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6:40 (토)
[나의연구실]생각하세요 계산하세요
[나의연구실]생각하세요 계산하세요
  • 임규호 서울대
  • 승인 2006.10.21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 종관규모 기상학 실험실 사람들
뒷줄 좌측부터 권하택, 우성호, 백은혁, 송효종, 심태현, 김신우, 노남규, 정의현/
앞줄 좌측부터 박수현, 김백민 박사, 임규호 교수, 변재영 박사, 이윤영 (사진에 없지만 조경미)

실험실의 정기회의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하여 얼마나 생각하여 보았는가? 계산이나 실험으로 확인하여 보았는가?’ 이러한 종류의 질문에 언제 어디서나 답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옛날 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생각한 후 확인하는 과정이 연구의 절반이다. 이 절반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논문이나 연구 진척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실험실의 회의 시 공식 용어는 영어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근거한 연구와 더불어 우리의 생활을 안전하게, 행복하게,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과학자 이전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임무도 즐거워 할 필요가 있다. 연구 자체가 쉽다거나 그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며 인생의 다른 부분을 할애할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를 가질 때 연구가 조금은 즐거워지며 능률도 오를 것이다. 순수한 진리와 우리를 이롭게 할 수도 있는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매력을 생각할 때, 나는 GPS 기상학이나 강수 과정과 관련된 이론과 기술 관련 분야에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현실의 만족이 미래의 만족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며 학문은 유행하고는 다르다. 특정 발견이나 발명에 대한 동시대의 열광이 진정한 진리를 의미할 지는 미지수이다. 현재에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가? 현재 대기 과학에서 널리 수용되고 있는 Charney나 Eady의 경압불안정을 수용하는데 근 20년이 소비되었다. 알려져 있지 않은 진리를 밝히려면 용기, 인내, 머리가 아플 정도의 생각과 생각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력에 보상을 바람은 사치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최근에 태양 흑점 주기와 관련된 태양의 밝기 변화가 적도 대서양 대기 하층의 남북 방향 바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발표하였다. 흑점 주기에 비해 사용가능한 자료의 기간이 100 여년으로 태양 흑점 주기의 길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관계로 수용되는데 상당한 기간과 어려움을 겪었다. 참고로 그 동안의 많은 연구들이 태양 흑점은 대기 운동과 무관하다는 게 주류이다. 아니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남이 아니라고 하여 눈에 보이는 사실을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에서 찬성이나 반대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상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많은 보답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자위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검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념이 기존 연구자들의 저항에 부딪친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것이거나 추구할 필요가 있음을 반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왜 반대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계산한 연후에 보여주라고. 자신의 오류를 걸려 내려면 엄청난 생각과 계산과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과학자란 세상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후세에 전하려고 노력하여야 하는 사람으로 보고 싶다. 진리란 당대에는 위대하지도 않으며 대개의 경우 권력이나 부를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그마한 새로운 진리가 당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타자기에 익숙한 사람은 워드 프로세서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 도 있음을 눈치 채야 한다. 따라서 당대를 이해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다음 세대가 찾아진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노력하여야 한다.

임규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