의 연유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시작해, 제법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연한 계기로 복싱을 시작한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에 아마추어 복싱 한국 챔피언이 된다. 하지만 곧바로, 십 대 청소년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서아는 소미 아빠가 던진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엄마에게 안갚음(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것)하려던 효심이 되레 그녀를 구렁텅이로 내몬 발단이 된 것이다. “그녀는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불행에 빠진 이에게 이토록 잔인하고 무례한 질문은 없다.

독자는 감옥에 들어간 서아가 다시 세상에 나와서 통쾌한 복수를 하는 얘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수감생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지만, 저자는 서아에게는 담금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담금질을 마쳐야 깨달음을 얻는다. 거듭나게 된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버리고 채울지를 알게 된다.

과연 복싱밖에 모르는 여고생 아서왕이 생각한 최선의 복수는 무엇일까?

급진적 혁명가를 꿈꾸던 소년, 괴물 작가로 변신하다

처음 쓴 장편소설로 5,000만 원 상금이 걸린 문학상에 당선된 신인 작가 염기원.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사실 열세 살 때 『작은손작은글』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이력이 있다.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님의 추천으로 글짓기 대회 수상작만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후 그가 겪은 삶의 편력은 평생 쓸 소설을 위한 취재였고, 글 곳간에 담을 소재를 채집하는 일이었다. 지독한 불운도 겪었지만, 나중에 꼭 글로 쓰리라 다짐하며 버텨냈다. 그리하여 그의 소설에는 이 시대의 청년, 특히 온갖 시련과 마주하는 이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가 꼽는 소설의 첫 번째 미덕은 재미다. 주인공이 재난에 가까운 일을 겪는 와중에도 독자의 입꼬리를 올리는 유머가 나온다. 우울하고, 슬프고, 아프고, 날카로운 얘기들을 펼쳐놓으면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한 식감이 공존한다. 궤도에서 이탈한 평균 이하의 인물, 그들이 겪는 잔혹한 현실을 서사로 풀어놓는 그의 시선은 늘 따뜻하다. 절망을 보여주면서도 희망을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독자들의 서평 중에는 유독 “하이퍼리얼리즘 재난소설 같다”, “어떤 스릴러보다 무섭다” 같은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 몰입감이 좋아 순식간에 다 읽게 되었고,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사실주의 작가로서 그는 핍진하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구성하고, 무섭도록 구체적인 묘사로 독자의 마음을 후벼판다.

화자의 입을 빌린 화려한 드리블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중 화자를 실제로 만나 긴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와 현재, 주인공과 주변 인물, 단조와 장조를 오가는 빠른 변주로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바탕에는 자신만의 두꺼운 철학과 세계관을 깔아두었다. 그의 소설의 특징 중 하나, 알레고리다. 이를 모르고 읽어도 충분한 효용을 주지만, 텍스트 뒤에 살며시 숨겨놓은 작가의 의도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때로는 전복적인 결론에 다다르게도 한다. 소년 시절 급진적 혁명가를 꿈꾸던 그는 이제 견고한 체제에 작은 균열 하나를 일으키려 한다. 위험한 인물인 건 여전하다.

2년에 걸쳐 무려 8편의 장편소설을 쓰는 동안 그는 매일 엑셀로 집필 진도를 관리했다. 자신의 기질과 몇만 광년 거리가 있는 줄 알았던 농업적 근면성을 발휘했다. 글 쓰는 것 외에 피아노, 근력운동, 달리기만 했다. 자신만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루틴이다. 오늘도 그는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오가는 변주를 한다.

작가 염기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입학 후 벤처기업 세 개를 연달아 창업하고 공중파에도 출연하며 주목을 받다가 글을 쓰겠다며 돌연 전국 일주를 떠났다. 대학 졸업 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포털회사와 미디어랩사를 거치며 IT 노동자로 살다가 소설을 쓰기 위해 스타트업을 정리했다. 그해 제1회 융합스토리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15 minutes>로 최우수상을, 이듬해에는 계간 [문학의봄] 신인상 공모에 단편소설 <지옥에 사는 남자>로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9년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구디 얀다르크』, 『인생 마치 비트코인』을 썼으며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2023년 아르코 창작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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